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영무 Feb 06. 2024

경기도 산본에 신혼집을 전세로 구해

완벽한 그녀!

Unsplash+In collaboration with JSB Co


우리는 산본에 첫 보금자리를 틀었습니다. 서울에서 원룸 살던 그녀와 수원에서 원룸 살던 내가 만나 적당히 직장과의 거리를 타협해 들어간 곳입니다. 각기 원룸의 전세금을 빼고, 양가 집에서 조금 도움을 받고, 은행의 도움도 받아서 22평 복도식 아파트 전세를 1.2억 원에 구했습니다.


사실 조금 억울한 부분이 있는 것이, 우리가 2008년에 결혼했는데, 2007년만 해도 1.2억 원이면 그 아파트를 살 수 있었는데 30% 가까이 집값이 올랐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지금은 그곳의 전세가 2억에서 2.5억 원 정도 하더군요. 정말 집값은 무섭네요.


솔직히 평촌에 집을 구하고 싶었습니다. 당연히 살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전세를 구하는 거지만, 산본 보다 모두 비싸더군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조금 더 멀리 나가야 했지요. 그때 영끌해서 서울에 집을 샀다면 어땠을까 상상해 보곤 합니다. 푸흐흐 이런 건 아무 쓸데없는 상상이긴 하죠.


가구를 생에 처음으로 구매했습니다. 원룸 살 때는 대충 원래 있던 것을 사용했고, 기껏해야 왕자행거 구매해서 옷장 대신 사용했었는데요. 신혼 가구로 장롱을 장인가구에서 구매했습니다. 침대는 큰맘 먹고 레스토닉 킹사이즈를 구입했습니다. 이 두 가지 가구 외에는 지금까지 남아있는 가구는 없군요.


TV 같은 가전에 저는 딱히 신경 쓰지 않는 성격이라 무난한 놈으로 구했고, 소파도 어차피 아기가 생기면 전부 바꿔야 한다고 들어서 이케아에서 적당히 골랐습니다. 결혼을 준비하며 처음 이케아를 가봤는데 완전 신천지더군요. 사고 싶어지는 공간이 어찌나 많던지! 이케아에서 멀리 살아서 다행입니다!


장롱과 킹사이즈 침대를 안방에 넣으니 발 디딜 공간도 잘 안 나오던 것이 기억납니다. 안방문도 완전히 안 열리는?? ㅋㅋ 그래도 킹사이즈 침대는 정말 좋아요. 둘이서 뒹굴거려도 좋고, 나중에 아이랑 셋이서 뒹굴거리며 잠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여전히 우리 안방에 침대 프레임은 버렸지만 계속 들고 온 매트리스입니다.


처음에는 정말 마법 같은 매트리스였습니다. 진심으로 꿀잠을 자게 만든 신기한 매트리스였거든요. 머리를 누이면 바로 잠들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게 신혼이라 밤에 피곤해서(?) 금방 곯아떨어져 그런지는 정확하게 모르겠네요. 


같이 살게 되어 정말 행복했습니다. 매일 전화로 수다 떨지 않고 옆에 누워서 알콩달콩 소꿉장난 하는 느낌? 이거 35살과 31살이 대화하는 거 맞나 싶을 정도로 완전히 나이를 잊고 둘만의 이야기에 빠졌습니다. 6개월 사귀고 결혼했기에 아직도 우린 서로 알아가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그녀는 양말을 뒤집어 벗습니다. 그녀는 치약의 앞부분을 짭니다. 그녀는 뭔가 치우질 않습니다. 치우는 부분이 특히 억울한데, 저는 매일 바닥의 쓰레기를 줍고, 매일 물건을 정돈하는데 몇 주에 한번 대청소하자고 하는 사람은 항상 그녀였기에 본격적으로 청소할 때는 제가 뭔가 손해 보는 느낌?


저는 회사 직원들과 회식을 자주 했습니다. 이 부분은 그녀도 모르던 부분이라 몇 번의 갈등 끝에 회식의 규칙을 1차만 하고 일주일에 한 번으로 최종 합의할 수가 있었습니다. 게임하는 건 초반에 조금 했지만 몇 달 내로 게임도 포기하게 되었죠. 이렇게 서로에게 맞춰가는 거 같습니다.


결혼하고 또 달라진 대표적인 것은 양가 집안 어른들을 챙기는 일이었습니다. 미혼일 때는 그냥 부모님의 생일 때 전화나 한번 드리던 제가, 결혼하고 나니, 용돈도 매달 챙겨 드려야 하고, 생일 때는 식사도 해야 하고, 별도로 축하금도 드려야 하고, 그게 양가의 부모님들과 형제자매들을 챙기다 보니 정말 축하일이 없는 달이 거의 없더군요. 


홀로 단둘이 해외에 떨어져 살면 모를까, 결혼은 확실히 전혀 모르던 두 집안이 어울려가는 행사입니다. 둘의 결혼이 아니라 집안끼리의 결혼이라는 말이 완전 실감되었죠. 다행히도 뭘 잘 모르는 저와 달리 아내는 살뜰한 딸처럼 우리 어머니와 아버지를 챙겼습니다. 정말 감사한 일이고, 축복받을 사람입니다. 완벽한 그녀!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이전 05화 하와이 신혼여행을 가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