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영무 Aug 23. 2023

완벽한 타이밍이란 건 없다

오늘이 바로 그 순간일 뿐

Photo by Minnie Zhou on Unsplash


괌에 여름휴가를 갔을 때, 아니나 다를까 두 아들이 다투기 시작했습니다. 형에 비해 불공평하다고, 동생에 비해 불공평하다고, 쟤가 저걸 샀으니 나도 비슷한 걸 사야만 한다고, 쟤가 실수로 나를 치고 지나갔으니 나도 그만큼 때려도 되냐고. 심지어 쇼핑몰에서 공개적인 장소에서 다투기 시작하니 참으로 민망했죠.


저는 오랫동안 자녀를 위해 아침마다 홀로 기도해 왔습니다. 종교가 무엇이든 자녀를 위해 신에게 보살펴달라고 간구하는 부모는 많이 있겠죠. 그래도 변하지 않는 아이들을 볼 때면 속이 타지만, 저 스스로도 전혀 완전한 인간이 아니라 매일 실수하고 잘못하는 사람일 뿐이란 것을 되새기면 그래, 어쩔 수 없는 사람일 뿐이구나 하고 내려놓게 됩니다. 하지만 매번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못하던 것이 있었는데, 바로 아침에 아이들을 깨우는 방식의 변화입니다.


아침마다 자기 자신의 스마트폰 알람으로 일어나긴 하지만 아이들은 몇 번의 알람을 무시하고 계속 잡니다. 그러면 지각하지 않도록 5분마다 방에 들어가서 일어나~~~!! 외치고 돌아 나오곤 했죠. 10분 남았어!! 벌써 8시야!! 소리치는 광경이 아침마다 벌어졌습니다. 제가 꼭 하고 싶었던 건 아이들을 몸을 안마해 주면서 소리치지 않는 평안한 목소리로 오늘 아이가 어떤 하루를 보냈으면 좋겠는지 이야기하듯이 말해주는 (듣든 말든 간에) 형태의 깨우는 방법이었습니다.


하지만 나도 피곤한데. 나도 힘든데. 나도 할 일이 있는데. 아침잠은 소중한데. 온갖 핑계가 나와 아이의 사이를 가로막곤 했죠. 괌에서 돌아온 다음날, 불현듯 언제까지 피곤하지 않을 완벽한 타이밍을 기다릴 건지 스스로에게 짜증이 났습니다. 아이를 사랑한다고 말로만 할 거냐고… 스스로에게 물어봤습니다. 그게 그렇게나 어려운 일이냐고… 내심 확인해 봤습니다.


그렇게 어제부터 우리 아들들을 깨우는 과정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이 녀석들이 안마해 준다고 하면 잠결에도 몸을 바로 엎드려서 안마받기 편한 자세로 하는 거 보면 헐~ 소리가 절로 나오지만, 묵묵히 안마를 5분 정도 해줍니다. 자동으로 1대 1 대화의 시간이 되니까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이야기하듯 늘어놓습니다. 오늘 학교에서 다치지 않았으면, 친구들과 잘 어울렸으면, 심한 장난치지 않기, 말과 행동에 배려를 담아서 생활하기, 공부할 때는 조금 더 집중하기. 해주고 싶은 말이 왜 이렇게나 많은지. 평상시라면 잔소리겠지만, 지금 이 순간에는 잠결에 들리는 소리일 뿐이니.


자녀를 아침에 깨울 때 소리치지 않고 깨우기를 실천할 완벽한 타이밍이란 것은 없습니다.


애완동물을 입양할 완벽한 타이밍이란 것은 없습니다.


내 꿈을 위해 새로운 직장을 알아보기에 완벽한 타이밍이란 것은 없습니다.


그녀에게 고백할 완벽한 타이밍이란 것은 없습니다.


글을 쓰기 시작할 완벽한 타이밍이란 것은 없습니다.


인생의 갈림길에서 행동을 할 완벽한 타이밍이란 것은 없습니다.


오늘은 그 어느 날 보다 완벽한 날입니다.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2023년 8월 괌 여행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