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우리집 별미 가지찜을 해서 아이들과 먹다 우연하게도 아버지 생각이나고 고모 생각도 나나 했더니 집사람도 아이들도 나랑 똑같다하네요
타이밍이 기가 막힌것 같습니다
매운 고추는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집이랑 제법 비슷해서요 대문은 아직 그리지 못한 바지락 가지찜 내거고 밑에 있는것은 네이버겁니다
'간나 왔슴둥 ... 어디 봅세'
'아 고모는 나만보면 ... 간나가 뭐야 간나가'
'간나 보고 간나라하지 그럼 뭐라함메'
'고모 나도 이제 애들이 다 컷는데 ... '
'누 나왔오'
'안녕하세요 고모 우리 왔어요'
'아이고 이 에미나이들은 상구도 애질애질하네'
'고모 할머니 난 원래 이뻐 ㅋㅋ'
삼대 독자이신 아버지는 함흥 철수때 혈혈단신으로 아니 고모 식구들과 배를 타고 피난 나오셨습니다
분명히 삼대독자라면서 어떻게 누이가 있지? 하고
뭔가 족보가 이상하단 생각이 드시는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영화같은 사실이 숨어 있었습니다
삼대독자인 아버지에게 누이가 있는 까닭은 함흥 부둣가서 피난 배를 타지 못한 아버지를 아버지가 삼대독자라는 사실을 아시는 아주 먼 친척뻘이던 고모가 당신 집안 모두가 굶어 죽지 않은 이유가 할아버지의 보살핌때문이라는 이유 하나로 자신의 막내딸을 배에서 내리고 그 자리에 아버지를 대신 태우고 내려오셨고 그 이후로 아버지는 감사함에 평생 누이로 삼으시고 대하신거지요
정말 쉽지않은 거짓말 같은 사실 때문에 고모는 부둣가에 두고온 딸처럼 아버지에게 더 잘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녹아 없어지는 도루묵살을 더해 명불 허전이고 국물에 파실파실한 밥 한 숟가락 먹다보면 한공기 공깃밥은 어디에 갔는지 없어지고 맙니다
중간 중간 고구마는 김치 한조각에 한숟가락이면 또 밥한공기가 그림처럼 마법처럼 없어지고요
메루치 무침과 멸치회는 무채를 곁들여 한입 싸서 하다보면 또 한공기가 사라지지요
그래도 끝난게 아닙니다
멸치뼈 튀김은 생강채와 간장에 아님 그냥, 도루묵 알은 찐것과 군것이 남았습니다만 그냥 그건 직접 드셔보십시요
국수에 말으면 암만 배불러도 또 들어갑니다 ㅎㅎ
속초에 오면 반드시 한번은 고모가 차리든 알고 지내던 아바이 집에 가서라도 기어코 먹고 먹어야 했던 음식들인데 명태순대 오징어불고기 창란젖 가자미 식해는 고사하고 분명히 다른 식해고 미친 도루묵이고 멸치회 무침이었습니다
내가 배우고 만들어서 그럴지도 모르고 고모의 선물이라서 그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정말 이제는 속초에 갈때마다 한번은 해먹어야하는 음식이 되었고 아버지 고모가 가신 후에는 집에선 쉽게 먹을수 없는 그리움이 되어버린것도 같습니다
그 여름의 귀경후 딱 14개월후 함흥철수때 고향을 등지듯 두고온 막내딸 손을 놓고 대신 둘이서 잡은 손을 꼭잡고 먼 여행을 떠나셨으니까요
미친 도루묵조림 가자미식해 멸치회무침 뒤로하고
그리움이란 기억속 선물만 우리에게 남기고 다신 돌아오지못할 여행을 말이지요
이젠 만들어 드릴 두분 다 안계시지만 피난와서 억척 부리며 한평생 부두에서 생선 창세기 가르는 막일을 하시면서도 육남매는 물론 하나뿐인 동생 못다한 공부시키고 가시는 것도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가신 고모님이 일흔넘은 동생 잘먹는다고 우리더러 만들어 드리라던 마지막 여름 가르쳐주고 가신 선물보따리 미친 도루묵찜 멸치회무침 그리고 멸치뼈튀김은 결국 남은 우리들만의 그리움과 별미 음식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그래도 속초에가면 아니 가끔씩 기억나는 아니 기억하고 싶은 분들과 음식이 있으니까 말이지요
또 생각나는 밤입니다
2020-5-25 성당 휴계실
아버지 고모의 함경도 사투리가 새롭더라고요 ...
기억 나는대로 적다보니 틀린곳도 많겠지만 그래도 아사무사한것들은 인터넷에서 애써서 뒤지고 찾아 그린것이니 틀린그림처럼 찾지 마시고 그냥 그림의 의미만 봐주시기를요
오늘도 덤입니다
속초 아니면 싱싱하지 않아서 힘들더라도 한번은 해 드셔보거나 아님 우리집과는 많이 다르겠지만 선창가가서 사드셔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