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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루묵이 미쳤어요 - 고모의 선물

간나 두드버리기 말고 내말 잘 듣기오

by 바보


집에서 우리집 별미 가지찜을 해서 아이들과 먹다 우연하게도 아버지 생각이나고 고모 생각도 나나 했더니 집사람도 아이들도 나랑 똑같다하네요

타이밍이 기가 막힌것 같습니다

매운 고추는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집이랑 제법 비슷해서요 대문은 아직 그리지 못한 바지락 가지찜 내거고 밑에 있는것은 네이버겁니다



'간나 왔슴둥 ... 어디 봅세'

'아 고모는 나만보면 ... 간나가 뭐야 간나가'

'간나 보고 간나라하지 그럼 뭐라함메'

'고모 나도 이제 애들이 다 컷는데 ... '

'누 나왔오'

'안녕하세요 고모 우리 왔어요'

'아이고 이 에미나이들은 상구도 애질애질하네'

'고모 할머니 난 원래 이뻐 ㅋㅋ'


삼대 독자이신 아버지는 함흥 철수때 혈혈단신으로 아니 고모 식구들과 배를 타고 피난 나오셨습니다

분명히 삼대독자라면서 어떻게 누이가 있지? 하고

뭔가 족보가 이상하단 생각이 드시는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영화같은 사실이 숨어 있었습니다


삼대독자인 아버지에게 누이가 있는 까닭은 함흥 부둣가서 피난 배를 타지 못한 아버지를 아버지가 삼대독자라는 사실을 아시는 아주 먼 친척뻘이던 고모가 당신 집안 모두가 굶어 죽지 않은 이유가 할아버지의 보살핌때문이라는 이유 하나로 자신의 막내딸을 배에서 내리고 그 자리에 아버지를 대신 태우고 내려오셨고 그 이후로 아버지는 감사함에 평생 누이로 삼으시고 대하신 거지요

정말 쉽지않은 거짓말 같은 사실 때문에 고모는 부둣가에 두고온 딸처럼 아버지에게 더 잘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누 이제는 바닷가 나가지맙세 ... 늙었쟁이오'

'이젠 써주는데도 없슴둥 ...'

'그나저나 저 간나 저정도면 됬음 ... 자슥 앞세운 아바이 되는줄 알았즈비 ... 됬슴메 됬슴메'

'애기네 잘 만나 이젠 철좀 들나나 모르겠지만

... 어쩌개씀 '

'저 간나 상구도 사고 치고 다님메? 또 다시 그럼 몽두이로 다리 몽두리를 마숴 버리오'

'.... 애이오 누 걱정이나 하오'

'... ... 나도 이젠 헛떠나스리 크고 작은 병쿠새나 하는거보이 갈때가 되는가보오'

'허 누 무시기 말임메 ... 허소리마오 ... 누 이거 '

'일없음둥 .... 슳다 아직 마이 있다'

'누보니 식해하고 국수 굴픈나네 ㅎㅎㅎ'

'먼저 싱건지 국수로 점슴 드시기오 .... 나종때나 자시깁은거로 제대로 합세'


고모집은 속초에 있는 아파트에서 그때까지도 혼자 사셨습니다

북에 두고온 막내딸 말고도 딸 다섯 아들 하나가 다 장성해 멀지 않은 강릉에 모여 잘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힘있을때까지는 혼자 산다고 고집을 피고 속초에 남아 있는거지요

천하에 고집불통 똑닮은 남매 맞는것 같습니다


'영그이하고 애기네 나좀 봅세'

'왜요 또 뭐 잔소리 할라고'

'간나 날래 오기오'

'뭐 뭐 ... '

'내레 요새 구기가 많다 ... '

'구기가 뭔데? 아버지만 오면 알아 듣지도 못하는 사투리 쓰고그래 ... 고모는 ... 그렇잖아도 강원도 사투리도 헷갈리는데 알아듣게 좀 말해 제발 좀'

'간나 두드버리기 말고 내말 잘 듣기오'

' .... '


'애기네 아밤 잘 드는거 뭔지 아네?'

'예 고모님 만들어 보내 주시는거 위주로 알고는 있지만 아버님도 고모님같이 저희랑 같이 안계셔서 자주 해드리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

'애기네 아밤 안해준다고 구박 주는게 애이고 ...

