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영무 Dec 19. 2023

동사무소 아니 주민센터 방문기

따뜻한 연말연시

Photo by Jonathan Borba on Unsplash


오늘은 미루고 미루던 주민센터를 방문했습니다. 장애인 있는 가정은 활동지원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복지 서비스의 일종으로 가정을 방문해 장애아동을 부모 대신 일정 시간 돌봐주는 서비스죠. 그걸 통해서 부모는 약간의 시간 동안 쉬거나 다른 일자리를 구할 수도 있습니다.


복지 서비스에 대한 세금이 많이 나간다고 하지만 확실히 모든 인간은 나이가 들면 몸의 어떤 부분에 장애가 옵니다. 따라서 복지의 대상은 전 국민이 될 수밖에 없는 거죠. 젊을 때야 모르지만 마치 돈을 벌 수 없는 은퇴 후의 연금을 미리 붓듯이 세금이 사용되는 것 같습니다.


신청서류를 작성하는 와중에 70대? 80대? 할아버지 한분이 복지사인지 직원인지 모를 분과 대화를 나누고 계셨습니다. 정확하게 듣지는 못했지만 왜 지원금이 요만큼밖에 나오지 않았냐는 것이었고, 설명해 주시는 직원은 그게 얼마 전에 3개월치가 지급되었기에 이번에는 요만큼 나온 거라고 설명을 하고 계셨죠.


조곤조곤 대화하는 소리가 10분이 흐르고, 20분이 흐르자 조금씩 커지기 시작합니다. 반복해서 설명하는 직원도 안쓰럽고, 돈이 더 필요한데 모두 지급되어 더 나올 게 없다는 걸 인정하기 어려운 할아버지도 안쓰럽습니다. 싸우는 건 아니지만 서로 감정이 상할 정도로 입장을 주장합니다.


결국 할아버지가 알았다고. 포기를 하고 지팡이를 짚으며 일어서십니다. 


바로 그때! 새로운 참가자가 등장합니다. 옆에서 듣고 계시던 어떤 60대 아주머니셨는데요, 아니, 그걸 이렇게 추운 날 몸이 불편한 가운데 어렵게 주민센터 찾아오신 할아버지한테 할 소리냐고 따져 묻기 시작하십니다. 돈이 어쩌고가 아니라 할아버지를 힘들게 하는 것에 마음이 불편하셨나 봅니다.


주민센터 직원은 얼음이 되었습니다. 아니, 20분 넘게 설명한걸 또 하라고? 이런 표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주머니는 완강했죠. 다른 방법이 없는지 알아봐야 할거 아니냐며 할아버지 편을 드십니다. 그런데 어쩌죠~ 세금 규정은 정해져 있고, 할아버지는 지원금을 모두 받으신걸.


그때 직원이 아주 지혜롭게 처신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다시 한번 다른 방법이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추가 지원금이 없다고 하더라도, 직원의 행동으로 모든 사람의 마음이 더 푸근해지는 아침이었습니다. 


돌아오려고 차에 올라탔습니다. 아직 따뜻한 마음의 기운이 남아있습니다. 스마트폰을 꺼내듭니다. 카톡을 열어보니 친구 생일이라고 뜨네요? 음? 누구 생일이지? 현이 생일이네~ 이 친구는 고등학교 졸업 이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면 대략 30년 동안 못 봤다는 소리죠. 


연락처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게 카톡에 연동되어 친구목록에 남아있습니다. 이렇게 우연히 생일인 날에 카톡을 열게 되면 축하하거나, 크리스마스 때 연락을 하거나 하는 식으로 1년에 한 번 정도 연락하는 친구입니다. 따뜻한 온기가 남아있는 마음으로 축하 메시지를 보냅니다. 그리고 대화가 이어지네요. 음? 보통은 그냥 단문답장 후 1년 뒤에 다시 대화하게 되는데 이게 왠 일?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다며 담에 보자고 얘기합니다. 진짜 보게 될지는 모르지만, 하여튼 몽글몽글한 기분이 이어집니다. 연말연시가 되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이고 배려하고 나눔이 있으면 더 좋을 거 같습니다. 12월에도 행복하세요~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저는 제가 영어를 잘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