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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바보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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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큰소리 Aug 31. 2022

벽장문을 열어보니

옷 먼지만큼 많은 내 인생이 거기 있었네


막내놈 상견례 양복을 사기전에 넥타이를 찾고 버릴것은 버리려고 옷장 아닌 건넌방 벽장문을 열어봤습니다

몇번에 걸쳐 버렸음에도 넥타이 와이셔츠 벨트 지갑 등등이 추억처럼 쏟아져 나오네요

아버지가 처음 사주시고 타이 매는법을 가르쳐주던 1번 넥타이도 있고 월급 타 제 돈 주고 처음 산 넥타이 여식이 처음 선물한 넥타이 등등도 보이고 연애할때 안해가 처음 사서 선물한 심플한 넥타이 핀 세트도 보입니다 ㅎㅎ

전부가 아니라 이번엔 진짜 웬만큼 버려야 합니다

근데 말입니다

그게 쉽지가 않습니다 ...

진짜 별게 다있습니다



교생 실습 어리버리 타이 매기 어려워 벗었지

허물벗은 단벌 양복은 어디 갔을까

왔다리 갔다리 뛰어다니던 얼치기 영어선생

놀려먹던 단발머리 환갑이라 무상

지천명 바라보는 타이만 남아 반갑다하네


입가에 묻어나는 그리움 아는 미련 한조각

하얀 와이셔츠 누렇게 삶에 찌들어

버리지 못한 나이테 켜켜이 서랍 한가득 아쉬움

언제나 한번 더 입어볼까 들켜버린 속마음

옷 먼지만큼 많은  인생이 거기 있었네


버릴 놈 이쪽 남길 놈 저쪽 갈라 버리자 했지

나보다 안해의 기억은 버릴게 없다

몇번이나 더할까 벽장털어 그리움 버리기

속절없는 말 다툼 언제나처럼 또 약속

다음번엔 정말 버리자고 웃으며 서로를 보네



                  2022-8-30  성과없는 그리움버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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