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 학교앞에서 친구들이랑 먹는게 더 맛있단 말이지 ... 이것도 맛있지만 좀 맵네'
'천천히 많이 먹어라'
'아빠... 어차피 하민이 새끼 같이 왔어도 하나도 못 먹겠지?... 덴뿌라 국물도 매운데 뭘'
'왜 신경 쓰이니? ... 너는 그래도 친구들이랑 같이 분식점도 가고 여기저기 먹으러 다니지만 하민이는 하다못해 라면도 잘 못먹잖니 ... 너도 아빠 엄마 딸이지만 아빠 엄마는 니동생도 딸이고 가족이라 좀더 클때까지는 어쩔수가 없단다 ... 그래도 이제 많이 나아져서 라면도 먹고 이것 저것 주전부리도 하잖아 ㅎㅎㅎ'
87년 다 늦게 결혼했으니 대략 삼십년도 훌쩍 지난 사기로 만든 작은 밥공기라 깨지고 낡아서 열개도 남아있지 않지만 우리애들보다 더 나이먹은 우리집 식구 같이 정이든 놈들입니다
근데 말입니다
지금은 오래된 밥공기를 말하려는게 아닙니다
세상에서 제일 웃기는 공깃밥을 말하려는거지요
뭐든 채우면 사랑이되는 이상한 공깃밥을 말하고 싶다는 뜻이기도하고 말이지요
국대접엔 고기도 없는 육계장처럼 아무것도 없고 밥공기엔 밥대신 양념된 육계장 고기만 담겨나온것처럼 밥도 밥이지만 수많은 정과 추억이 담겨진 우리 식구처럼 할아버지처럼 가족처럼 항상 같이 있는 자매처럼 밥 한숟가락을 같이 먹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정말 이상하겠지만그런 공깃밥이,
뭘 채우든 사랑이되고 가족이되는 웃기는 공깃밥이 우리집에는 있다는 말입니다
무튼
이날도 밥이 담기면 참 이상한 공깃밥이 되었고 또
고기 고명만 담기면 참 이상한 공깃밥이 되었다가 살짝 익은 육회 비빔밥이 담기면 웃기는 공깃밥이 되는 가족의 사랑을 담은 공깃밥 이었습니다
'.....엄마 나 밥 조금만 더 줘'
'왠일이래? 니가 밥 더달라고 하게?맛있니?'
'쟤가 공깃밥 더 달라고 하는거 보니까 됬즈비 ... 아가도 퍼뜩 와서 같이 함세'
'엄마 정말 대박인데 난 두부는 좋은데 파는 싫고 할아버지처럼 국에 고춧가루에 무친 고기 넣어줘'
'할아버지 드시게 니들은 이제 그만 수육먹어...'
'냅둬라 ... 잘 먹으니 참 좋다'
'아버지 저도 하민이 이렇게 공깃밥 먹는거 첨 봅니다 ... 오히려 탈 날까봐 걱정이 드네요'
'엄마 오늘 육계장은 좀 맛있네'
'육계장이 아니라 가릿국밥이래'
'아버님 모자르시죠...꽁치조림도 좀 드셔보세요 애들이 이렇게 먹을줄 몰랐어요...'
'아가야 양푼 좀 가져오너라'
'아버지 밥 비비시게요?그렇다면 민정엄마 나도 ... 아버지랑 같이 비빌까?'
'아빠 나도 한숟갈만 먹을래'
'너 육회도 먹을수있어? 육회도 넣을거야'
'할아버지가하면 뭐든 맛있기는 한데 ... 그럼 육회 볶아서 넣으면 안되?'
'비싼 육회를 왜 볶아'
'와 이것도 대박 ... 고기가 살짝 익었나봐 ... 두부가 완전 대박이야 대박 ... 하민아 너도 한숟가락만 먹어봐 완전 짱이야'
'하민이는 엄마랑 육회말고 삶은고기 쪼사서 따로 비벼 먹자 ... 그래도 맛있을거 같은데?'
'난 배부른데 ...'
'그래도 이번 맑은 육계장은 맛은 성공했네'
'맑은 육계장이 아니고 가릿국밥 이래 바보야!'
아버지의 사랑이 변해버린 하얀 육계장으로 가족의 사랑과 추억이 또 한겹 쌓이는 순간이었습니다
정말 감사하고 고맙고 그리운 선물입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행복합니다
같이 모여 추억도 같이 먹을수 있어 행복합니다
서로의 잘못도 용서할수 있는 용기같은
그런 음식을 함께 먹으며 나눌수있어 행복합니다
우리가족 모두 맛난 선물보다는
아버지가 그립겠지만 그래도 행복할겁니다
잊지않고 기억하는 우리보고 아버지도 그렇겠지요 어쩌면
간나 간나하고 계실지도 모르지만 분명히 웃으시며 오늘은 고모가 해주시는 진짜 함경도식 가릿국밥을 드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유월인데 벌써 덥습니다
삼계탕이 벌써 마트에 나오기 시작했구요
마트에 나온 기획 삼계탕을 보면서 아버지 생각이 문득 들어 손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아무래도 애들을 먼저 꼬셔야 집사람도 꼬셔서 육계장을 만들어 먹으며 또 한잔의 추억을 만들어 가슴에 넣을수 있을 것같습니다
오늘은 맑은 육계장에 사랑의 공깃밥 콜!입니다
가족 모두 소주 한잔도요
아빠같은 시아버지인 아버지가 천국인지 어딘지는 모르지만 훌쩍 가셨을때 누구보다도 서럽게 울어서 더 슬픈 장례식으로만들었던 안해와 우리 아이들 선물처럼 주고가신 맑은 육계장을 애석하게도 전 만들지 못합니다
왠만한 음식은 집사람만큼은 저도 할줄 아는데 이것 만큼은 고모에게서 제대로 배우지 못해그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