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영무 Oct 27. 2023

96세에 돌아가신 할머니가 알려주신 것들

더 걸어라

Photo by RepentAnd SeekChristJesus on-unsplash


이제 며칠 후면 할머니 귀천일 7주년이 다가옵니다. 할머니는 50대에 할아버지를 먼저 보내시고 그 오랜 시간을 살아가신 외로운 분이셨습니다. 배우자 없이 40년 넘게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사실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아예 결혼한 적이 없었다면 모를까.


사람은 자신이 언제 하늘의 부름을 받을지 모르고 살아갑니다. 그것이 오늘일지, 1년 뒤일지, 30년 뒤일지 전혀 알 수가 없죠. 하지만 살아있는 동안 나를 세상에 보낸 하늘의 뜻을 충실하게 이행하고, 내가 가진 모든 포텐셜을 사용하고 가고 싶습니다.


80대 중반이 넘어가면서 할머니는 외출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아마도 걷기가 불편해서 그러셨던 거 같은데, 예상외로 가장 큰 이유는 약해진 모습으로 외출하는 것이 자존심 상하셨던 겁니다. 하지만 끝까지 건강하게 살려면 사람은 최대한 많이 걸어야 합니다. 운동이 아니라 산책을 하더라도 더 많이 걸어야 꾸준한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음을 깨닫습니다.


지난주에 홍천 여행을 가고, 알파카 월드를 방문한 날, 만보기 앱에서 알람이 뜨더군요. 앱 기록 역사상 최대 기록을 달성했다고. 17000보. 별도로 러닝을 하지 않는 제게는 평소 5 천보 수준의 점수였으니 눈에 띄었습니다. 아, 이런 기록을 더 많이 만들어야겠구나 다짐하게 됩니다.


운이 좋게도 저는 어릴 때 맹장 수술을 하고, 몇 년 전에 뇌수막염을 제외하고는 병원에 입원할 만큼의 다치거나 아픈 일이 아직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50이 되어가니 당연히 심혈관 질환, 관절염, 당뇨 등의 병들이 하나씩 내 앞에 나타나겠죠. 그런 병들이 뉴스에서 보는 게 아니라 의사가 나에게 설명하는 단어가 될 겁니다.


그 순간을 최대한 늦추기 위해서라도 오늘 한걸음 더 걸어야 합니다.


할머니는 외로움과 고독을 느끼셨을 거 같습니다. 남편은 사별한 지 40년이 넘었고, 자녀들이나 손자들은 일하느라 바빠서, 또는 외국 이민을 간 사람도 있고. 비슷한 또래의 친구들은 거의 먼저 돌아가셨고. 아쉬운 부분은 우리 할머니가 평소에 친구를 거의 만들지 않으셨다는 점입니다. 어쩌면 먼저 가버리는 친구들이 야속하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젊은 친구들을 많이 만들어 두셨더라면 가시는 날까지 외로움이 덜 했을 텐데. 


뭔가를 주고받기 위한 친구가 아니라, 내 속을 이야기하고 말을 들어줄 친구들이 지금부터라도 더 많아지기를 원합니다. 할머니는 가족만 생각하셨던 거 같습니다. 물론 가족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주변에 더 많은 사람들과 다정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길 원합니다. 특히나 나이가 더 어린 친구들을 포함해서 말이죠. 


다정함과 배려심이 매일 쑥쑥 자라나기를 원합니다.


육체적인 노쇄함과 같이 오는 것이 바로 심리적인 도전들입니다. 내가 언젠가 죽을 수도 있구나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걸리겠지만, 내가 몇 개월안에 죽을 수도 있구나라는 느낌은 또 다를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순간이 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내가 만일 내일 죽게 된다면, 나는 과연 하늘이 나에게 부여한 가능성과 소명을 모두 완수했는가라고 물어보고 싶을 거 같습니다. 지금 이 지구에서의 시간과 경험이 충분히 가치가 있었는가 물어볼 겁니다. 아직 미진한 부분이 있다면 어서 그걸 찾아 돌봐야겠죠.


전반적으로 활동적이고 인생의 여러 부분에 관심을 가지면 더 즐겁게 노후를 살아가는 거 같습니다. 절대로 집에만 있으면 안 되고요. 죽음에 대해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습니다. 누구나 죽으니 이건 당연한 사실일 뿐입니다. 단지 살아있는 동안의 시간을 충분히 잘 사용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겠죠. 더 즐겁게, 더 아름답게, 더 행복하게 시간을 사용해야 할 겁니다. 


버켓 리스트를 만들어보는 것도 좋겠고, 죽는 날 가장 후회할 것이 무엇인지 미리 작성해 보고 그 후회를 미리 날려버릴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도 멋질 거 같네요. Memento mori! 우리는 모두 죽는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소중한 오늘, 어제보다 더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자연인이다 방송을 넋 놓고 시청하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