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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무 Sep 27. 2023

1인 기업의 실패에서 배운 것

이키가이(ikigai)

Photo by Finde Zukunft on Unsplash


저는 마흔이 되기 전에 사업을 한번 해보고 싶었습니다. 아마도 당시 재직하던 기업에서의 역할이 조금 재미가 없고 도전이 되지 않았던 순간이었기 때문에 더 그런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죠. 그래서 39살에 과감하게 회사를 박차고 나와서 해외마케팅 컨설팅회사를 차렸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내가 그 분야를 10년 넘게 진행해서 잘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1년 만에 회사문을 닫고 다시 회사원의 길을 걷게 되었죠. 그 후 한동안 왜 그런 실패를 했을까 생각을 했었는데, 당시에는 혼자 일한 것이 문제였다고 결론지었습니다. 내가 무언가를 하려고 할 때 응원해 주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앞에 두면 말려주는 그런 사람. 조력자. 영어로는 accountability partner라고 하죠. 그 왜 혼자 헬스장 다니면 금방 포기하지만 친구랑 같이 다니면 더 오랫동안 다니게 되는 그런 사람을 말합니다.


회사를 접고 10년이 지난 오늘, 갑자기 새로운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나는 누군가 같이 책임을 져줄 다른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런 사람이 있다면 모든 과정들이 조금 더 쉬웠을 것이라 생각했던 제가 틀렸습니다.


나 자신이 더 자주 나 스스로에게 확인을 했어야 합니다. 어려운 순간이 닥쳐올 때 더 민감하게 내가 가는 방향을 세밀하게 조정했어야 합니다. 나 스스로가 발전과 개선을 위해 연습하고 단련하려는 의지를 불태워 하루의 일과를 완전히 완료했어야 합니다.


문제는 누군가 책임감 있게 나에게 조언을 해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그 자체가 바로 훌륭한 핑계가 되어버렸다는 겁니다. 난 그런 사람이 없으니 좀 느슨하게 행동해도 돼. 그런 조력자가 없으니 어쩔 수 없지. 충분히 노력하지 않은 것 같지만 마감을 재촉하는 사람이 없으니 뭐.


저는 저와 미팅을 통해 나를 닦달하고 재촉하는 사람이 필요했던 게 아닙니다. 내가 어떻게 일하는지 살펴보고 나에게 리포트를 받을 상대가 필요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직 나 자신. 내가 모든 것의 총책임자이며 내가 책임을 져야만 한다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회피했던 거였습니다.


어쩌면 당시 13년간의 월급쟁이 생활이 누군가에게 보고하고, 승인을 받는 습관을 정착시켰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1인 기업을 창업한다는 것은 정말 오롯이 나 스스로 해나가야 한다는 것인데 너무 나이브하게 일에 접근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구조가 제대로 세워지지 못한 것도 큰 문제였습니다. 시스템이 없었다는 거죠. 게다가 월간, 주간, 일간 목표도 제대로 세워본 적이 없었습니다. 보고할 상사가 없었기 때문일까요? 내가 판매할 서비스는 만들었는데, 그걸 어떻게 판매할지 계획도 제대로 없고, 마케팅이나 영업계획도 튼튼하지 못했습니다. 


목표를 설정할 때 프로세스를 우선시했어야 하는데 숫자 결과에 너무 집착을 했습니다. 매일 어떤 마케팅 활동을 몇 분 동안 한다는 것은 프로세스입니다. 내가 온전히 통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걸 통해서 몇 명의 고객이 접촉하고 얼마의 매출이 발생한다는 것은 희망이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프로세스에 더 집착해서 그걸 더 강화하고 늘리면 자연히 결과는 따라오게 되어 있는데 결과 숫자에만 집착을 하니 이것저것 시도만 해보고 포기하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새로운 시도는 항상 초기의 허접한 학습곡선의 구간을 거쳐야 하니 더더욱 모든 것이 느려지게 되었죠.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 내가 잘하는 것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고, 세상이 필요로 하며, 거기에 나의 서비스로 돈을 벌 수 있는 4가지의 조화가 이뤄져야 제대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했다는 점입니다. 이키가이(ikigai)라고도 하죠. 부디 새롭게 사업을 시작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조금이라도 참고가 되면 좋겠네요.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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