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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무 Nov 29. 2023

99세 찰리 멍거의 죽음과 워렌 버핏의 유서

총 300조 원에 달하는 기부!

www.washingtonpost.com


지난밤에 버크셔 해서웨이의 부회장 찰리 멍거가 99세의 나이로 별세하셨습니다. 1월 1일 생이니 100살이 되기 한 달 전에 돌아가신 셈이군요. 투자 시장에서 지혜롭게 거의 100년을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은 시장의 변화를 직접 경험했을지 참으로 대단한 분입니다.


그런데 관련 기사를 살펴보다가 워렌 버핏의 가장 최근 유서 업데이트가 11월에 있었다는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워렌 버핏은 매년 버크셔 해서웨이의 웹사이트에 자신과 관련된 내용을 공지한다고 하네요. 이번에는 $866 million(약 1조 1161억 원) 어치의 주식을 4개의 가족 자선단체에 기부했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버핏은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식 15%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 가치는 약 $118 Billion (약 152조 원)에 달합니다. 그. 런. 데! 이게 2006년부터 이미 매년 기부를 해서 절반으로 줄어든 거라고 합니다. 거기에 만약 자신이 죽으면 재산의 99%를 모두 기부하겠다고 공개했습니다.


간혹 사람들은 워렌 버핏이 세금을 회피할 목적으로 자선단체에 기부를 하는 것이고 그 기부대상 단체의 우두머리가 자녀들이니 결국 우회 상속이 아니냐라고 주장하곤 합니다. 그런데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법원에 유산의 모든 처리과정과 대상 단체를 기록하겠다고 했습니다.


거기에다 자신이 죽고 나서 유산을 받은 자선단체는 최대의 효과를 내기 위해 10년 내로 모든 자금을 집행하고 청산하라는 조건까지 내걸었다고 합니다. 조금씩 수백 개의 단체에 나눠주지 않고 10개 미만의 단체에 유산을 주면서 그걸 10년 내로 사용할 정도로 세상에 큰 임팩트를 주고 싶다는 말이죠.


버핏은 현존하는 여러 자선단체들처럼 대를 이어가면서 길게 기부를 하는 방식에 관심이 없습니다. 그는 부는 자신이 죽은 후 비교적 짧은 시간(10년) 안에 모두 분배되어야 세상에 더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고 그게 더 세상에 이롭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관료적인 행태를 극히 혐오하는 성향이라 지금의 버크셔 해서웨이도 직원 숫자가 적죠. 자선단체의 직원도 숫자를 최소화하라고 미리 조건도 달았다고 하네요. 자녀들과 공동으로 합의한 내용으로, 왕조처럼 대를 이어 부를 물려주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단순히 부를 더 가지는 것으로 더 현명해지거나 더 악해지는 원인이 되지는 않는 것을 수많은 사례로 확인했다는 거죠.


그의 세 자녀는 65세에서 70세 사이의 나이입니다. 아버지 워렌 버핏이 이미 93세이니 그럴법하죠. 그의 자녀들과 손자 손녀들은 죽을 때까지 아마도 부유하게 살 겁니다. 막대한 재산을 거의 모두 기부했다고 해도 전체 재산의 1%만 가지고 있어도 충분한 부자일 테니까요. 


엄청나게 거대한 이 유산을 이렇게 자선 단체에 기부한다고 하니 정말 대단한 사람이고 가족들입니다. 약간 웃긴 것은, 2006년, 즉 17년 전에는 자녀들이 미덥지 못해서 유산 집행자(상속자 아님)가 다른 사람이었는데, 이번 버전의 유서에서는 세 자녀가 충분히 준비되었다고 말하며 공동 집행자로 자녀들을 지정했다는 겁니다.

 

17년 전이면 자녀들이 48~53세였으니 그때까지는 자녀들이 욕심을 조금 냈었을지도 모르겠군요. 그런데 더 나이 먹고 보니 그들도 돈에 초월하고 더 현명해진 걸 수도 있겠네요. 글쎄요, 저 같으면 포드 파운데이션이나 빌 앤 멜린다 게이츠 파운데이션 같이 자신의 이름을 딴 자선단체를 설립해서 운영할 것 같은데 말이죠.


이런 위대한 기부자들이 더 많이 나타나 세상에 기여하면 좋겠습니다. 저는 세이브 더 칠드런에 약 10년 정도 정기 기부를 하다가 퇴사하면서 그만두었는데, 돈은 기부하지 못해도 내 시간과 정성과 노력은 다시 기부에 동참하려 합니다. 어차피 죽으면 맨몸으로 지구를 떠날 텐데 나를 위한 물건 구입에 큰 비용을 들이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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