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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무 Dec 05. 2023

일회 용기를 쌓아두고 버리지 못하는

그럼 반짝이는 물건은?

Photo by Benson Low on Unsplash


물건 버리는 걸 잘 못합니다. 배달이 일상화되면서 일회 용기는 더 많이 쌓이고 있습니다. 전에 살던 집은 제 기준으로는 넓은 집이어서 아일랜드 찬장이 따로 있었는데, 그때는 정말 용기들이 아주 많았죠. 그런데 26평으로 이사 오면서 거의 대부분을 버릴 수 있었습니다. 내가 버렸다기보다는 집에 넣을 공간이 없다는 이유로.


비싼 물건은 거의 사지 않습니다. 비싼 시계에 대한 로망이 있는 사람이 많은 거 같더군요. 저는 시계를 봐도 그게 비싼 건지 아닌지 전혀 알아채지 못하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비싼 브랜드 아는 거라고는 로렉스? 파텍? 뭐 그런 게 있다고 하는데 디자인이 어떤지 본 적도 없어요.


자동차에 대한 로망도 없는 거 같습니다. 16년 전에 첫차로 아반떼를 신차로 구매해 9년을 운전했고, 7년 전에 시티밴 급의 차량을 구매해 7년을 운전했습니다. 외제차라고는 해도 4천만 원도 되지 않는 저렴한(?) 차종이라 부담 없이 운전하고 있습니다. 미래에 산이나 농촌으로 귀촌한다면 1톤 트럭 한 대는 사고 싶은데 이건 차에 대한 로망은 아니겠죠?


집은 약간 다릅니다. 집에 대한 로망이 있다기보다는, 할머니까지 3대가 살던 집은 방이 4개였습니다. 청소년 시기부터 오래도록 방 4개짜리 집에서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4개짜리 집이 집의 기준이 된 거였죠. 그보다 방이 작으면 작은집. 4개면 적당한 집, 4개보다 방이 많으면 큰집.


몇 년 전에 방 4개짜리 집에서 살다가 방 3개짜리 집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작지 않은 겁니다. 제게 별도의 서재가 반드시 필요했던 것은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우리는 네 번째 방이 필요했던 게 아닙니다. 딱히 그걸 좋아하지도 않았던 거 같습니다. 몇 평짜리 집에서 사는 것이 누군가에게 부러움을 받는다는 것은 제 기준에서는 전혀 쓸모없는 일입니다. 내가 친해지고 싶은 사람들은 몇 평짜리 집이든 상관하지 않을 사람들입니다.


살아간다는 것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더 건강한 음식을 먹으면 더 건강해집니다. 한 시간을 더 독서를 한다면 더 똑똑해집니다. 한 시간을 더 글쓰기를 한다면 더 실력이 늘어납니다. 한 시간을 더 취미생활에 쏟는다면 더 신납니다. 


나의 내적인 성장을 위한 것을 제외하면 내 외적인 상품이나 물건들은 궁극적으로 나에게 가치를 더해주지 않습니다. 자동차를 예로 들면, 이건 대단한 발명품이죠. 오래전에 말을 타고 움직이는 것이 최선이었던 시절에 비하면 A지점에서 B지점으로 이동하는데 확실한 솔루션입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내 사랑하는 가족의 먹거리와 반찬거리를 사러 가기 위해 사용하고, 친구네 집에 방문하기 위해 사용하고, 시외의 가족 나들이를 위해 사용하고. 자동차는 기능적인 물건입니다. 내가 인간으로서 만족하기 위한 수단이 충분히 되어 줍니다. 하지만 자동차 자체를 감정적으로 애착하여 사랑하는 사람은 좀 이상하지 않을까요? 또는 내가 이러저러한 멋진 차를 가지고 있어서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랑 정말 친해지고 싶나요?


그런데 반짝이는 무언가에 신경을 쓰는 사람들은 정말 많은 거 같아요.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 매출액이 124억 달러였다고 하네요. 오프라인 백화점 등의 매출까지 합치면 총 30조 원이 넘는 매출이 발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온라인 매출은 전년 대비 9.6% 늘었다고 합니다.


제가 친해지고 싶은 사람들은 가족들과 즐겁게 여행도 다니면서 행복해하는 사람들, 교회나 성당에서 봉사도 열심히 하지만 진심으로 사람들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들, 아이들을 돌보는 게 힘들지만 웃음을 잃지 않는 우리 딸의 유치원 선생님들. 이런 사람들입니다.


이렇게 사는 사람들이 진짜 제대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라 생각합니다.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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