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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무 Nov 30. 2022

생산성이 가장 중요하진 않다

오늘, 어떻게 살아야 할까

Thomas Jefferson 묘비명 - Monticello Association 홈피 출처

회사를 다니던 시절에는 그렇게 생산성에 대해 민감했습니다. 저도 그랬고, 회사의 분위기도 그러했죠. 아니,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생산성이 왜 그렇게 중요했던 건지 지금 생각해보면 좀 의아하지만, 사실 올드스쿨 사고방식인 저는 측정할 수 있어야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개념으로 늘 움직였거든요. 


그래서 하루에 몇 개의 이슈들을 해결하느냐. 몇 개의 커밋을 달성하는가, 몇 개의 일감을 처리하는가 등의 수치를 늘 검토했습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생산성을 따지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었죠. 도리어 옆에서 잘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보조하고 배우는 것을 지원하는 방향이 더 맞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오늘을 어떻게 살아가는가에 따라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지 보여준다고 애니 딜러드(Annie Dillard)가 말했죠. “how we spend our days is, of course, how we spend our lives.”


하루에 생산성만 붙잡고 있으면 방향성을 잃기 쉽습니다. 내가 오늘 무엇을 왜 하고 있는지 확실히 고민하고 집중해야 유효한 생산성이 나오는 법이죠. 이런 고민이 없다면 생산성에 대한 노력은 그냥 바쁨이 될 뿐입니다. 일을 쳐내고는 있지만 딱히 중요하거나 의미 있는 일이 해결되는 것은 아닌 상황이 되는 거죠.


미국의 세 번째 대통령이었던 토마스 제퍼슨(Thomas Jefferson)은 죽기 전에 자신의 묘비명에 정확히 어떤 단어로 기록할지 미리 지정했다고 합니다. 

Here was buried Thomas Jefferson, Author of the Declaration of American Independence, of the Statute of Virginia for religious freedom, & Father of the University of Virginia.
미국 독립선언서의 저자이자, 버지니아 종교 자유법의 제안자이며, 버지니아 대학교의 아버지, 토머스 제퍼슨이 여기 잠들다

이 세 가지 업적이 자신이 세상에 남긴 가장 자랑스러운 업적이었던 거죠. 대통령이 되었던 것은 top 3에 들지 못했나 보군요. 


지금 내가 열심히 하고 있는 일이 내가 죽을 때 자랑스러워할 일의 일부인가 돌이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수많은 것들에 대해서도 쳐낼 수 있을 것 같아요. 배우고 싶은 수많은 것들이 있지만 유한한 시간 속에서 모든 것을 배울 수는 없으니 죽을 때까지 자랑스러울 것들로 고른다면 확실한 필터가 되겠네요.


잡아야 할 기회와 멈춰야 할 유혹을 잘 분별하는 것. 이 구별을 위해 먼 미래의 내가 자랑스러워할 것인가 라는 필터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나뿐만 아니라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내 가족들도 모두 자랑스러워할 것인가. 오늘을 어떻게 살지 한번 더 고민하게 만드는 말이네요.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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