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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무 Dec 08. 2023

학교 안 갈 거야! 초6의 반항

오후에는 사랑해라고 말해주겠습니다

Photo by Derek Owens on Unsplash


아침에 둘째 아들과 실랑이를 벌였습니다. 형보다 먼저 일어나 샤워를 하려고 했는데 형부터 샤워를 해야 한다고 말하니까 화가 났던 모양입니다. 어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큰 아들이 둘째보다 30분가량 먼저 등교해야 하기에 당연한 거 아닌가 생각되지만, 아마 둘째의 생각은 달랐던 모양입니다.


솔직히 화가 났습니다. 아니, 누가 봐도 명확하게 당연한 거 아닌가요? 30분 먼저 등교하는 녀석부터 씻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이걸 가지고 화를 내고 짜증을 부리는 모습이 기가 막혔습니다. 전혀 공감이 가지 않는 주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둘째는 막무가내였죠. 자기가 보기엔 전혀 공평하지 않은 겁니다. 아마도 언젠가 엄마가 먼저 일어나는 사람부터 씻는 거야,라고 말했다는 걸 끄집어냅니다. 


“내가 먼저 일어났는데 왜 형부터 씻는 거야!”


우리 집에는 화장실이 다행히도 2개가 있습니다. 문제는, 양쪽에서 물을 쓰면 수압이 약해져서 양쪽 다 시원한 샤워 물줄기를 기대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이죠. 우리 아파트만 이런가? 20년 넘은 아파트라서 이런가? 화장실이 2개 있다고 모든 게 해결되지는 않는 거 같습니다.


형이 먼저 씻기 시작하자 둘째는 자기는 씻지도 않을 거고 학교도 안 가겠다고 선언합니다. 그리고 계속 방에 들어가서 1분마다 소리칩니다. 학교 안 갈 거야! 학교 안 갈 거라고! 아내는 출근을 준비하면서 화내기 일보직전까지 갔습니다. 그냥 어서 출근하라고 등을 떠밀어 줍니다. 


저도 화가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속으로 생각을 합니다. 어떻게 혼내줄까? 핸드폰을 금지한다고 할까? 용돈을 주지 않겠다고 할까? 학생의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어떻게 된다고 혼을 낼까? 회초리를 때린다고 할까? 소리치면서 화내면? 집에서 쫓겨난다고 말할까?


헉.


이게 뭐지.


이해하기 어려운 아들의 주장이지만 이게 또 뭐라고 우리 소중한 아들에게 이렇게까지 혼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거지? 이건 아들의 잘못을 고치는 게 아니라 내 안의 불만을 쏟아내는 가혹한 말인데? 혈기가 쑥 내려갔습니다. 여전히 아들은 몇 분마다 소리치고 있습니다.


평상시 등교하는 시간에서 5분 남았을 때, 아들에게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건넸습니다. 


“아들, 학교 갈 준비 해야지~”


“오늘 학교 안 간 다니까!”


“아빠 입장에서는 학교는 가야 한다고 생각해. 학교 안 갔을 경우에 대한 결과는 네가 직접 부담해야 해”


이렇게 말하고 방에서 나왔습니다. 그리곤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막내의 유치원 등원을 준비하기 시작합니다. 과거와는 확연하게 다른 대응 방법이었습니다. 나를 칭찬해! 잘했어! 대단해! 물론, 이런 식의 대응이 가장 올바른 방식은 아니란 것도 압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아마도 아들과 공감을 해주면서 형보다 먼저 일어났는데 먼저 씻지 못해 화가 났구나~ 이렇게 풀어가는 방법일 테지요.


하지만 그거까지는 도저히 말이 안 나오더군요. 진짜 공감은 안 갔거든요. 고백합니다. 저는 공감능력이 부족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조금씩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화내지 않고 대화하는 방법을 배워가는 사람입니다. 오늘 아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끌어안아 줘야겠습니다. 사랑해라고 말해주겠습니다. 


아들은 평소보다 5분 늦게 집에서 출발했습니다. 구시렁거리며 말이죠.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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