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준비하면서
웨딩 박람회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하긴 결혼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웨딩 박람회에 흥미가 있을 턱이 없으니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치 아이가 없다면 육아 박람회에는 1도 관심이 없을 것처럼 말이죠. 결혼하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는 요즘엔 아마도 규모가 많이 줄지 않았을까 싶네요.
웨딩 박람회를 통해서 웨딩 코디네이터와 계약을 했습니다. 예식장과 신혼여행을 제외한 패키지로, 사전 촬영, 예식 촬영, 신부 화장, 예식장 데코, 드레스 대여, 예식 진행, 선물 등을 준비하는 겁니다. 아마 신혼여행의 비중이 컸을 텐데, 그건 제가 따로 개인적으로 예약하기로 했거든요. 예식장은 부모님이 오랜 시간 출석하신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확실히 사진이 오래 남습니다. 사진기사님의 말에 따라서 이런저런 포즈를 취하고, 옷을 입고, 드레스를 입고 찍은 사진은 아직도 거실에 걸려있습니다. 결혼 시절 사진을 16년 뒤에도 걸어놓는 집은 거의 없다고들 하는데, 저는 여전히 참 마음에 듭니다.
한복을 입고 찍은 사진도 마음에 들고, 연인을 끌어안 듯 설정한 사진도 아, 그때 그렇게 웃으며 촬영을 했었지 싶습니다. 그날 신부 머리를 하느라 머리카락이 온통 스프레이로 고정되어 쓰담쓰담도 하지 못했던 기억도 납니다. 친구들과 밝게 웃으며 찍은 사진들과, 사진 곳곳에 드러나는 당시 동료들의 모습도 있군요.
드레스를 고르던 날이 특별히 기억납니다. 그녀가 입은 드레스는 뭘 입어도 빛나는 천사 같았습니다.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것 같은? 가장 아름다운 드레스가 뭔지 저는 도저히 고를 수가 없었습니다. 모두 다 반짝반짝 빛이 났거든요. 정말 30벌도 넘게 입어본 거 같아요. 근데 그게 많이 입어본 건 또 아닐지도.
“이건 어때?”
“너무 예쁜데?”
“아니 다 이쁘다고만 하지 말고~”
“아니, 정말 다 이쁜데?”
“이 전에 입었던 거랑 비교하면?”
“근데 그건 너무 가슴이 깊게 파인 거 아냐?
“원래 드레스는 다 이래~”
“아닌 거 같은데…”
결국 어깨와 목선이 모두 드러나는 시원한 드레스를 골라 아름답게 입었습니다. 위의 모델의 드레스와 비슷한거요. 그녀는 목이 긴 여자거든요. 쇼핑을 귀찮아하는 보통의 남자라서 옷가게에서 오래도록 뭔가 고르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유일하게 짜증 내지 않고 그녀가 만족할 때까지 입어보라 권하던 날이었던 거 같습니다.
결혼 준비 기간 동안 우리는 싸운 적이 없습니다. 음, 정정하죠. 제 기억엔 없습니다. 소소하게 갈등이 있었을 수는 있겠네요. 하지만 누가 뭐래도 우린 연인 6개월 차. 뭐든지 씹어먹고 뚫고 나갈 사랑의 힘이 어마 무시한 시기였으니까요. 지금은 사랑과 관심을 나눠줘야 할 아이들이 있지만 그때는 오직 둘만 있을 뿐.
거실에 걸려있는 눈부신 그녀의 웨딩 사진을 보면 참 이쁘네. 결혼하길 참 잘했어. 지금도 여전히 이뻐,라고 스스로에게 말을 건넵니다. 나이가 더 들고, 몸매가 망가지고, 허리가 굽어져도, 아름다웠던 함께했던 순간들을 꺼내 보면서 알콩달콩 대화를 할 겁니다.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