내가 요새 병쿠새하는거보이 이젠 애기네 아밤 들고 싶은거이 못 만들어 보낼것 가트이 ........

가자미식해 명란젖 창란젖 명태순대 오징어순대 같은거이 애기네가 만들기는 힘드니까 장바닥서 자시깁은거이 사 드시게 합세 ...

짐장이나 싱건지는 담글지 아니까 .. 애기네 아밤 이 간나 둘다 똑같이 부드러운 물괴기 좋아하니까 도루묵 조림하고 멜치회 무침만 지금 내부텅 말로 할테이 둘이서 따라 만들어 보기오 ... 알간'

'고모 무슨 ... '

'어부작거리지 말고 따라 오기오'


그랳습니다

당신 힘이 부치니 음식을 만들어 보낼수 없다는 걸 느꼈는지 아니면 막내딸 대신 동생이 잘먹는 반찬 한가지라도 그 자식들에게 가르쳐 더 오래 먹이고 싶은 누이 마음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그래서 배웠습니다

고모집 놀러와서 배 터지게 먹고가는 대신 그것이 고모의 선물인지도 모르고 주둥이 댓발 내밀면서 배웠습니다 ... 마지막 선물을요

지금은 없어서 못먹는 우리집 별미 도루묵 조림과 멸치회 무침을 말입니다


'누 식해하고 도루묵이 좀 더 주기오'

'도루묵이는 얼린기라 ... 마이 먹기오

멜치는 우정 새박이 팔아온기라 부드럽쟁이오...

어째 저붐질이 그러오 ... 맛없오?'

'고모 할머니 나 도루묵이 더주세요 무도요...

도루묵 얘가 완전 미쳤어요 ㅋㅋㅋ '

'푸하하하 아빠가 만든거다 알고 먹어라'

'신소리 말고 마이 먹기오 ... 갈때 마이 싸 줄테이'

'누 장좀 주기오 ... 멜치랑 비벼 먹기스리'

'아 배불러 난 한숟갈 먹으면 끝'

'어부작 거리지말고 이리 오기오 명태순대 튀겨도 맛있음메 ... 도루묵 알 군기도 있음둥'

'고모 할머니 오징어 불고기 맛있는데 매워요'

'댕기지 가루를 마이 넣었나?

싱건지랑 같이 먹기오 ... 그래도 어피덩 먹으라우'

'할머니 나 배불러 ... 난 진짜 끝 해야지'

'제우 그거 먹고 .. 수좁아서 그럽메?

아바이처럼 염새이질 해야쟁이오'

'할아버지 염새이질이 뭐야?'

'잘 먹는다고... 하민이 우유대신 싱건지 먹으며 할아버지가 비빈 멜치회 비빔밥 한번 먹어봐 ... '

'배부른데 ... 엄마 우유줘'

'기집애는 여기와서도 시키고 난리야'

'웅 와와 배부른데 맛있어 새콤달콤 부드러워 ㅋㅋ

할아버지 며루치 뼈 튀긴것 완전 단짠 단짠이야

... 근데 언니 이거 완전 맥주 안준데 ...'

'진짜 그러네 ... 난 그래도 미친 도루묵이하고 멸치 무침이 짱하고 소주가 최고'

'아 이놈들아 싱건짓 그만하고 밥 이나 더먹어'

'냅두기오 이젠 처여들인데 ...

한잔슥하고 나도 모다가 한잔씩 줘 보기오'

'누 나도 한잔 주기오'


애들 말대로 도루묵이 완전 미쳐 날뛴 저녁 밥상 이었습니다

무에서 우러난 묘한 단맛에 헌법에도 없는 식감은

녹아 없어지는 도루묵살을 더해 명불 허전이고 국물에 파실파실한 밥 한 숟가락 먹다보면 한공기 공깃밥은 어디에 갔는지 없어지고 맙니다

중간 중간 고구마는 김치 한조각에 한숟가락이면 또 밥한공기가 그림처럼 마법처럼 없어지고요

메루치 무침과 멸치회는 무채를 곁들여 한입 싸서 하다보면 또 한공기가 사라지지요

그래도 끝난게 아닙니다

멸치뼈 튀김은 생강채와 간장에 아님 그냥, 도루묵 알은 찐것과 군것이 남았습니다만 그냥 그건 직접 드셔보십시요

국수에 말으면 암만 배불러도 또 들어갑니다 ㅎㅎ


속초에 오면 반드시 한번은 고모가 차리든 알고 지내던 아바이 집에 가서라도 기어코 먹고 먹어야 했던 음식들인데 명태순대 오징어불고기 창란젖 가자미 식해는 고사하고 분명히 다른 식해고 미친 도루묵이고 멸치회 무침이었습니다

