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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바보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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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큰소리 Nov 17. 2021

국화 4

일년 피고 갈 국화와 다르지 않다는것을


그렇게 권세 좋게 두얼굴들을 가지고 작당질하면서 유세를 떨더니 여전한 제 웃음에 열 받았는지 제가 나가기도전에 먼저 한분은 잘했다고 상(?)을 받고 고향 앞으로 하시게 되었다고 여기저기 모두들 사필귀정이라고 좋아라 하네요 

당연히 통쾌해야 하는데 어쩐 일인지 전 기분이 썩 유쾌하지 않은것 같습니다

이유는 알것 같은데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쉽게 변하지도 않겠지만 마음 속에 꽉 차버린 쓰레기는 버리고 조금 아주 조금만이라도 어른다워   으면 좋겠습니다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다같이 천년을 살았는데 다같은 고목은 아닌것 같습니다 출저는 다음입니다



얇은가지 구절초 소소한 눈웃음 다정도하다

왕따도 아닌데 비껴가는 바보들

나만 바보가 아닌가 더한 바보들이 모여있었


나이먹은 나무도 꽃을 피운다지만

세월 먹은 나무 가지 아무리 잘났어도 노목이더라

비켜가는 잔바람에 회초리 자국만 남는다네

어디갈지 몰라도 지나는 바람 붙잡아

꽃피고 뻗어나던 설레발 세월이 언제때냐 묻거든

등 떠밀어 가기전에 금방이라 전하라 하더이다

해질녘 황혼이 아름다운건 숨기지 않아도 알고

밑둥 아무굵어도 마른 뿌리 어쩔수 없다는건

지나는 바람은 벌써 알고 있었

일년 피고 갈 국화와 다르지 않다는것을

 

국화향 풍월 읊는 소리 좋기만한 세월

바스락 부서지는 낙엽들 사이 피고지는 들꽃처럼

한시절 나는 국화향 썩어가는 목 부럽지 않다네

  


                                    2021-11-16  기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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