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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무 Feb 08. 2024

사랑하는 딸의 유치원 졸업식

또 하나의 사랑

Photo by Senjuti Kundu on Unsplash


나의 사랑하는 그녀가 선물해 준 또 한 명의 사랑이 이번주에 유치원을 졸업했습니다. 졸업 선물로 유치원에 떡을 가져갔더니 선생님이 받을까 말까 한참을 망설이십니다. 고민 끝에 ‘아이들과 함께 먹겠습니다~’ 하시며 받으시네요. 청탁 금지법이 너무 심한 자기 검열을 가져온 듯해서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전에 선생님들 드리려고 가져온 커피 6잔을 거절당했을 때 조금 놀랐습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먹을 것을 나누는 것이 소소한 행복이 될 수 있는데 이런 것들도 모두 받기 어려운 무언가가 되어 버렸습니다. 아쉬움이 남습니다.


유치원에서 보내준 지난 한 해 동안의 학습 노트를 펼쳐봅니다. 알록달록한 추억들이 포도송이 마냥 페이지를 채우고 있습니다. 게다가 졸업을 기념하며 추가로 미니 앨범도 제작해 주셨네요!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가로 선을 긋고, 세로선을 그으며 파란 색종이를 붙이고 노란 색종이를 오리면서 우리 딸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색연필로 색칠하고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리고 털실로 이어 붙이면서 장식을 만들며 우리 딸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수많은 작품이 학습 노트 바인더에 들어가 있지만 제 눈에 가장 먼저 보이는 건 역시나 사진. 딸이 만든 것은 훌륭하지만 하나님이 만드신 너 자체만큼은 절대 미칠 수가 없단다 아가야~ 어여쁜 우리 딸이 환하게 웃는 순간은 좀처럼 잘 포착해 찍기 어려운데 이거 참 잘 찍혔네! 원본을 달라고 해볼까?


앨범은 정말 일 년의 활동 중에 가장 예쁘고 환상적인 포즈를 뽑아낸 듯 멋진 사진들입니다. 표지 사진은 아내와 제가 고르고 골랐던 사진과 동일하네요. 이 사진 정말 괜찮다~ 이러면서 유치원에서 보내준 사진을 표지로 하셨네요!


가톨릭 계열의 학교라 그런지 유치원 졸업식 미사를 드립니다. 저는 미사를 20대에 친구 결혼식 때 딱 한번 참석했는데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신기하군요. 개신교의 예배와는 미묘하게 다르네요. 어찌 되었든 사랑스러운 우리 딸을 열심히 가르쳐주신 모든 선생님과 보조 교사님들께 무한한 감사를.


올해 우리 딸의 담임 선생님은 이번이 학교 졸업하고 처음 반을 맡으셨다고 하십니다. 그래서 첫 졸업생이라고 울음을 터뜨리시네요. 너무나 고맙고 감사합니다. 우리 딸을 오래도록 기억해 주시면 좋겠어요. 하긴, 어차피 초등학교도 같은 계열 학교로 진학하니 계속 뵙긴 하겠지만요.


졸업장을 받고, 선물도 받고, 꽃다발도 받고. 유치원에 보관 중이던 잡동사니 물건들도 모두 들고 돌아오는 길입니다. 이렇게 하나씩 클리어해 가는 게 인생이겠죠. 어린이집을 졸업하고, 유치원을 졸업하고, 이제 다음 달에는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집에 돌아오고 졸업 미사가 조금 힘들었는지 낮잠에 빠지신 우리 공주님. 잘 때가 참 이쁘긴 해요? 특히 사고뭉치 어린이 시절엔 곱게 잠을 자 주는 것만큼 부모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도 많지 않죠. 포동포동한 볼 살을 꾹~꾸우욱 눌러주면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몰라요.


게다가 조금 졸린 눈으로 일어나서 아빠를 안아주면 더더욱 행복감이 밀려오죠. 이래서 유치원생의 아빠가 행복합니다. 이미 아빠보다 커버린 첫째 아들에게선 절대 찾을 수 없는 평안함. ㅋㅋ 아들 미안해~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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