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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바보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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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큰소리 Jun 03. 2020

슬프지만 살아야 한답니다

생의 첫날처럼 말이예요


아는데 아무런 말없이 또 그냥 나와버렸네요

아이들이 챙기겠지만 아직도 참 바보 같습니다

이제 겨우 고마움과 소중함을 알게 되었는데 아직 마음의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비우지 못했나봅니다

지금은 그냥

가득 채워주지는 못하더라도 부끄럽지는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아직도 마음만 .......



간밤 찬바람 이불깃을 여미게 하더만

금계국이 날개를 벗었네

좋은 시절 풀어헤칠 아름다운 하늘이 있는데

바람도 가만가만 불어주는데

햇볕 따가워 눈마져 시큼한건가

어찌이리 허전하고 슬퍼지는걸까요

버려지는 이시간이 슬픈건걸까요

바보라서 슬픈건걸까요

그래도

꽃은 피고 있는걸보니

아마 슬픈것만은 아닐지도 모르겠답니다


바람에 날리는 말라버린 대나무 잎보며

자조하는 나에게 바람이 와 주네요

되돌릴수 없는 지나간 시간의 그리움보다

멀리 자전차 탄 아이의 이유모를 즐거움

평화로운 마음 그리는 바람난 꽃의 향기

문득 생각나게하네요

남은 생의 첫날은 오늘이라는 말이요

여름 매미 울음소리 선물처럼 찾아오겠지요

지금 바보처럼 슬프지만 살아야 한답니다

생의 첫날처럼 말이예요



                      2020-6-3  마눌님 생일인데 로비



이해인님의 '남은 생의 첫날은 오늘이라는' 싯구를 인용했음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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