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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무 Feb 13. 2024

한 달 빨리 태어나 엄마아빠를 고생시킨 첫째

출산의 순간 옆에 있게 하심 감사

산본제일병원 산부인과 - 홈페이지


첫 아이의 출산을 준비하는 과정은 누구나 비슷한 거 같습니다. 임신이라고 확정 짓고 초음파 사진으로 보이는 조그마한 점에 환호하는 엄마 아빠와 일가친척들. 유아복을 고르고 유아 신발을 검색해 보는 과정들. 출산 준비물과 아기용품을 고르고 산후조리원을 갈까 말까 고민하는 것까지.


첫 딸이길 희망했지만 아들이라는 소리에 약간 실망했었습니다. 뭐, 딸이 나올 때까지 낳으면 되니까…라고 당시엔 생각했었죠. 자녀의 무게가 어떤 것인지 전혀 모르는 철없는 아빠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녀의 몸이 임신으로 변해가는 과정도 신비스러웠습니다. 입덧부터 시작해서 많은 고통이 있었습니다.


출산 예정일은 4월 말로 진단되었고, 저는 매년 4월 초에 열리는 미국 전시회 준비로 바빴습니다. 4월 1일 출발해 2주 일정을 끝나고 돌아와서 같이 출산을 맞이하면 되겠다고 생각했었죠. 그런데 출국 준비를 마친 4월 1일 새벽에 진통이 오는 겁니다. 우리는 급하게 산본제일 산부인과 병원에 들어갔습니다.


첫째 아이는 금방 나오지 않습니다. 힘을 주라는 간호사의 말을 바로 알아듣고 힘을 주기란 첫 출산을 앞둔 그녀에게는 너무 어려운 일이었을 겁니다. 힘들어하는 그녀가 너무 안쓰러웠습니다. 머리카락이 뽑히지는 않았지만, 손목이 비틀어질 정도로 잡혀있기는 했지요.


10시간에 가까운 진통을 거치고, 이제 1시간 뒤면 공항버스를 타야 비행기를 놓치지 않는 시점에 드디어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한 달 일찍 태어나서 그런지 정말 너무도 작은 아이였습니다. 아빠의 입장에서는 아직 아이가 사랑스럽지는 않습니다. 내 여자를 고생시킨 놈… 쯤 될까? 아직은 나와 애착 관계가 없으니까요.


우리는 1백만 원이 넘는 산후조리원의 가격에 놀라 그냥 집에서 산후조리를 하기로 했습니다. 장모님이 와 계시는 것으로 합의를 했지요. 저는 아기 얼굴 한번 보고, 사랑하는 그녀에게 응원과 격려를 해주고 바로 공항버스를 타고 출발했습니다. 출국 시간 전에 맞춰 태어난 아들에게 감사하면서 말이죠.


돌아와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정말 고생이 엄청났다고 하더군요. 태어난 지 첫 2주 동안 모유와 분유 둘 다 잘 안 먹어서 가뜩이나 작게 태어났는데 아내의 속이 완전히 미어졌다고 하더군요. 장모님과 둘이서 집에서 정말 고생이란 고생은 다한 거 같았습니다. 다음엔 꼭 산후조리원을 가리라 마음먹었습니다.


귀국해서 처음 아기를 안아 드는데 정말 너무 작아서 놀랐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해야 아기가 불편하지 않게 잘 안을 수 있는지 검색하고 연습하고… 신생아 수유 쿠션을 구매해 사용해보기도 하고. 통잠을 자기 전까지는 거의 전쟁이었던 거 같습니다. 엄마 아빠 모두 초보라..


아내는 육아휴직을 하고 1년 반을 집에서 아이를 키웠는데 아무래도 직장 다니던 습관이 있어서 그런지 조금은 우울해하는 것 같았습니다. 일해야 하는데 집에서 이건 뭐 하는 거지, 뭐 이런 생각? 그러면서도 아기를 보면 너무 이뻐서 어쩔 줄을 몰라하기도 하고.


남자가 어른이 되는 건 군대 다녀와서도 아니고, 결혼해서도 아니고, 자녀가 생긴 다음이라 생각합니다. 완전히 나만을 의지하는 자녀가 생기면 생각하는 방식이 크게 달라지는 걸 느꼈습니다. 나를 위한 성공이 아니라 자녀와 가족을 위해 더 좋은 것이 무엇일지 먼저 고민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그녀가 있어서 이렇게 멋지고 귀여운 아이들 셋을 키운다는 것이 감사합니다. 아들들을 키우며 입이 조금은 험해지긴 했어도... 여전히 귀여운 그녀입니다.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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