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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무 Sep 07. 2023

모기 때문인지 사람 때문인지

짜증 나고 서운하고 화가 나기도 하고

Amazon: Electronic mosquito repellent


지난 일주일은 약간의 불편한 느낌이 계속된 날들이었습니다. 무엇 하나 콕 집어서 이유라고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돌아보면 아마도 우리 막내딸이 모기에 물려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아직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서 긁지 말라고 해도 긁고, 반창고를 떼지 말라고 해도 뗍니다. 그러니 더 안타까웠던 것 같습니다.


우리 집은 모기를 무척 싫어합니다. 아, 제가 싫어한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하겠네요. 제가 집안사람들 중에서 가장 싫어합니다. 전자 모기향은 방마다 있고, 전기 파리채도 가지고 있습니다. 향이 너무 독하다고 아내가 가끔씩 투덜거려서 매일 틀고 자지는 않지만, 자다가 웽~ 소리가 들리면 아무리 피곤해도 바로 일어납니다.


그러니 최근 까지는 모기에 가장 많이 물리는 사람은 둘째였습니다. 공원이든, 아파트의 화단이든, 숨바꼭질을 하는지 친구들과 무얼 하는지 몰라도 매일 나갔다가 들어오면 여기저기 물린 자국이 있었죠. 거기에 약발라주는 것도 지치는 일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유치원 다녀온 막내가 모기에 물려 온 겁니다. 선생님에게 항의할 수는 없고… 약을 발라주는 것도 조심스러운 것이, 약 바른 곳을 또 긁고, 그거로 눈을 비비는 경우도 종종 있어서 마음이 아주 답답했습니다. 어휴~ 어휴~ 이걸 어째~ 한숨만 나옵니다.


다음날 오전반 선생님에게 설명을 드렸죠. 우리 집은 모기에 민감해서 모기가 없는데, 유치원에서 물린 거 같다고. 아이가 한번 물리면 약을 잘 바르지 못해서 상처가 오래가니 더 잘 살펴달라고. 당연히 부드럽게 간청하는 말투로 설명을 했습니다.


다시 하루가 지나고, 하원하기 위해 방과 후 선생님에게 아이를 인계받으려는데, 모기 물린 자국이 5군데가 더 있는 겁니다. 아니 이거 싸우자는 건가? 


오전반 선생님은 자기가 볼 때는 모기 물린 적이 없다고 하시고, 방과 후 선생님도 같은 말을 하시고, 혹시 집에서 물린 거 아니냐고 하시고, 차에서 물린 건 아니냐고 하시고. 아.. 화낼 수는 없지만 참 마음이 착잡합니다. 바로 전날에 모기에 대해서 설명을 드렸었는데… 내 몸에 모기가 물어도 짜증 나는데 딸의 팔과 손에 모기 물려 상처가 나면 정말이지 너무나 안쓰럽습니다.


다행히도 약을 하루종일 발라주셨다는 말씀을 하신 그다음 날부터는 부어 오른 거나 긁는 경우가 확 줄어들었습니다. 우리 연약한 막내의 모기 물린 팔과 손과 얼굴을 볼 때마다 가슴이 탁 막혔었는데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참 신기한 것이, 이렇게나 사소하다면 사소한 사건일 뿐인데, 일주일 내내 마음이 좋지 않았다는 것이 사람의 마음인 거 같습니다. 이것이 아빠의 마음인지, 아니면 저 개인적인 성향이라 그런 건지 잘 모르겠지만, 작은 불편에도 사람은 안절부절못할 수 있는 거 같습니다. 


마음이 평안하려면 사람은 죄를 짓고 살면 안 되고, 간결한 삶을 살아야 하는 거 같습니다. 물론 자녀가 많다면 그러기 쉽지 않다는 함정이 있지만요. 화를 가지고 살면 안 됩니다.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고 모든 것이 치유될 거라 스스로에게 말해줘야 합니다.


다만, 모기 기피 식물에 대해 한 시간이 넘도록 검색한 시간은 좀 아깝네요.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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