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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과 어른
세상살이 - 75
by
바보
Jun 19.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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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지나가는 에피소드에 불과한 그림입니다
그런데 너무 고맙습니다
비록 제 여식 생각이나서 어줍잖게 한 말이지만
힘센 놈이 어른인 세상에서 아직은 다가 아니듯
그리고 힘있다고 다 어른이 아니듯
제가 비겁하지 않게 해준 젊음이 그렇고
제가 어른일 수있게 해준 젊은 청춘들이 그렇고
제말을 들어준 젊은 마음이 그렇습니다
다는 아니어도 그렇습니다
철 안든 늙은이 있듯이 애 늙은이도 있다는 할머니 말이 생각납니다 - 이미지 출처는 네이버입니다
퇴근을 앞두고 빌딩 주변을 순찰하고 있었습니다
우측 모퉁이를 도는데 아무리 밤이 깊었다지만 서울하고도 여의도 한복판에 반디불이가 있을수는 없는데 반디불이가 반딱이는겁니다
다가가는 순간 보기에도 다소 어려보이는 청춘 남여가 담배를 피고 있는것이 보였습니다
흔한일일뿐아니라 요즘 아이들이 무섭다는 말도 조금은 머리를 스치기도하고 또 넘의 일에 대해서 참견 안하고 산지도 오래라 비겁하지만 어른임을 포기하고 그냥 지나치고 있는데 신기한 것이 그 어둠에서도 보이는 겁니다
덩치는 남산만하지만 담배를 슬며시 손바닥으로 감싸는 모습도 모습 이었지만 여자 아이도 담배를 피는게 아니라 짧은 치마 교복에 학교에서 껌좀 씹는 아이같이 보이지 않고 단정해 보이는 겁니다
겉 모습이 다는 아니겠지만 분명 그랬습니다
적어도 제눈에는 순수해 보였으니까요
나도 모르게 다시 걸음을 돌렸습니다
아마 옛날 생각이 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기는 담배 피는 곳이 아닙니다'
말하면서 자세히보니 보이는 남자 아이도 무거운 가방에 나름 옷을 제대로 입은것을 보니 아마도 학원 땡땡이하고
데이트하는중 같기도 했습니다
'학생들 여기서 담배피면 사람들에게 우리들이 욕먹어 ... 담배 피울거면 다른곳으로 가세요'
'.......'
여자 아이는 일어서며 가방을 챙기는데 남자아이는 어릴적 나처럼 일단 뭉개고 앉아서 움직일 생각을 안하고 버티는 모습이었습니다
'얼른 담배끄고 다른곳으로 가세요'
'금방 갈거니까 아저씨 볼일 보세요 ... 저희도 지금 이야기 하고 있잖아요'
존대말 이었습니다
쉽지 않은데
'아저씨가 뭔데'나 '아저씨가 내 담배 사줬어'나 아님 육두문자가 먼저이거나 그것도 아님 어깨에 잔뜩 힘주고 '어쩔건데' 하는것이 아니었습니다 분명 존대말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랬습니다
'이야기 할거면 안에 얼마든지 자리있어 하루 종일 기다려도 기다릴테니까 담배부터 끄고 따라와요'
'아! 정말 .... 뭘 잘못했다고 따라오래요'
'왜? 한대 치려고?
당당하지도
못하면서
그럴
용기는 있고
'
제 도발(?)에 순간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순식간에 곰같은 몸둥이가 제 앞으로 다가서더니 제 팔을 잡아 채는 것이었습니다
젊음이 좋긴 좋더라고요 .... 남산만한 몸만큼이나 힘도 좋았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거기까지 였습니다
힘을 써보지 못해 요령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아까부터 가자고 팔을 잡아끄는 여자아이에게 가만히 따라오라하고 밝은 곳으로 꺽은 손을 붙잡고 데려 나왔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딱 한마디만 할께 듣기 싫어도 들어
그리고 지금 CCTV에 자네가 나를 공격해서 제압하는게 다 찍혀있으니까 더 이상 헛힘 쓰지말고'
'뭐든 당당할수 있고 지킬수 있을때까지 아껴둬'
'담배피고 술 마시는걸 가지고 뭐라는게 아니야
뭘해도 내가 뭐라할 이유가 없으니까 ...
