세상살이 - 18
저는 책 읽기를 아주 좋아하는 아주 모범적인 어린 시절(?)을 보낸 지독한 책 읽기 광 이었습니다
물론 처음은 만화 책 이었습니다
한글을 배우며 처음 접한 책이 만화책 이었고 아니 만화책으로 한글을 깨우쳤다고 하는 것이 아마도 맞는 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무튼 저는 만화로 고전 명작부터 이솝우화 모험과 탐험 순정만화 고바우선생의 시사까지 거의 모든 분야의 지식과 상상력을 얻었다고 생각 합니다
만화로 인해 꾸준히 앉아 책을 읽는 습관과 그림을 그리며 엉뚱 발칙한 상상력을 키웠고 말 입니다
그 중 이솝 우화 한가지가 생각 납니다
다들 아시는 여우와 두루미의 접시 우화 입니다
저는 어제 음식점에서 사람들의 대화에서 느낀 아는 척의 차이(지식의 차이)를 엉뚱하게 여우와 두루미의 접시 생각으로 변해 같이 한번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주말을 맞은 음식점은 자리도 좁고 여유가 없지만 맛 있다는 소문에 할메의 손 맛을 보려고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비고 있었습니다만 정작 주인 할메는 전혀 서두르는 기색이 없었습니다
주문을 한지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전혀 기척이 없이 혼자 바쁘시기만 한 겁니다
옆 자리 손님들은 기본 안주에 술잔을 기울이며 그러더라고요
이것도 상술이고 전략이라고 말 입니다
고기 양념이 비법이니 뭐니 하지만 결국은 거기서 거기고 맛은 다를게 없다고 말입니다
이정도 손님과 판매 매출이면 큰데로 옮겨도 충분히 더 큰 마진이 남는데도 이자리를 고수하는 것은 계산된 속셈이 있다고 말 입니다
음식이 나오자 주인 할메에게 묻는 말을 본의 아니게 듣게 되었는데 이게 또 웃기는 겁니다
'나도 고깃집하는데 양념에 뽕가루 넣었죠?(중략)
'고기가 암놈이 아닌 것 같은데...냄새를 뭘 로 잡았지 맛 술은 넣었을 것 같고...'(중략)
'많이 알고 얘기 하는 것 같아 바빠서 내 거시기 볼 시간도 없지만 말해 줄테니... 고기 잡수러 왔으니 고기나 잘 잡숫고 가...아무것도 넣지 않았고 설사 넣었다고 해도 댁 같으면 알려 주겠수... 그리고 암놈이든 숫놈이든 나는 이 자리서 몇 십년 하다보니 나름 이것도 이력이 나서 입 맛들이 맞아 단골들이 오는거지 딴 것 없어...(중략)
그 손님은 막말로 찍싸고 바로 꼬리를 내렸습니다
알아도 깊지않은 어설픈 지식으로 한 길만 외길로 살면서 쌓은 호리병 같은 깊이에 아는 척으로 끝난 겁니다
여담이지만 만약 저 였다면 저는 내 접시를 그 할메의 접시처럼 그릇을 바꾸려 했을 것 같습니다
내 넓지만 얕은 그릇이 나빠서가 아니라 필요 하다면 할메의 그릇처럼 깊어야 하기 때문 입니다
사람의 지식은 어디에서 배우고 누구에게 익혔든 지식은 분명히 지식 입니다
사람이 살면서 가지는 자기만의 지혜의 그릇은 배운 것이 다를 뿐 누구나 다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그 지식의 깊고 넓음이겠죠
넓지만 얕은 여우의 접시같은 지식도 있고 깊지만 폭이 좁은 두루미의 호리병같은 지식도 있습니다
만화에서 익힌 지식 이지만 아예 빅톨위고가 누군지 모르는 것보다 났고 또 만화보다는 소설을 읽으며 그 책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느끼는 것이 훨씬 나은 것이 사실일 겁니다
어느 것이 옳다 그르다의 문제가 아니고 그 접시에 따라 들어 있는 지식을 어떻게 사용하고 어떤 방식으로 삶의 지혜로 바꾸느냐가 중요한 관건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예를들면 암만 깊은 지식과 식견도 남에게 사기나 치는데 사용하면 사회악이 되겠지만 얕지만 넓은 지식을 사회에 봉사하며 쓰는 지식은 칭찬 받아 마땅하기 때문 이지요
그래서 생각해 봅니다
저는 처음엔 만화에서 많은 지식을 얻었지만 후에 잡독으로 많은 지식을 얻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또 학교에서 배운 전문적인 지식의 깊이도 어느 정도 있을거고 말 입니다
그럼 제 지식은 넓지만 깊지않은 접시가 아닐까? 하는 생각과 아니면 한 곳에 몰빵해서 살아온 깊지만 폭 좁은 호리병이 아닐까? 하고 말 입니다
또 나는 혹시 지금 아는척 하면서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내 지식을 제대로는 사용하고 있는 걸까? 하고 말 입니다
저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제가 살아오는 동안 깊든 안 깊든 또는 넓든 안 넓든간에 배우고 느낀 삶의 경험은 제게 소중한 지혜로 변해 세상을 살아가는 자양분이 되어주고 있어 제 자식들에게 전해주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이렇게 글도 쓰고 있는 것 이고요
물론 제가 전해주는 말들은 세상이 변한 만큼 제 여식들도 받을 것과 버릴것의 판단은 자기들의 몫이라 알고 있을거고 말 입니다
그래서 묻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그릇 이십니까?
그릇에 상관없이 아는척하고 계신 것은 아닙니까?
제대로는 사용하고 계십니까?
한번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사실 저는 접시도 호리병도 아닌 항아리 같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접시도 호리병도 아니어서 식탁에는 못 오르지만
투박하고 장독대에 밖에 못 오르고 쉽게 움직일 수도 없지만 몇년이고 장을 품고 여우든 두루미든 상관 없이 나눠줄 수 있는 항아리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