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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무 Dec 06. 2023

500권 넘는 저작을 한 작가가 글을 쓰는 방식

아이작 아시모프(Isaac Asimov)를 아시나요?

Photo by mk. s on Unsplash


저는 처음 들어보는 작가였습니다. 1920년에 출생해 1992년에 돌아가셨으니 전혀 세대가 맞지 않아서 일지도 모르겠네요. 아이작 아시모프는 다작으로 유명한 분이고, SF(사이언스 픽션) 분야의 거장입니다. 1975년에 인터뷰한 영상이 유튜브에 있기에 한번 들어봤는데 대단하시더군요.


인터뷰 시점에서 대략 5년 동안, 매달 1권의 책을 썼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매년이 아닙니다. 그런데 그런 수많은 결과물을 내려면 정말 대단한 목표의식과 계획들이 있어야 할 거 같은데요, 그에게는 목표도 없었고, 데드라인도 없었고, 시간 관리 툴도 없었고, 습관을 도구화하는 방법론도 없었습니다. 이런 무계획한 사람에게서는 어찌 보면 이런 대단한 결과들이 나오면 안 되는 거죠.


그런데 그는 해냈습니다. 아무런 시스템도 없이.


사회자는 매번 질문을 통해서 의심을 표현합니다. 사회자는 가설을 무의식적으로 세운 거죠. 이런 정도의 미친 창작물을 몇 년간이나 쏟아내기 위해서는 분명히 특별한 목표 설정 방법이 있고 자신의 프로세스를 점검하는 도구와 마감일을 관리하는 뭔가가 있을 것이라는 가설 말이죠.


그런데 아시모프는 무슨 다른 세상에서 사는 사람 같아요. 완전히 다른 패러다임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러니 인터뷰어의 질문과 인터뷰이의 답변이 약간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도대체 이렇게나 다작을 하는 사람이 어떻게 시간 관리를 전혀 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그 비밀도 사실 인터뷰에서 드러납니다. 


Actually, what it amounts to is that I’m not happy except when I’m writing. It’s almost the only way I can think of to spend my time pleasantly. And so I’m naturally drawn to the typewriter at all times. The day is lost in which I don’t type. - Isaac Asimov
사실 저는 글을 쓸 때만 행복을 느낍니다. 제게는 거의 유일하게 내 시간을 즐겁게 보낼 수 있는 방법입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최대한 자주 타자기 앞으로 나오게 되죠. 내가 글을 쓰지 않는 날은 내겐 잃어버린 날일 뿐입니다. - 아이작 아시모프


아시모프에게 글을 쓴다는 것은 그가 가장 행복한 일을 하는 과정일 뿐이었던 겁니다. 몇 페이지의 글을 쓴다는 목표도 없었고, 1년에 몇 권의 책을 쓰겠다는 목표도 없었습니다. 그는 쓴다는 과정 자체를 즐긴 겁니다. 미래의 어떤 목표에 집중한 게 아니라 오늘 행복하기 위해 글을 쓴 거죠.


바버라 카틀랜드(Barbara Cartland)도 비슷한 류의 작가였는데요, 763권의 책을 썼다는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1977년도의 인터뷰는 그녀가 75세일 때 진행된 것인데, 역시 인터뷰어는 왜 이 나이가 되도록 그렇게나 열심히 글을 쓰느냐고 물어봅니다.


질문을 하는 인터뷰어는 역시나 가설을 세운 거죠. 이렇게나 성공적인 작가 생활을 했다면 이제 그만 쉬어도 될 텐데. 카틀랜드는 완전히 다른 답변을 합니다. 글을 쓰는 것이 그녀가 가장 사랑하는 것 중에 하나인데, 자기가 사랑하지 않는 일을 내가 왜 해야 하냐고 반문하는 거죠.


삶의 방정식이 평범한 우리가 보기에는 완전히 반대입니다. 

1 목표 -> 전략 -> 고통인내 -> 집중 -> 성공 -> 이후 원하는 삶을 살기

2 집착에 가까운 헌신 -> 수십 년의 노력 -> 충분한 능력 -> 성공


첫 번째 방식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성공의 방법이라면, 두 번째 방식이 바로 위에 설명한 성공적인 작가의 인생이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우리는 높은 점수를 위해서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고 진짜 원하는 것을 열정적으로 오랫동안 실행할 때 진짜 행복하면서도 성공적인 인생을 살 수 있는 거라는 증거이지 않을까요?


지금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따라서 돈에 정말 구애받지 않는 삶을 살고 있다 가정하고 나는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답변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는 거, 쉬는 거, 즐기는 거 말고 일 중에서 골라야 한다는 점은 있지만 말이죠. 


결국 호기심에서 출발해서 관심으로 이어지고, 열정으로 변하고, 그게 내가 하고 싶은 일로 승화되는 과정을 따라가야 제대로 된 인생의 목표, 내가 세상에 살면서 꼭 하고 싶은 일이 생기는 게 아닐까요?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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