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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무 Jun 05. 2023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기 전에 이것부터 해라

Feat) 어은돌 캠핑장

어은돌 오토캠핑장에서의 불멍-2023.6.3


사람은 어려서부터 인생의 목적이나 방향을 염두에 두지는 않습니다. 막 태어난 아기가 갑자기 내가 내 인생에서 무엇을 하고 싶다고 각성하는 일은 없다는 말이죠. 이렇듯 인생의 방향이나 목적은 내가 스스로 찾아내야만 하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세상이 주는 상황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다가 나만의 목표를 세우게 되죠.


뭐, 저는 그랬습니다. 청소년기에 만화책에서 감동을 받아서 세계를 돌아다니며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 되겠다는 막연한 비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고딩이 만화방을 간다는 것은 사실 그닥 좋은 시선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시기였지만, 만화책에서 주인공이 사업을 일으키고, 해외 거대기업과 담판을 짓는 내용은 충분히 저를 감동시켰었습니다. 그래서 대학에서 마케팅을 전공을 하고 해외영업팀으로 입사를 하게 되었죠. 


그런데 그렇게 20년을 일하고 나서는 또 다른 이정표가 필요했습니다. 가족이 생기고 자녀들이 커가면서 매월 해외출장을 가야 하는 상황이 부담이 되었거든요. 그렇게 시작된 내근직은 사실 제 몸에 잘 맞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죠. 청소년 때 읽었던 책이 만화책이라면, 이제는 내 안의 나를 탐구하는 책들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자기 계발 서적이나, 심리학, IT 관련 서적, 종교서적, 소설책도 많이 읽었네요. 더 많은 것을 이해하게 되면서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차츰 깨달아간 것 같습니다.


여전히 책을 읽다 보면 내가 50년 살면서 아직도 이걸 모르고 있었다니! 깜짝 놀라는 경우들이 생깁니다. 그런 새로운 지식이나 개념을 알게 되는 지적인 충만감도 있고, 이러저러한 정보를 글에 녹여서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욕심도 생기게 됩니다. 아름다운 풍경이나, 맛있는 음식을 발견하면 아내와 같이 봤으면, 같이 먹었으면, 생각하던 시기에서 이제는 이런 곳이 널리 알려져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하는 생각으로 변화되었다고나 할까요.


지난 주말에 어은돌 캠핑장에 갔습니다. 7년 만의 캠핑이니 기대도 크고, 불안한 점도 있었습니다. 아마도 가장 큰 재미는 이제 청소년이 된 아들들과 같이 텐트를 세우고 뻘에서 게를 잡는 활동을 한 거 같네요. 같이 간 친척네 화로대를 이용해 인생 첫 불멍도 해보고, 아주 즐거웠습니다. 아이들이 사진 찍는 재능이 좀 있는 걸 발견한 것도 큰 수확입니다. 칭찬할 거리가 늘어났어요! 


또 하나의 확실한 장점은 주말에 아이들이 집에 있었다면 스크린에 온통 매달려 있었을 텐데, 게임이나 동영상을 보지 않는 자연과 함께 한 시간이 압도적으로 늘어난 거였죠. 기술은 나쁜 것이 아닙니다. 내가 내 인생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고 있다면 기술이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죠. 하지만 내가 내 인생을 통해 무엇을 할지 모른다면, 기술이 당신의 시선을 엉뚱한 곳으로 잡아끌고 당신의 관심을 모두 차지해 버릴 수도 있습니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징검다리 휴일까지 생각하면 지난 토요일 운전한다는 것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트래픽에 걸릴 거라는 걸 잊었다는 것? 네비를 켜고 강북에서 태안까지 내려오는데 고속도로 한 번도 안 타고 내려왔습니다. 고속도로가 더 막힐 거라고 네비가 예상한 듯했죠. 가는 시간만 4시간 40분 걸렸네요. 다행히도 아주 만족스러운 캠핑이었기에 웃으며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기술의 올바른 사용사례랄까요? 


제가 출근하는 직장인이었다면 징검다리 휴일을 모를 수가 없었을 텐데, 은퇴 이후로는 연휴나 휴일 등에 조금은 무감각해진 듯합니다. 글을 쓰기 시작한 지 1년이 조금 넘었지만,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최근입니다. 주말을 캠핑장에서 보내면서 글을 주말에 쓰지 않는 것에 대해서 부담이 느껴지더라고요. 뭔가 써보고 싶은데… 이런 생각이 계속 드는 거 보니 글을 쓰는 사람으로 전환이 잘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습니다. 


커다란 전환을 하기 전에, 충분히 자기 자신을 공부하는 시간을 들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은 뭔지, 즐기고 소개하고 싶은 것은 뭔지. 내가 더 잘하고 싶고, 보람을 느끼고 싶고, 자랑하고 싶은 것은 뭔지. 자녀들에게 해보라고 권하고 배우자 앞에서도 부끄럽지 않은 그 새로운 것. 책을 통해서든, 강의를 통해서든, 나 자신을 더 알아간다는 것은 아주 멋진 변화의 시작입니다. 당신의 방향 전환을 응원합니다.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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