하지만 뭘해도 남에게 피해주지는 말아야하고 또 그것보다 자기가 한 행동에 대해서 당당해야하는게 맞지않나? 책임질 일은 책임져야 하고 ...
여자 친구 앞에서 쪽 팔리지?
환갑지나 다리조차 절룩이는 사람조차도 어쩌지 못하면서 입만 가지고 자네 여자 친구한테 뭘 보여주고 싶은건
아닐테고 .... 부당하다거나 할 이야기가 있으면
몸도
마음도
당당할만한
준비를 하고 당당할 수 있을때 당당하게 하시게...'
'.... '
'오늘 재수 옴붙었다 생각해도 좋고, 미친 꼰데한테 똥밟는 소리 들었다고 생각해도 좋은데 ... 아껴!
내 보기에 너나 니 여자 친구는 양아치도 깡패도 아니고 진짜 좋은 젊은 청춘인것 같아 ... 그래서
잔소리도
길면 안되는데 길게 하는거야'
어느순간 씩씩거리는 호흡이 잦아드는것이 느껴지더니 가만히 있는것 같아 꺽은손을 풀고 일으켜 세웠습니다
운이 좋은건지 아직 세상이 살만한건지는 몰라도 가만히 내려보더라고요
그래서 웃으며 그랬습니다
'길지? 이제 나도 입 아퍼
여자 친구 놀랬을거 같으니까 집에까지 잘 데려다주고 분하면 다음에 몸도 마음도 누구 앞에서나 당당할 자신이 있고 여자 친구와 자네 자신을 몸도 마음도 간수할 자신이 섰을때 그때 언제든지 와 ...'
'.....'
마무리하고 현관을 나서는데 화단에 둘이 나란히 앉아 서로 이야기 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웃기게도말입니다
그 모습이 너무 이뻐 보이는 겁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딱 한마디 더했습니다
'아저씨 간다 난 여기 관리인이야'
영웅담을 쓴것이 아닙니다
잘난척 하느라 확대 미화해 그린것이 아닙니다
없는일을 소설처럼 그린것은 더 더욱 아닙니다
안타깝고 고마워서 그렇습니다
오늘 제가 운이 좋은게 아니라는 생각이 그렇고 받아들일것은 받아들일줄 아는 젊음이 부러워서
그렇습니다
저 같은 꼴통도 지나고 나니 귀중한 경험이라고 까불지만 경험하지 않아도 되고 일찍 경험하지 않아도 될 그런 경험을 한 그 시간들이 너무도 아쉽고 후회되기 때문이지요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과연 내가 그 젊음을 제압할 힘이 없었다면 그 순간 어른일수 있었을까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운이 나빠(?) 나보다 힘이 더셌더라도 마찬가지고 말입니다
하지만 확실한것은 아무리 세상이 변하고 세상살이 삭막해져 힘이란 놈믜 종류나 형태가 바뀌었다고 해도 그 어떤 종류의 힘의 세기로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배웠고 그게 맞는 것같습니다
아무리 부인해도 사실 같습니다
'힘 없다고 어른이 아닌것은 아니다'
'힘세다고 다 어른이 아니다'
하는 두가지 다른 어른들말이 생각납니다
요사이 저는
사실
당당한 어른이 아니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변명일지 몰라도 너무 현실적일지도 모르고 비겁할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예전의 나로 돌아갈수는 없습니다
전부 다 똑같지 않을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래서 생각해 봅니다
조금은 더 편견을 없애야하지 않을까?
조금은 더 비겁하지는 말아야하지 않을까?
또 한편으로는
나는 힘이 있기는 하고 제대로 쓰기는 하는걸까?
나는 현실적으로 힘있는 어른이기는 한걸까?
오늘밤은 생각이 많은밤 같습니다
2019-6-7 퇴근후 꼬치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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