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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무 Apr 11. 2023

영국 엔지니어 아저씨의 지혜

샤우팅 금지!

Photo by Sophie Dale on Unsplash


10여 년 전에 영국계 회사에 근무할 때의 이야기입니다. 그 회사는 각종 보안 제품을 제작하는 회사였는데 이번 제품은 진동센서였습니다. 팔뚝만 한 길이의 나사못처럼 생긴 센서를 땅에 박아 넣으면 주변 몇십 미터 반경에 사람, 동물, 자동차, 오토바이, 탱크 등이 지나갈 경우 땅의 진동을 감지해서 본부로 무엇이 지나갔는지 정보를 전송하는 제품이었죠. 침입감지 시스템의 일종이었습니다. 육군교육사령부에 시연을 하고자 영국에서 흰머리 가득한 엔지니어가 방문했습니다.


근데 통신을 위해 3G 심카드를 넣었는데 데이터 전송이 안되는 거예요! 주변에 중령, 대령 들이 기다리고 있고, 군부대 안에 들어오기 위해 서류작업한 것만 해도 산더미에, 영국에서 자주 출장 올 수 있는 엔지니어도 아니었으니 정말 무지막지하게 속이 탔습니다.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데 영국 엔지니어 아저씨의 반응이 가관입니다. 어깨 으쓱~, 씨익~, 끝.


그리고 하는 말이 모든 것을 준비하고 시도했지만 실패했다면 이럴 때도 있구나 하고 웃어넘기라고 합니다. 화내고, 안달 내도 소용없다며 말이죠. 일이 잘못될 때 화내는 것은 가장 쉬운 선택입니다. 하지만 진짜 세상에 임팩트를 만들고 동료의 신뢰를 얻는 사람들은 자신이 통제 가능한 부분에 집중합니다. 그 첫 단계는 내 감정을 관리하는 것이죠.


문제가 생기면 해결을 위해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 동료들의 스트레스와 히스테리에 내 몫을 더하지 말고 팀이 안정되도록 다독일 수 있어야 합니다. 부정적인 상황에서 긍정적인 부분을 짚어낼 수 있어야 하고, 실패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합니다. 화를 내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내 감정의 분출 외에 문제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물론 그래도 화가 날 수 있겠죠. 그럼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지고 밖에 멀리 나가서 있는 힘껏 하늘에 대고 소리 지르고 돌아오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사람에게 소리치고 화를 내면 마이너스 감정 백배로 돌아오겠지만, 하늘이나 베개에 샤우팅 하는 것까지는 아무도 뭐라 하지 않을 테니 말이죠. 자리를 비울 수가 없을 때는 최대한 크게 숨을 들이셨다 내쉬는 것을 10번 반복하면 풀리기도 합니다. 잘 풀어버리는 것도 능력이니 한번 연습해 보세요.


문제가 생기면 으쓱~ 하고 넘기는 능력을 더 키워야 할 것 같습니다. 이걸 사회생활 초반에 알았더라면 쓸데없는 걱정이 반이 줄었을 텐데 40대가 넘어서야 몸에 익었으니 좀 아쉬움이 남습니다. 확실히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자연히 더 많은 인풋을 접하게 되고 깨달아지는 것들이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링크드인(linkedin.com)을 들어가 살펴보니 이 아저씨도 은퇴하셨네요. 헐. 이번달에 은퇴하셨네요. 대체 몇 살까지 일하신 거지? 대학 졸업 연도로 역산해 보면 대충 65세쯤 되시는 것 같은데 대단하시네요. 그때 본 기억에 따르면 아주 긍정적인 마인드로 열심히 사셨을 거 같아서 간접적으로나마 진심으로 은퇴를 축하드리고 싶습니다. 에드워드 씨, 은퇴 축하해요~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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