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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무 Mar 27. 2023

오늘이 바로 내 남은 여생의 첫날

세상을 바꾸는 선택의 힘

Photo by Hillie Chan on Unsplash


어제는 동료 교사 모임이 있었습니다. 주일학교 고3 학생들을 담당하고 있는 선생님들이 모여서 어떻게 아이들을 더 잘 보호하고 가르칠지에 대해서 같이 고민하는 시간이었죠. 나이대가 참으로 다양했는데, 서로 다들 선생님이라고 말하기는 하지만, 60대, 50대, 40대, 30대, 20대가 모두 포함된 기묘한 모임이었습니다. 저는 50살이니 50대의 2명 중 하나였고요, 가장 나이가 어린 선생님은 대학교를 다니는 24살 청년이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2023년 한 해 동안 고3 학생들에게 인생의 선배로써 경험을 공유하고, 조언을 나누며 새로운 1년을 동고동락할 것입니다. 내가 교사로 봉사하겠다는 선택과 결심을 하지 않았더라면 절대 오지 않았을 오늘입니다. 오늘이 바로 내 남은 여생의 첫날입니다. 과거의 살던 방식을 유지할 것인지, 원하는 부분은 바꿀 것인지 결정할 수 있는 바로 그 순간이 바로 오늘입니다. 우리의 고3 아이들도 오늘을 기점으로 남은 수능까지의 9개월을 어떻게 보낼지 결정할 자유가 있습니다. 나는 선택을 할 자유가 있습니다.


선택에는 어마어마한 힘이 있습니다. 과거로 돌아가 아주 작은 무언가를 바꾼다면 2023년의 지금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칠까 상상해 본 적이 있습니다.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전에 경고 전화 한 통을 내가 할 수 있었다면 생존하게 될 300여 명의 사람들이 바꾸는 미래란 얼마나 어마어마할까요? 하지만 과거의 선택들이 그만한 영향이 있다면 오늘 내가 할 선택들도 그만큼의 커다란 결과의 변화를 미래에 줄 수 있다는 것도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 각자는 모두 미래에 대단한 영향을 끼치는 결정과 선택을 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을 위한 세상을 바꿀 수는 없을지 모르지만, 누군가의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 내가 오늘 아침에 마주친 청소하시는 분에게 따뜻한 인사를 건네 그녀의 하루를 기분 좋게 바꿀 수도 있고, 내가 담당한 아이들에게 카톡으로 지난주 모의고사 치느라 수고 많았다고 다독여 하루의 기분을 업시킬 수도 있겠죠. 전공에 대한 고민을 하는 아이들에게 힘내라고 위로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따뜻한 마음의 나눔은 한 사람의 하루를 변화시킬 것이고, 그것이 나비효과가 되어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을 보듬어 줄지 모릅니다. 그러니 우리는 누군가의 하루, 누군가의 세상을 바꿀 능력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실수와 실패를 했는지는 사실 큰 상관이 없습니다. 이미 벌어진 일인걸요. 하루를 날렸거나, 기회를 날렸어도 상관없습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자신이 달성한 것과 쟁취한 기회들입니다. 내가 한 일이 중요한 것이고, 내가 하지 않은 일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내가 선택하고 실행한 일들만이 결국 나의 인생을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내 인생은 결국 나의 선택의 총합이고 내가 보낸 시간의 총합입니다.


먼 훗날, 죽음 앞에 서면 정말 모든 것들은 의미를 잃게 될 겁니다. 어떤 사람들은 죽음을 절망의 근원으로 생각하지만 저는 희망의 근원이라 생각합니다. 언젠가는 죽을 테니, 그전에 나는 인생에 의미가 있는 것들을 마음껏 찾아서 해보고 싶다는 희망의 근원이죠. 실수해도, 실패가 있어도 괜찮아. 좀 창피하면 어때. 마지막 순간이 오기 전까지 난 조금이라도 더 의미가 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재삼 다짐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죽음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러니 오늘도 행복하기를 선택하겠습니다. 굳이 소중한 내 여생의 시간을 아쉬움과 슬픔으로 채우지 않겠습니다.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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