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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무 Jun 16. 2023

중2 아들과 취침시간에 대한 갈등

그냥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면 안 되겠니?

Photo by bruce mars on Unsplash


잠이란 우리 인생에 무지무지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직 나의 수면 패턴에 대해 아직도 정착하지 못한, 개선해야 할 점이 많은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여전히 부족한 나 자신에게 때로는 실망하고, 때로는 좌절하며 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들은 더 심각한 상태가 되어 버렸네요..


중2 아들은 한 달쯤 전에 생에 최초의 학교시험을 경험했습니다. 중간고사를 4과목 치른 거죠. 3개는 좋은 점수가, 1개는 안 좋은 점수가 나왔습니다. 프라이버시를 위해 구체적인 과목과 점수는... 하여간, 이제 곧 기말고사라 8과목을 시험준비를 한다고 이번주부터 난리 치기 시작했는데... 


수요일에는 스터디카페에서 새벽까지 공부하고 친구네 집에서 잤습니다. 그러더니 오전 내내 학교에서 힘들다고 불평하고 졸아서 양호실 다녀오고, 심지어 조퇴할까 담임 선생님과 의논까지 하고 집으로 전화도 왔었습니다. 오후 들어 괜찮아졌다고 다시 연락이 왔지만요. 목요일에는 학원 다녀와서 밤 10시 반에 스터디카페를 간다고 또 집을 나섰습니다. 금요일 아침에 잠에서 제시간에 일어나지 못해서 지각을 할뻔하고 택시 타고 등교했죠.


솔직히 과거에 저도 독서실 간다고 하고 친구들과 수다 떨며 쓸데없이 시간 보낸 적이 종종 있기 때문에 못 미더운 구석이 많습니다. 게다가 요즘은 과거보다 더 무서운 일들도 많잖아요? 그리고 지금 한창 클 나이에 성장 호르몬이 왕성한 10시~새벽 2시의 시간에는 최대한 잠을 자야 하는데, 이런저런 걱정과 화가 마구마구 올라옵니다.


생각 같아서는 11시를 통금시간으로 지정하고 절대 그 이후로는 밖으로 못 나가게 하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정말 어른도 아니고 중2 남학생이 새벽까지 집 밖에 나가 있다는 것이 너무 신경이 쓰입니다. 통금을 어기면 핸드폰 하루 압수라고 말해볼까? 온갖 생각이 가득하네요. 화도 계속 납니다. 이러다가 대화하지 못하고 화만 내면 모든 게 다 실패인데..


사람마다 잠자는 패턴은 모두 다릅니다. 제 경우에는 6~7시간 정도가 정상적인 취침 시간이고, 둘째 아들도 비슷합니다. 아내는 8~9시간 정도가 정상적인 취침시간이고, 첫째 아들이 여기에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유치원 다니는 막내는 저와 더 비슷한 거 같은데 아직은 어려서 확실하진 않아요. 다만, 잠이 많은 편은 아닙니다.


밤에 능률이 오르는 사람이 있고, 아침에 능률이 오르는 사람이 있다고들 하죠. 개인적인 경험을 생각해 보면 아침에 능률이 오르는 것이 정상인 거 같아요. 밤에는 유혹하는 헛짓거리들이 아침보다 명백하게 더 많거든요? 밤늦게까지 명징한 마음상태로 무언가 생산적인 창조를 하고 있지 않다면, 사실 당신은 자기 자신을 속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자기는 night에 더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거짓말을 하면서 늦잠을 정당화시키고 있지는 않은가요?


갑자기 잠자는 패턴을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으로 바꾸기는 쉽지 않죠. 이 부분에도 전략적인 선택과 방어가 필요합니다. 우선 전날부터 컨디셔닝이 들어가야 합니다. 3pm 이후로는 커피를 마시면 안 됩니다. 9pm 이후로는 군것질도 하지 말아야 합니다. 자기 한 시간 전에는 모든 스크린을 덮어야 합니다. 그래도 뭔가 하고 싶은 마음이 들면 종이책을 읽거나 종이 메모장에 끄적거리는 것까지는 오케이. ebook은 스크린에 포함됩니다. 


그리고 자신의 평상시의 잠자는 시간을 계산해서 기상시간에서 빼고 잠잘 시간을 정해야 합니다. 아침 6시에 일어나고 싶은데, 내가 평균 7시간 잠잔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전날 밤 11시 전에는 누워있어야 한다는 거죠. 잠을 줄이면 건강이 줄어든다고 생각하면서 잠자는 시간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4당 5락? 절대 동의하지 않습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할 일을 미리 지정해야 합니다. 그냥 멍하니 있으려고 일찍 일어나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렇다고 가장 하기 싫은 일을 떡하니 주면 더욱 늦잠 자고 싶어 집니다. 예를 들어 운동하기 싫어하는 사람에게 일찍 일어나서 달리는 거야!라고 계획하면 과연 얼마나 오래갈지... 내가 해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없어서 못했던 것들을 위주로 미리 할 일을 정해놓으면 저는 결과가 좋은 편이었습니다. 그렇게 아침에 해보고 싶은 일들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아침을 조금씩 더 일찍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아들도 이렇게 조금은 자연스럽게 공부했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시험이라고 갑자기 새벽까지 공부한다고 뭔가 혁신적으로 변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은데, 싸우지 않고, 목소리 높이지 않고, 차분히 말하려면 여전히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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