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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무 Sep 26. 2023

아니, 저는 그냥 주차된 차 안에 있었다고요

좋은 하루 보내십쇼

Photo by Rai Vysse on Unsplash


저는 평생 30년 가까이 운전을 하면서 자동차 사고 경험을 3번 했습니다. 첫 번째는 고등학교를 막 졸업하고 면허를 딴지 1개월 만에 발생했는데 신호등 앞에 서서 신호등만 바라보다가 녹색으로 바뀌는 걸 보고 브레이크를 놓았는데 오토매틱이라 슬금슬금 앞차의 뒤꽁무니를 박은 겁니다. 신호등만 보고 앞차를 주의하지 않은 실수였습니다.


둘째는 마트 주차장에 주차를 했는데 복잡한 이중 주차 상황이라 중립에 놓고 마트에 들어갔는데 그 차가 조금씩 경사에 따라 흘러내려와 다른 주차된 차와 부딪친 사고였습니다. 셋째는 신호 앞에서 정차 중이었는데 갑자기 뒤에서 오토바이가 앞을 보지 않고 무작정 달려와 내 차의 뒤를 박아버린 사고였습니다.


비교적 안전운행을 하는 편이라 그다지 큰 사고 경험은 없는 셈이죠. 그런데 어제 사소하지만 짜증 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요.


막내를 등원시키고 골목길의 주차 구역에 주차를 하고 뒷좌석에 앉아서 청소를 하고 있었습니다. 청소하느라 뒷좌석 문을 약간 열어놓고 있었는데 웽하는 가속 소리와 함께 갑자기 쾅! 옆에 골목길을 운전해 가시던 차가 20cm가량 열어놓은 문을 치고 정차한 겁니다. 소리는 컸지만 충격은 거의 없어서 일단 나가 봤습니다.


상대방 차량은 무슨무슨 시큐리티 회사 소속의 차였으며 깍두기 머리 아저씨 한분이 내렸습니다. 상대방 차량의 사이드미러에 흠집이 났나 보더군요. 그리고 검은색이 묻었고요. 제차는 차문 테두리를 따라서 도어 몰딩을 했기에 딱히 손상된 곳은 없었습니다.


상대 아저씨가 묻더군요. 


왜 자기가 지나갈 때 차문을 열었냐고. 아니, 원래 열어놓고 청소 중이었는데? 


왜 차를 주차 자리에서 운전했냐고. 아니, 뒷자리에 있었는데 어떻게 운전을 해? 


이거 흠집 난 거 어떻게 할 거냐고. 아니. 와서 부딪친 건 내가 아닌데?


그러더니 블랙박스를 확인한다고 합니다. 


좀 기분이 안 좋더군요. 내가 문을 조금 열어놓은 잘못이 있다고는 하지만 와서 부딪친 사람이 당신인데 마치 내 잘못을 찾아보겠다는 그 심보가. 솔직히 열이 좀 받았지만 굳이 아침부터 기분 나쁘게 시작할 이유가 하나도 없기에 저는 그냥 청소를 계속해서 마무리 지었습니다.


상대방은 블랙박스를 확인하더니 “문을 열어놓으셨네요” 아니, 어쩌라고. 살짝 옆으로 지나가거나 빵빵해서 닫으라 소통했으면 되잖나? 소리치고 싶었지만 깍두기 머리에 급 겸손하게 대답했습니다. “큰 문제없으면 그냥 가시죠”


“네, 묻은 것도 손으로 문지르니 지워지네요”


“차체가 부딪친 게 아니라 사이드미러라서 큰 충격은 없는 거 같아요. 좋은 하루 보내십쇼”


아무도 다치지 않은 점에 감사합니다. 골목길에서는 주차구역이라도 훨씬 더 주의해야겠습니다. 화내지 않고 갈등을 마무리한 저를 토닥토닥해주겠습니다. 안 좋은 기억은 이렇게 글로 한번 써버리고 잊어버리겠습니다. 아름답고 즐거운 생각만 해도 하루가 부족한데 말이죠. 골목길에서는 급가속을 하지 않는 사람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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