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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무 Mar 29. 2023

중년이 지나 살아보니 쓸데없는 것 3가지

실내운동기구도 그중 하나

Photo by freestocks on Unsplash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어느 정도 지혜로워지는 것이라는 말에 동의합니다. 당연히 모든 것을 깨닫는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지난 세월 동안 저지른 무수히 많은 실수를 통해서 내가 해야 할 말과 안 해야 할 말을 구분할 줄 알게 되는 것이라 짐작합니다. 그러니 나 자신이 과거에 실수한 것을 생각하면 이불킥을 하고 싶어 지는 거겠지요. 


어제는 아내가 퇴근하면서 좋은 일로 외부 방문을 했다가 집에 돌아왔습니다. 아내가 집에 도착하니 밤 10시 45분. 저는 아이들 챙기고 막내 밥 먹이고 하는 등 아이들 돌보느라 그 시간까지 나름 고생했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생각보다 애들 세명 돌보는 건 신경 쓰이고 스트레스 쌓이는 일이죠. 그래서 기분이 좀 별로였나 봅니다. 말이 친절하게 나오지 않더군요. 그리고 그녀가 이것저것 말해주는 것에도 주의를 집중하지 않고 신경 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쫌생이네요.


배우자와의 다툼은 완전히 무의미합니다. 가장 크게 싸웠던 경험 10회를 생각해 볼까요? 아마도 수십 번을 싸웠겠지만, 가장 크게 싸웠던 경험 3번도 기억하기 어려울지 모릅니다. 특히, 왜 싸웠는지 정확하게 기억나나요? 이렇듯, 몇 개월만 지나면 무의미할 자존심 싸움으로 세상에서 가장 친밀하고 애정해야 할 배우자와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다는 것. 생각해 보면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는 SNS를 거의 하지 않습니다. 페북이나 인스타를 하지 않고, 트위터는 글을 쓰면 링크를 올리는 것에만 사용합니다. 그런데 얼마나 많은 페북 팔로워가 있고 친구가 있는지 숫자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아주 넘쳐나죠. 생각해 보면 그 사람들이 나의 장례식에 올 사람들은 아닙니다. 심지어 내 생일파티에 초대할 사람들도 아니죠. 평생 얼굴 한번 보지 못할 사람들입니다. 사업적으로 뭔가를 하기 위해 사람들을 모았다면 그럴 수 있겠다 싶지만, 그러면 또 그 사람들을 돈으로 취급하는 거 아닐까요?


나의 가족과, 나의 가장 진실한 친구 5명. 이렇게 소수의 진짜 친구를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 더 시간을 사용하시면 좋겠습니다. 팔로워의 숫자가 오르고 내리는 것에 일희일비할 필요 없습니다. 거기에 추가로 내가 SNS에 사용하는 시간도 잘 조절하면 좋겠습니다. 남이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해 그렇게 궁금할 이유가 있을까요? 내가 그 사람과 절친인 것도 아닐 텐데. 남이 어떻든, 나 스스로의 방향대로 성장하면 그만입니다.


제가 구매한 것 중에 가장 쓸데없는 물건은 실내 운동기구였습니다. 2종을 구입했는데, 하나는 윗몸일으키기 장비였고, 다른 하나는 로잉(노젓기) 장치였습니다. 헬스장을 가지 못하는 코로나 한창인 시절에 구입했지만, 실제 사용은 한 달도 하지 않았죠. 다음으로 쓸데없는 물건은 자외선 이불 살균기였습니다. 아이들이 아가였을 때 침대 진드기가 위험하다고 해서 구입했는데 10번도 사용하지 않고 몇 년 후에 결국 버렸죠. 그다음은 보풀제거기였습니다. 보풀이 생기는 옷이 많아지면서 구입했는데, 사실 애초에 비싼 옷을 구입하지 않는 성향이라 보풀이 많이 생기면 그냥 옷 재활용 박스로 고이 보내주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우리가 구매하는 물건들 중에 거의 절반은 정말 쓸데없는 물건들입니다. 있다면 더 편하고 즐거울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구매하지만, 실제로는 불편하고 관리시간만 더 들어가는 그런 물건들. 또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구매한 사치품들. 나를 부자처럼 보이게 꾸며주는 상품들. 사실 내 인생에 쓸모없는 물건들이 참 많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 나의 가장 소중한 자산인 시간을 사용했다고 생각하면, 그 쓸모없는 것들을 구입하기 위해 내가 살아가는 인생의 시간의 일부를 지불한 것인 셈입니다. 구매할 때 한번 더 생각하고 결정해서 내 인생의 불필요한 물건을 쌓아놓지 않는 사람이 되면 좋겠습니다.


대신 꼭 필요한 것 한 가지를 마지막으로 첨언하자면, 자신이 하는 말을 조심해야 합니다. 너무 쉽게 뱉어낼 수 있지만 절대 주워 담을 수 없는 것이 말입니다. 뭔가를 반응적으로 말하고 싶을 때 그걸 참는 연습을 한다면 다툼과 원망과 미움에서 열 걸음은 떨어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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