내가 배우고 만들어서 그럴지도 모르고 고모의 선물이라서 그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정말 이제는 속초에 갈때마다 한번은 해먹어야하는 음식이 되었고 아버지 고모가 가신 후에는 집에선 쉽게 먹을수 없는 그리움이 되어버린것도 같습니다

그 여름의 귀경후 딱 14개월후 함흥철수때 고향을 등지듯 두고온 막내딸 손을 놓고 대신 둘이서 잡은 손을 꼭잡고 먼 여행을 떠나셨으니까요

미친 도루묵조림 가자미식해 멸치회무침 뒤로하고

그리움이란 기억속 선물만 우리에게 남기고 다신 돌아오지못할 여행을 말이지요





이젠 만들어 드릴 두분 다 안계시지만 피난와서 억척 부리며 한평생 부두에서 생선 창세기 가르는 막일을 하시면서도 육남매는 물론 하나뿐인 동생 못다한 공부시키고 가시는 것도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가신 고모님이 일흔넘은 동생 잘먹는다고 우리더러 만들어 드리라던 마지막 여름 가르쳐주고 가신 선물보따리 미친 도루묵찜 멸치회무침 그리고 멸치뼈튀김은 결국 남은 우리들만의 그리움과 별미 음식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그래도 속초에가면 아니 가끔씩 기억나는 아니 기억하고 싶은 분들과 음식이 있으니까 말이지요


또 생각나는 밤입니다



2020-5-25 성당 휴계실


아버지 고모의 함경도 사투리가 새롭더라고요 ...

기억 나는대로 적다보니 틀린곳도 많겠지만 그래도 아사무사한것들은 인터넷에서 애써서 뒤지고 찾아 그린것이니 틀린그림처럼 찾지 마시고 그냥 그림의 의미만 봐주시기를요


오늘도 덤입니다

속초 아니면 싱싱하지 않아서 힘들더라도 한번은 해 드셔보거나 아님 우리집과는 많이 다르겠지만 선창가가서 사드셔도 좋습니다

(우리집처럼 도루묵 얼려온것도 괞찮습니다)

그럼

대문처럼 왜 완전 미친 도루묵인지 아실겁니다

아! 오로지 저의집 입맛일지도 모릅니다 ㅎㅎㅎ


■ 먼저 도루묵조림 제조법입니다


살이 부드러운 생선입니다

드실만큼씩만 해서 드시는게 좋습니다

살이 뭉게져도 조금 많이하면 좀 싱건이로 자작자작하게해서 드시면서 졸여도 되고요


* 내장을 제거한 도루묵 10마리 기준으로 준비

- 반건조가 꾸덕꾸덕해서 좋고 잘 부서지지 않아

좋다고 하지만 말그대로 부드러운 맛 입니다

개인적으로 냉장고 하루보관 생물을 권합니다

(겨울이 아님 뭐 여름에 냉동도 꽤 괜찮습니다)

- 도루묵 알은 반은 그대로 반은 따로 알집채 빼서

호일에 식용유 살짝 바르고 싸 두십시요

(구을겁니다 - WITH 사이다 또는 콜라 초간장)

- 제철 아닌 얼린 도루묵은 자연해동하거나 조금

녹은후 그대로써야 비린내 없읍니다

단, 집어넣고 졸이면 망합니다 (순서대로)

양념장 만들어 먼저 끓이고 식혀서 식힌 양념을

생선에 묻힌다는 생각으로 약불로 졸일겁니다


* 재료와 방법이 알았으면 양념간장을 만듭니다

- 10마리 기준 간장을 만듭니다(지면상 이상한

밥냄새를 참조 하십시요)

