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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큰소리 Feb 23. 2022

코로나 걸린 냉장고

우유 한잔 탈옥한 냉장고 봄 바람도 새롭게


오랜세월 같이 한 놈이 아픈가 봅니다

이제 다 끝났는데 지도 가족이라고 빨갛게 열나고 기침을 자꾸하네요

사람도 아닌데 사랑을 아는가 봅니다




세상 보는 유리창 때가 꽃으로 피어났다

따스한 햇빛 키 큰 두문을 열면

추억 주머니 기다렸다는듯 그  그대로

다 알고 있으면서 끝까지 모른척 장을 하면

달달쌉살한 그니 눈 닮은 꽃망울

아내도 자욱 남긴 김치조림 빨갛 빨갛게

먹으 뜨거울까 두려운 아이처럼

못본척 치즈 한조각 마술 지팡이만 조물락 조물락

행복한 햇볕 봄 마중 나간다


우유 한잔 탈옥한 냉장고  바람도 새롭게

빨간 열꽃이 피어나 버렸네

울고 웃던 쌈지 돈 있는듯 없는듯

오랜 세월 해로한 새우도 아니고 두팔 벌리면

행복 가득 개나리 닮은 꿀 단지

아픈 아이처럼 숨가빠 재채기 쿨럭 쿨럭

정든 망아지 걱정하는 산쵸처럼

주인은 멀정한데 애먼 하늘보고 소리친다

 코로나 걸렸대요




                                      2022-2-23  주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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