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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무 Jan 11. 2024

6년 사용한 이불에 애착이 있는 아들

엄마 아빠의 수고를 기억해 주면 더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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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전에 둘째 아들이 사랑하는 이불을 막내가 잡아당겨서 찢어지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6년이라고 제목에 썼지만 사실은 몇 년 지났는지 기억도 안나는 이불입니다. 아니, 유치원생이 잡아서 찢어질 정도라면 이불이 얼마나 해지고 낡은 건가요? 그런데 막무가내로 이거 물어내라고~ 이거 다시 써야 한다고 난리가 났습니다.


둘째 아들은 2024년에 중학생이 됩니다. 집에서 가장 투덜이라서 종종 꾸지람을 받곤 하지만 여전히 귀여운 아들입니다. 하지만 이건 아니죠~. 어떤 사람들에게 애착 이불이 있을 수 있다는 건 오래전 스누피의 주인공 중에 하나를 보면서 깨달은 적이 있지만 그게 우리 아들일 줄이야!


저는 왜 그렇게까지 하냐고, 그냥 새로 이불 사면 되는 거 아니냐고 주장했습니다. 역시 공감 능력 떨어지는 아빠라서 그런 거겠지요. 그런데 아들은 이게 새로 사면 그 느낌이 아니라고 항변합니다. 그리고 똑같은 것을 살 수도 없죠. 태그가 완전히 낡아버려서 하나도 읽을 수가 없으니 이케아에서 산 이불이지만 정확한 상품 이름을 알 수가 없었거든요.


아내는 열심히 아들과 이불을 수선해 줄 수 있는 세탁소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 후로 집 주변의 세탁소를 하루에 한 군데씩 방문하는 일정이 이어졌습니다. 찢어진 이불을 꿰매어 줄 수 있는 세탁소를 찾아다니기 시작한 거죠. 거절당하고, 거절당하고, 또 거절당했습니다. 어제 비로소 네 번째 세탁소에서 해주겠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아마 옷 수선과는 다르게 이불은 크기가 커서 수선하는데 번거로움이 있어서 그런지 거절을 많이 당했죠.


아이는 기뻐합니다. 씨익 웃는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아내에게 미안하네요. 이불 들고 추운 길거리를 왔다 갔다 한 수고가 컸습니다. 오늘 저녁에는 안마 서비스를 확실하게 더 해줘야겠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불 들고 이리저리 돌아다닌 엄마의 수고를 아이는 기억할까 모르겠네요.


오늘 아들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스키 캠프에 참가했습니다. 아침 6시 반에 일어나서 준비하고 7시에 출발해서 8시까지 모이는 장소로 아들과 저는 출발했습니다. 평소의 아침 루틴이 불가능해진 아침이었지만 오늘 스키 캠프 때문에 학원을 가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 아들은 만족해합니다.


저는 조금은 마음이 답답하지만 열심히 운전을 합니다. 잘 다녀오라고 단체 버스에 타는 것까지 확인하고 돌아옵니다. 오늘 자기의 스키 캠프를 위해 엄마가 예약을 하려고 얼마나 수고했는지, 아빠가 아침에도 운전해 주고, 저녁에도 픽업하려고 몇 시간을 운전해야 하는지, 막내가 유치원 돌봄 교실에 가지 못하고 집에서 하루종일 있어야 한다는 것 모두 아들은 모르겠죠.


아직은 자기 앞의 것들만 눈에 보이는 시기인 거 같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귀여워요. 이런저런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 중에 하나겠지요. 아들이 좋은 추억, 멋진 경험을 하고 돌아오길 바랍니다. 비록 오늘 저녁에 차가 막히는 종로에서부터 집까지 엄청 오래 운전해야겠지만 말입니다. 사랑해 아들!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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