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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무 Nov 14. 2022

7개월간 글을 쓰게 만든 것은 동기부여가 아니었다

장소와 시간을 구분하기

스마트폰 중독은 사실은 도파민 중독입니다 - Photo by Rami Al-zayat on Unsplash

5월에 내 생각들을 글로 써 내려가기 시작해서 주말을 제외하고 거의 7개월간 글을 썼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마침 111편째 글이라는 기념비적인 날이라 40여 년간 실패했던 글쓰기 습관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원인을 알아보려 합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저 역시 뭔가를 꾸준히 해내는 사람들을 보고 놀라곤 했습니다. 어떻게 저렇게 꾸준함을 보일 수 있을까? 뭔가를 계속하는 힘이란 당시 제게는 월급을 주는 직장에 다니는 것 말고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거든요. 소설 읽기 같은 것을 제외하면 말이죠.


동기 부여에 대한 책을 찾아 읽곤 했습니다. 뭔가 내가 하고 싶은 마음이 팍! 들어야 제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물론 동기부여가 매일같이 잘 된다면 멋진 일이지만 동기부여라는 것도 그렇게 매일 원한다고 생기는 건 아니란 게 확실했습니다. 계속 실패했거든요.


인간의 몸은 도파민이라는 자연적인 보상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뭔가를 성취하거나 어려운 것을 달성하면 우리 두뇌에 도파민의 파도가 치면서 기분이 좋아진다는 거죠. 문제가 생긴 건 스마트폰과 다양한 앱들이 우리의 시선을 끌어간 뒤에 발생합니다. 


어마어마한 인재들과 자본이 모여서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도파민 발생 장치를 앱에 때려 넣게 된 거죠. 보통 도파민이 자주 온다고 해서 해롭지는 않지만, 앱에서 제공하는 여러 가지 미션, 다양한 색상과 동영상, 재미있는 콘텐츠들이 매 순간 도파민을 발생시키면 도파민 중독에 이르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나의 기존 도파민 보상 시스템이 망가지는 거죠. 내가 실제로 뭔가 어려운 것을 달성하지도 않았는데 도파민을 마구 부어주는 장치들이 있으니 굳이 실제 현실에서 도파민을 받을 만큼 높은 목표를 추구할 필요가 없어진 겁니다. 사람이 더 게으르고 도전하지 않는 천성으로 변해가게 되는 거죠.


그리고 내가 가진 목표를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지 남에게 멋져 보이는 목표를 추구한다면 오래지 않아 시들해집니다. 내가 그만큼 애착이 가는 일에 대한 목표를 세워야 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한 목표를 세운다면 당연히 특별한 동기부여가 되지 않아도 계속 추구할 수 있겠죠.


그냥 좋아하는 것보다 더 나가서 대상에 대한 집착이 있을 정도가 되면 최고입니다. 제게는 책을 읽는다는 행위가 그 단계에 있는데요, 스스로 텍스트 중독이라 이름 붙였습니다. 이틀 정도를 아무것도 읽지 못하면 불안하고 마음이 불편합니다. 이 정도까지 글쓰기도 끌어올리기를 희망하고 있는데 계속 가다 보면 그날이 오겠죠. 이런 집착은 충분한 에너지가 되어 목표를 향해 달려갈 원동력이 되어 줄 겁니다. 


그중에 제게 가장 실천적인 방법이 있다면 오직 하나. 장소와 시간을 구분하라입니다. 매일 같은 장소에, 지정된 시간에 글을 씁니다. 오늘은 몇 페이지의 글을 쓰겠다고 범위를 정하지 않고, 오직 시간만 정합니다. 그 한 시간에는 더 쓰던, 덜 쓰던, 오직 글만 써야 합니다. 이렇게 제한된 조건이 주어지면 뭔가 더 창조적인 생각들이 떠오르는 것 같아요. 게다가 얼마큼 해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감도 없습니다. 


여러분도 스마트폰의 꼬드김에 쉽사리 넘어가지 않는 지혜가 날이 갈수록 충만해 지시길 기원합니다.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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