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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무 May 09. 2023

늦지 않았습니다

코로나 이후 첫 해외여행 계획

Photo by Clint McKoy on Unsplash - 별의 나이를 생각하면..


지난 2019년 가을, 우리 집은 기대감에 가득 찼습니다. 이듬 해 봄에 괌 여행을 가기로 하고 비행기표, 호텔, 렌터카, 워터파크, 모두 예약을 했거든요. 다만 아시다시피 코로나19로 인해서 모든 예약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제, 우리 가족은 또다시 괌 여행을 계획하기 시작했습니다. 3년 반 전에는 모든 일정을 우리 부부가 계획했다면, 이번에는 아들들도 자기가 어떤 액티비티를 하고 싶다고 같이 상의하고 계획하는 좀 더 성장한 가족이라는 점이 다른 부분이겠죠. 저 역시 40대 중반에서 50살로 더 늙어버리긴 했습니다.


내 얼굴을 거울에 들여다보면 많이 변했다는 것에 깜짝 놀랄 때가 있습니다. 어느새 이렇게 나이 들어버린 것인지. 영하고 샤프했던(?) 과거는 도대체 어디 간 것인지? 하지만 내면적으로는 나이 들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너무 늦었거나, 이제부턴 내리막이라는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나는 딱 내가 원하는 시간, 원하는 나이대를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젊었을 때는 내가 너무 늦었다는 걱정이 꽤 많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중국이 한참 떠오르기 시작할 2000년대에 중국어를 못하니 중국붐을 타기엔 늦었다고 생각했고, 30대 중반에 결혼을 하면서 너무 늦게 결혼한 거 아닌가 걱정했고, 40대에 몸무게가 늘어가면서 운동을 너무 늦게 시작한 건 아닌가 했습니다. 


어찌 보면 지금도 비슷한 걱정이 있기는 하네요. 49살에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너무 늦은 나이에 글쓰기에 입문하는 건 아닌지 고민을 좀 하긴 했었거든요. 하지만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늦은 시기란 없습니다. 삶의 모든 고난과 어려움조차 나의 인생의 일부입니다. 모든 발버둥, 모든 인생의 법칙, 모든 교훈과 고통과 감격이 지금의 나를 있게 했습니다. 그중에 하나라도 달랐다면 지금의 나는 다른 나였을 수 있습니다.


시간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팩트이지만, 지나간 시간에 대해 걱정하고 괴로워하는 것만큼 쓸데없는 것이 없습니다. 시간은 내가 임의로 조절하거나 완성시킬 수 없습니다. 그런 건 불가능합니다. 벌어질 일은 어떻게든 벌어집니다. 나는 다만 지금 이 순간 무엇을 할지 선택할 자유만 존재합니다. 그러니 다른 사람의 조언보다 내 안에 깊이 잠들어있는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나 자신을 계속 발전시키고 일깨워야 합니다. 


아무도 내가 무엇을 하는지 딱히 큰 관심은 없습니다. 가족을 제외한다면 말이죠. 다른 사람들은 각자 자기의 인생을 사느라 너무 바쁩니다. 자기 자신을 걱정하느라 바쁜데 내가 그들의 비판을 귀담아들을 필요는 없습니다. 다른 사람의 비난이나 악플, 그런 건 그 사람이 그 자신의 부족함을 표출하는 것뿐입니다. 그런 악의에 넘어가지 마시고 내가 가슴 떨리는 일에 집중하면 모든 게 결국 잘 풀릴 겁니다.


온 가족이 행복하게 여행을 계획하는 것은 진심 즐거운 일입니다. 비록 3년이 미뤄진 여행이지만 결국 우리 가족의 행복한 추억을 쌓는 것은 이뤄질 겁니다. 늦지 않았습니다. 오래도록 고민하고 걱정했던 그것. 그 일을 시작하는데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49살에도 글쓰기를 시작해서 매일 한 개씩 글을 쓰는 저 같은 아저씨도 있습니다. 늦지 않았습니다. 세상은 아직도 아름다운 순간들을 나에게 보여주려 기다리고 있습니다. 늦지 않았습니다.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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