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이 - 21
저희 집에는 책이 거의 없습니다
책을 무지하게 좋아해서 종이에 인쇄 된 것이면 무엇이든지 읽고 보는 미친 놈이었는데 우습게도 책이 없습니다
돈이 없어 책을 못 사기도 했고 책을 만날 수 있는 것은 도서관이나 만화방에서 빌리는게 고작이라 보이는 것은 이것 저것 가리지 않고 장르 불문 장소 불문으로 보이는 책이란 책은 가리지 않고 읽었던 것 같습니다
핑계라고 생각 하실 수도 있겠지만 저 에게는 그게 최선 이었고 책 보다 배 곯아 먼저 빵이 급했다면 웃기겠지만 슬프게도 사실 입니다
제게 책이란 지금도 가슴 아픈 기억 한 조각 인거고 해서 명작이든 졸작이든 책 자체가 소중 했습니다
지금처럼 넘쳐나지 않았으니까요
또 언젠가 부터 책 값이 비싸지고 또 할인 안되서 책을 멀리 한다는 핑계 아닌 핑계가 나오고 있지만 사실 세상이 바뀌어 모든게 풍족해지고 편해져 책을 읽는 것도 귀찮아져 이미 책 보다는 다른데 정신이 팔려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렵게 찾아 읽기 보다는 듣기가 좋고 종이 보다는 디지털으로 무엇 이든지 쉽고 편하고 빠르게 찾고 외우듯 요점만 암기하듯 유명 작가의 글이나 책을 골라 읽는 그런 시대가 되었으니 말 입니다
다는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글을 쓰는 사람이나 읽는 사람들은 그 글의 진정성 보다는 인기의 척도나 작가의 이름에 따라 먼저 명작과 졸작으로 쉽게 편하게 구분부터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감동 보다는 인기에 기준을 맞추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는 말 이지요
그래서 한번 생각해 봅니다
서두에서도 말 했지만 책에 대한 기억은 먼지 냄새 곰팡이 냄새 물씬 나던 청계천 헌 책방의 추억이 있는 나 에게는 헌 책방 안의 수 많은 책들이 전부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명작이 아니었었고 게다가 명작은 고사하고 명작이 아닌 책들도 내용을 빨리 알지 못해서 느리고 이해가 늦었던 나에게는 아예 명작과 명작이 아닌 구분이 없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어려운 명작 보다는 명작이 아니더라도 가슴에 와 닿고 편안한 글들이 살아가는데 수 많은 지식과 지혜를 주었고 더불어 거피 한 잔의 시간 이지만 작은 여유와 조급함과 서두름 없이 내가 원하는 책이 헌 책으로 나올 때까지 조바심 없이 기다림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빠르고 편함 보다는 느리지만 의미를, 요점 보다는 선인들의 지혜를, 조급함 보다는 기다릴줄 아는 여유를 배웠다는 말 입니다
쉽게 명작 보다도 더 많은 지혜를 명작이 아닌 작가들의 글에서 느림의 미학을 배웠다는 것이고
적어도 나에게는 어느 명작 보다도 좋은 스승이 되어 준 책이고 더 없는 명작이라는 말 이지요
세상에 졸작은 없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 여러분은 어떠십니까?
어떤 책에서 어떤 것을 얻고 계십니까?
너무 빠른것에 매여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요?
ᆞᆞᆞ
없어서 소중했고 없어서 배웠던 것이 있었으니 이번에는 있었는데도 소중하고 배울 수 있는 것을
생각해 봅니다
혹시 LP판을 아시나요?
저희 집에는 LP판이 원판 라이센스 해적판등을 합쳐서 한 1,500장 정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 제가 가지고 있는 CD는 100장 정도 되고요
제가 가지고 있는 음반을 자랑 하려는게 아니라
LP판이 주는 즐거움과 여유를 말씀 드리고자 하는 겁니다
팝이든 클레식이든 모든 음반에는 명반이 있고 이름 모를 가수의 음반도 있지만 저에게는 LP판 한장 한장이 소중하고 이름있는 명반 아닌 이름 없는 명반이 수 없이 많습니다
단추 한번만 누르면 음악이 기계처럼 터져 흐르는 CD보다는 턴 테이블과 판에 따라 카트리지를 바꿔 가면서 올려 놓고 회전수를 확인하고 음반 종류에 따라서 스피커의 음색을 조정해야 들을 수 있는 음악과 커피 한 잔의 행복을 말하고 싶어 집니다
잊혀지는 아날로그의 느림의 미학 입니다
의정부 동두천 미군 부대 앞에서 부대에서 흘러 나온 LP판 한장을 구하면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행복함을 모르실지도 모르지만 이름 모를 가수의 노래가 오랜 시간도 아닌 지금에 와서 유명 가수의 반열에 올라서 있고 명반이 되어 있는 것을 보면
세상은 공평한 것도 있기는 있는 것 같습니다
노래든 책이든 사람이든 나중에 어떻게 변할지 지금은 모르는 일이고 더우기 저 처럼 남들과는 다르게 이름없는 판 한장이 내 가슴에 와 닿아 주는 행복함은 설사 이름없이 사라질지라도 제게는 더 없이 소중한 명반이라는 사실을 말하고 싶습니다
나에게는 둘도 없는 행복한 휴식과 안정을 때로는 위로와 힘을 주는 그런 존재였다는 말 입니다
그래서 저는 명작이니 명반이니 유명한 작가라고 한정짓는 내 생각이 불량이었지 이름없는 작가의 작품이 불량이 아니였던 것을 말하고 싶은 거고
더우기 내 스스로 그렇게 되려는 욕심이 아니었나 싶고 그런 욕심을 버려야 되는 것을 깨닳고 있다는 사실을 말하는 겁니다
작가라면 누구라도 기본적으로 고치고 또 고치고 수도없이 고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며 더 좋은 작품을 누가 될지도 모르는 무작위 사람들에게 말없이 위안과 위로를 주는 이름 없지만 자기만의 명작을 그리는 작가의 기다림의 마음도 깨닳고 있는 것도 말 입니다
작가는 가르치지 않지만 저는 배우고 있는 겁니다
클레식이든 팝이든 그 기타 소리 하나에서도 CD와 LP판에서 나는 느낌이 다른 것은 시대가 흐르고 달라져도 변하지 않습니다
CD나 디지털 처럼 쉽고 편하고 빠를 수는 있어도
그 성급함이 숨겨진 보석들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느리고 귀찮고 구시대 유물 같지만 기계음 보다는 시대적 연륜이 묻은 아날로그의 느림에서 배울 것은 없는 것 인지요?
현재의 사람들이 많이 찾는 글이라 해도 후대에는 명작으로 평가 받지 못 할 수도 있습니다
책도 사람도 음반도 마찬가지라는 생각 입니다
졸작이라 할지라도 시 공간을 초월해 먼 후세들이 감동 받고 좋아하면 좋은 글이고 명반이 된다는 사실과 현재의 글과 음반도 언젠가는 고전이 되는 것을 생각해 보면서 혹시 나는 욕심이 열정을 삼킨 것은 아닌가 되돌아 봅니다
난 지금도
이름없는 작가의 글에서 삶의 지혜를 배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