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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무 Feb 15. 2024

저는 금사빠입니다

하지만 그녀를 마지막 사랑으로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요렇게 이쁜 녀석을 세상에 내어준 아내에게 감사


세대차이가 나서 그런지 금사빠가 내가 생각하는 그것이 맞는지 검색해 봤습니다. 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 맞네요. 대학생 시절에 처음 여자친구를 사귀어 본 이후 헤어진다면 또 금방 새로운 사람을 만났습니다. 양다리를 극혐 하는 성격이라 다행히(?) 피곤한 상황은 없었지만요.


지금 내 인생의 반려가 된 그녀도 만난 지 두세 번 만에 사랑에 빠졌습니다. 아니, 이렇게 어여쁜 당신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대화를 하면 할수록 그녀가 더 사랑스러워졌습니다. 손가락이 이쁘고, 목이 이쁘고, 눈이 이쁘고, 배려심이 이쁩니다.


저는 세상의 모든 여자는 각자 이쁜 구석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세상에는 얼굴 미인이 대표적이지만, 피부 미인도 있고, 몸매 미인도 있고, 성격 미인도 있고, 성품 미인도, 눈 미인도, 머릿결 미인도 있습니다. 그 사람만의 매력을 사랑해 주는 사람과 만나면 아무 문제없습니다.


자, 그럼 이렇게 금방 사랑에 빠지는 제가 어떻게 결혼하고 16년이나 큰 문제없이 한 사람만 사랑할 수 있었을까요? 


첫째로, 주변에 함정을 스스로 만들지 말아야 합니다.


여자 도우미가 나오는 술집에 절대 가지 않습니다. 여자가 많은 환경에 가지 않습니다. 내 주변 여자들에게 친절하지 않습니다. 내 여자에게만 친절하면 됩니다. 여자 사람 친구의 연락처를 모두 삭제합니다. 일로 만나는 사람은 제외하고요. 길 가다 이쁜 여자를 발견하면 눈을 다른 방향으로 돌립니다. 내 여자가 가장 이쁘니까요.


생각보다 실천하기 어려운 상황이 많습니다. 저 같은 사람은 화장품 업계나 미용업계에서 일할 수 없습니다. 아마 초등학교 선생님도 할 수 없을 겁니다. 여초 직장은 금지! 직업에 제한(?)이 생기죠. 왜 여자 사람 친구들의 연락처를 삭제하냐고요? 금사빠는 언제든지 그 친구들에게 사랑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여지를 주지 않을수록 내 여자에 대한 사랑이 안전합니다. 


둘째로, 나의 그녀가 가장 이쁘다고 매일 생각합니다.


매일 그녀가 이쁘다고 말해줍니다. 그녀가 쑥스러워하네요. 그래도 칭찬합니다. 옷도 칭찬하고, 머리 스타일도 칭찬하고, 오늘 어떤 일이 있었는지 들으면서 잘했다고 응원도 해주고. 샤워한 뒤에 뽀송뽀송 하다고 칭찬해 주고. 감사한 일을 하면 감사하다고 말해주고. 최고의 며느리라고 말해주고.


서로 화를 내거나, 말다툼을 하지 않는 건 아닙니다. 사람이 어찌 그럴 수가 있나요? 하지만 다행히도 우리는 같은 종교가 있어서 주일 설교를 듣고 나면 아, 내가 먼저 미안하다고 사과해야겠구나 하고 뉘우치게 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녀에 대한 추억을 떠올립니다. 신혼 시절의 알콩달콩한 순간들을 기억합니다. 그녀가 나를 위해 울어줬을 때, 그녀가 나를 위해 웃어 줬을 때를 생각합니다. 내 품에서 속삭이던 말을 꺼내 봅니다. 그녀가 가장 아름답다고 나에게 반복해서 말해줍니다. 이쯤 되면 자기 세뇌라고 해야 하나요?


하지만 중요합니다. 내 여자보다 다른 여자가 더 이쁘다고 생각하는 순간 내 여자에 대한 호감이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이쁘다는 것은 외모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럼 나이 들면 모두 이혼해야 하나요? 성격, 품성, 배려, 추억, 모든 것이 어우러진 이쁨입니다. 


마지막으로, 영원히 사랑해 줄 자녀가 생기면 됩니다.


두 아들도 이뻤지만, 막내딸이 태어나고 세상은 또 한 번 바뀌었습니다. 그녀와 나를 각기 닮은 아기가 있다는 것은 정말 말도 못 하게 충만한 느낌입니다. 이렇게 이쁜 아이를 세상에 나오게 해 준 나의 그녀가 더욱 사랑스럽습니다. 그녀 하나만으로 부족했나 싶을 정도로 이쁜 아이가 나의 가족이 되면 됩니다.


금사빠 아빠라면 딸이 더 소중할 것이고, 금사빠 엄마라면 아들이 더 소중할 것이지만, 누가 뭐래도 우리 아이들은 귀중한 사람입니다. 엄마 아빠의 잘못된 습관과 말투가 있다면 그걸 이어받지 않게 하기 위해 각별히 더 노력해야 하고요. 아이들이 간혹 맘에 들지 않는 말이나 행동을 해도 나 역시 완벽하지 못한 사람인데 누가 누구에게 뭐라 하나 생각해야 합니다.


자, 이렇게 제가 생각하는 금사빠로서 오랜 사랑을 계속하는 비법을 정리해 봤습니다. 쉽지 않겠죠? 하지만 우리는 결혼을 할 때 신 앞에서 그녀와 평생을 함께 하겠다고 맹세했습니다. 사람의 평생이 백 년도 되지 않는데, 그 정도의 사랑도 못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여러분 모두 깊고 아름다운 사랑을 평생 하시길 기원합니다.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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