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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큰소리 May 01. 2018

주름 꽃

어느 꽃보다 아름다운 주름 꽃이라는 것을요


사람이 변해서 왔습니다
넉넉하고 인심 후한 동네 아주머니 같던 얼굴에 분장을 하고 왔습니다
남의 인생사야 알길 없지만 허무했던 모양입니다
자식새끼 다 키워 내놓고나니 맘 붙일곳이 없었나 봅니다
평생 해보지 않은 화장이 어줍잖아 보이는 것은 이해가되는데 왠지 짠하고 안타깝습니다

모든 이미지 출처는 다음과 네이버입니다                            어느 말보다 그냥 보시면 알고 느끼실것 같습니다



때아닌 앞마당에 엄마 펭귄이 나타나셨습니다

연지곤지 분장을하고 나타나셨습니다

평생 물질한 손에는 물주름이 한가득

해보지 못한 화장이 한이되어

머리 숱 빠지고 이제야 삶의 회한을 느꼈나봅니다

몸부림치는 삶이 애처롭습니다


꼭 그 주름만큼만 그늘져 살아온 인생살이

보상이라도 받고싶어

세월 돌리려해도 어려워 슬픈 펭귄이 되었나봅니다


외로움의 산에는 가보지 못한 그리움이

낡은 책처럼 겹겹이 쌓여 낯설은 주름이 되었지만

가슴속 차곡히 묻은 뜨거움은 아는이 없고

적적한 마음에 이제야 문을 열어 세상을 보아도

아무도 돌아봐주는 이 없는 외로움만 한가득

그런 슬픈 펭귄입니다


상처받은 지난날의 낯선 일상들
두려워 돌아보지 못하는 꿈이 그리워

먼산 바라보는 펭귄의 눈엔 아련한 기억이있습니다


삶의 생채기는 아물어도 기억은 남는 것인가

빛바랜 주름 한조각 꼭 그 주름 만큼만

잠시 일탈해도 괜찮을지도 모릅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한번쯤은 후회해도 괜찮을지 모릅니다 

사슴에 패인 주름만큼 치열했던 삶이었을테니까


잠시 지나고나면 다시 알게되겠지요

되돌릴 수도 없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깊이 패인 주름에 담겨진 삶의 추억들은

보여주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연지 곤지 입술 부르튼 펭귄 보다 더 아름다운

어느 꽃보다 더 아름다운 주름 꽃이라는 것을요



                             2018-4-28  퇴근후 차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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