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나~ 정말로~
저는 결혼할 당시에 벤처기업에서 해외영업팀장을 맡고 있었습니다. 두 달에 한번 정도 해외출장을 3주 나가곤 했지요. 인천공항이 개항했던 2001년 3월에는 김포공항에서 출국해서 처음 개항한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는 신기한 경험도 했습니다.
이렇게 출장이 잦다 보니 공항은 공항버스를 타고 홀로 출국했다가 홀로 귀국하는 것이라는 개념이 확실히 잡혔습니다. 회사 동료들은 공항에서 만나 출국하고, 돌아오면 공항에서 헤어지는 식으로 말이죠. 누군가 나를 공항으로 같이 환송하기 위해 나온다거나, 귀국했을 때 공항에 마중을 나오는 일은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2008년 1월의 겨울 어느 날, 그녀는 앞으로 3주를 또 못 본다며 공항에 환송하기 위해 공항버스를 같이 탔습니다. 기분이 묘하더군요. 나를 이렇게나 생각해 주고 그리워할 사람이 공항버스 안에 내 옆에 앉아서 손을 잡고 있다는 사실이 말입니다.
평상시보다 일찍 출발했습니다. 그래야 공항에서 알콩달콩 같이 시간을 더 보낼 수 있으니까요. 인천 공항의 물가는 항상 조금 비쌉니다. 하지만 워낙 거대해서 가볼 만한 의외의 가게들도 있지요. 같이 커피를 마시면서 이번 출장에 가면 어떤 일을 하는지 설명해 줬습니다. 계속 보고 싶을 거라고 속삭였습니다.
출장길에서도 매일 국제전화를 잠깐이라도 했지요. 시차 맞추기가 어렵고 당시에는 카카오 톡도 없던 시절이라 문자와 국제 전화만 가능했지만 그래도 회사 일을 끝내고 호텔에 들어가 짬짬이 통화를 하면서 서로를 그리워했습니다.
귀국하던 날. 그녀가 공항으로 마중을 나왔습니다. 그녀는 운전을 못해요. 그러니 출발할 때처럼 공항버스를 타고 마중을 나왔습니다. 출발할 때는 일요일이어서 상관없었지만 그날은 평일인데 휴가를 쓰고 공항에 마중을 나온 겁니다. 처음입니다. 평생 처음 누군가 나를 맞이하러 공항에 나왔습니다.
3주 만에 만나는 그녀는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습니다. 입국장의 문이 열리고 사람들 사이로 그녀가 서있는데 홀로 빛이 나는 거 같았습니다. 가장 예쁜 사람은 그녀였습니다. 아마도 나만을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사람이기에 제 눈에는 더 그렇게 보였겠죠.
회사 직원들이 놀랍니다. 아니 공항까지 마중을 나왔어? 무슨 10년 만에 귀국한 것도 아니고 3주 출장인데? 유부남들은 무척이나 신기해하고, 미혼들은 부러워합니다.
“야~야~ 빨리 결혼해라~ 결혼의 참 맛을 알아야 이런 꼴 안 보지~”
부장님, 안 그래도 세 달 후 결혼이랍니다~ 축의금 많이 내세요!
그리워하던 사람을 오랜만에 만나면 그 사람에게서 빛이 난다는 신비한 사실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공항이나 기차역에서 떠나거나 재회하는 영화의 장면이 그렇게나 많았던 것인가 싶습니다. 그리웠던 사람을 다시 보면 꼭 끌어안아주고 싶고, 내 품에 안고 싶고, 머리를 쓰담쓰담해주고 싶습니다. 사랑해요!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