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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무 May 03. 2023

어제는 내가 화를 내서 미안해, 아들

실패에 대한 두려움

Photo by Jonathan Borba on Unsplash          


며칠 전에 초등 아들에게 영어를 가르칠 때의 일입니다. Explain과 Example의 발음과 뜻을 계속 헷갈려하는 거죠. 아니 이렇게나 다른 단어인데 어떻게 이걸 헷갈릴 수가 있지??? 리딩 부분을 넘어가서 문제 페이지에서도 계속 모르겠다고 물어보는데 갑자기 화가 나서 책상을 탕탕 치면서 제대로 단어를 집중해서 보란 말이야! 외치고 말았습니다. 아… 아이 영어교육에 실패한 느낌…


저는 어렸을 때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성적이 70점대가 나오면 아주 그렇게 좌절했더랬습니다. 수(90점대)는 못 받아도 우(80점대)는 받아야 정상적인 학생이 아닌가 하고 우울해했습니다. 발표시간에는 떨려서 발언을 하기도 어려웠죠. 귀신이나 상어 같은 것에 두려워하지는 않았지만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꽤 컸던 것 같습니다.


100대 1이상의 경쟁을 뚫고 공채로 첫 직장을 들어갔을 때, 7개월쯤 근무했었는데 회사 회식 후 술병으로 첫 지각을 하고 말았습니다. 도저히 직장 상사들의 시선을 견딜 수가 없어서 사표를 제출하고 말았습니다. 물론 퇴직의 사유에는 그 사실이 아닌 다른 것을 쓰기는 했지만 발단이 된 사건은 지각이었죠. 지금 돌이켜보면 왜 그런 사소한 실패에 그렇게까지 반응했는지 모르겠습니다.


퇴직의 이유야 많았죠. 섬유 업종보다는 IT 업종에서 일하고 싶었고, 근무하는 층의 대빵인 본부장님이 군부대 영업 출신이라 거의 매일 전투적으로 회식하는 것에 지쳤고, 나에게 떨어지는 일은 대기업이라 그런지 아주 사소한 문서작성에 불과할 뿐이었고, 신입사원 연수에서는 그렇게 열심히 정보를 받아들이려 했던 제가 몇 개월 만에 퍼져버린 것도 스스로 용납할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실패라는 것은 우리 자신의 탓으로 돌리게 되는 경향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더 세상을 살아보고 돌아보니 항상 그렇지는 않습니다. 핸드폰이 어느 날 갑자기 작동되지 않는다면 그게 내 탓인가요? 아니면 핸드폰에 문제가 있나 싶어 서비스센터에 가야 하는 걸까요? 내 탓일 가능성보다는 핸드폰이 오래되어 망가진 탓이라는 게 더 타당하지 않을까요? 내가 내동댕이쳤다면 그건 다른 이야기입니다만.


그때 사표를 제출한 것에 대한 후회는 하지 않습니다. 결국 IT업종으로 옮겨서 임원으로 퇴직하기까지 재미있는 20여 년의 커리어를 보냈기 때문입니다. 다만 당시의 나의 어리숙함과 강제 회식에 대응하는 자세 같은 것들이 많이 아쉬울 뿐입니다. 이제는 실패를 경험하면 다른 방법은 없는지 고민합니다. 거기에 내가 경험하는 것들 중에 성공이 아닌 모든 것에 실패라고 태그를 붙이지도 않습니다. 단지 더 좋은 방법과 길을 찾지 못한 기회였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경험은 나에게 누적되어 결국 더 좋은 길을 찾아내는 재료가 됩니다.


우리 초등 아들에게 화를 냈던 것처럼, 저는 여전히 매일 실패합니다. 대신 그것으로 끝이라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조금 다른 방법으로 다시 시도합니다. 


“어제는 내가 화를 내서 미안해, 아들.” 

“이거 음절 단위로 끊어보면 발음하기 더 쉽지 않아? 몇 번 더 같이 읽어보자.”


다행히 우리 아들은 뒤끝이 없는 편입니다. 쓰담쓰담해주고 안아주고 잘한다고 칭찬해 주면 또 씨익~하고 좋아합니다. 아주 귀엽고 멋진 녀석이죠.


우리는 완전한 사람이 절대 될 수가 없습니다. 그걸 인정하고 실수와 실패가 있어도 계속 다른 버전의 방법으로 다시 시도하다 보면 그래도 매일 조금씩 전진하고 발전해 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제 저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된 것 같습니다. 아니네요. 좌절은 있지만 다시 일어서는 사람쯤으로 정정하겠습니다. 독자 여러분 모두 실패에도 다시 일어서는 사람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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