- 간장에 생강 반개 조금더 잘게 쪼사 넣으십시요

- 대파채 진짜 두조각(손가락 크기) 준비합니다

- 고춧가루 세수푼, 쌈장 설탕 물엿 반수푼정도,

콜라를 물컵반잔정도, 소주 한잔, 마늘 들기름

작은 한수푼 넣고 잘 섞습니다(양념간장 끝)


* 냄비 바닥에 들기름을 살짝 두릅니다

무를 좀 크게 잘라 바닥에 도톰히 두세겹 깝니다

(맨 밑 무가 좀 타도 괜찮습니다)

단, 바닥 무까지는 양념장을 붓고 물을 두컵정도

부어서 졸이면서 끓이고 식혀 둡니다

* 양파채.파채를 무위에 낭창낭창 깔듯이 넣습니다

* 감자나 고구마도 나박 나박 잘라 준비 합니다

(개인적으로 고구마 추천 합니다)

* 양념간장이 무가 잠길정도로 자박자박해지면 그

위에 도루묵을 양념간장을 넉넉히 발라 넣습니다

(잘라논 고구마를 중간 중간 넣으며 넣습니다)

물과 간장이 다시 끓으면 남은 간장과 물로 간을

맞추며 졸이면 됩니다 - 졸아도 약불

(찌듯이 약불로 졸이십시요)

TIP - 간은 물과 간장으로 중간 중간 보충합니다

* 아까남은 알 반을 구어서 같이 드시면 됩니다


■ 멸치회.무침 제조법입니다


역시 부드러운 생선(?)입니다

드셔보지 못했다면 이해불가입니다만...

올여름 꼭 드셔보십시요

단짠단짠 며루치뼈 튀김, 새콤달콤 멸치회무침과 담백 지존 멸치회 제조법입니다

생각보다 쉽습니다


* 멸치 대가리 지느러미 꽁지를 가위로 제거합니다

- 멸치 내장은 마른 멸치 똥 빼듯이 배지를 가르고

손가락으로 밀면 그대로 빠집니다

- 채반에 멸치를 넣고 찬물 샤워기로 물기를 뺐다

쏘였다하며 비늘을 떨어냅니다

빨간 살 나올때까지 합니다

(손으로 문지르면 망합니다 - 절대금지)

- 멸치를 막걸리에 담궈둡니다

(기름기가 뜰때까지 합니다- 오래함 맛없음)

- 말 그대로 회고 멸치도 생선입니다

등뼈를 발라냅니다(과도나 손가락이 딱입니다)

생각보다 멸치는 큽니다

- 살과 뼈를 물에 헹궈서 냉장고에 보관합니다

* 도루묵이나 멸치는 살이 연합니다

먹을 만큼 해서 드시는것이 팁입니다


* 양념고추장을 만듭니다

- 간장은 제가 가르쳐드린 간장에 고추냉이 조금

식초 생강 조금 첨가해 식성에 맞게 조제

- 명태회냉면 고명 생각하시면 딱입니다

(조금 더 새콤달콤한 고추장입니다)

고추장.식초 각 세수푼 정도, 양이면 설탕.파

쪼사서 한수푼 정도, 마늘 쪼사서.통깨 넣고 잘

섞어둡니다

(쌈장.간장.설탕 더.생강.와사비는 옵션입니다)

(참기름은 절대 금지입니다-넣는 순간 땡)

* 찍든 붓든 맘대로 드시면 됩니다


** 무침입니다

국수에 비벼도 밥에비벼도 소주를 곁들여도 됩니다

- 미나리.부추를 잘 씼어(새끼손가락 크기)자름

- 양파채를 만들어 잘라둡니다

- 상추.깻잎.무를 채로 만들어 둡니다

(오이는 물이 많아 저희는 안씁니다-무채 강추)

(청양고추도 좋다는데 우리집은 안 먹습니다)

- 다 집어넣고 무치십시요

단, 세게 주무르면 망합니다

- 간은 간장과 식초로만 하십시요

- 드시면 됩니다

TIP - 멸치 뼈 잊지않으셨지요

그냥 튀기십시요(장어뼈 튀김생각하시면 됨)

- 기름 털어내고 소금 설탕을 뿌려 드십시요

(이번엔 맥주 생각 납니다)

- 멸치살을 튀겨도 고소합니다

(여러가지 응용해 먹어도 굿입니다)


나머지는 다음기회에 만나보기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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