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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바보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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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큰소리 Mar 25. 2020

오늘도 무사히

뱃속 귀뚜라미 철없이 보채는 해넘이


갑자기 눈 덮힌 나무가 생각나네요

웃기는 저녁인가 봅니다

먹다 남은 새우장에 쇠주 한잔할까 봅니다

태워버린 노트속 기억 찾아 한줄

고기들이 벽속에 갇혔나 봅니다



눈 나리는 외진 고속도로 천국같은 지옥

길가에 천국은 머리속에 낭만을

곧은 도로는 검은 눈이 사랑스런 지옥 미끄럼틀

돌았다

꼭잡은 핸들 감은 눈에 성모님 손길

아무도 없이 눈은 나린다

아마 천국인가보다


기어기어 길가 천국 찾아 돌아선 깜박 눈

놀란 토끼 눈 얼비친 검은 하늘 야속한 하얀 눈

눈 덮인 농로길 에 묻힌 지옥 끝 천국의 미소

붕붕이가 놀랐다

얼은줄 모르는 곱은 손끝 푸근한 담배연기

어둔밤 소리없이 내리는 눈이 하얗게 차갑다

가로등 빛 반짝이는 눈이 왠지 시렵다


멀리 마을 불빛 손에 잡히는 외진 주차장

반기는 짖어대는 강아지 눈 맞아 처진 나무줄기

불꺼진 주차장 온기 돌면 보이는 얼굴

오늘도 무사히

눈 덮힌 트럭들 사이 언덕 위 눈 떨어지는 소리

그리운 얼굴 눈위에 그리는 해넘이

뱃속 귀뚜라미 철없이 보채는 해넘이



                                   2016  언젠지 아무도 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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