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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무 Jan 18. 2024

그녀와의 첫 만남

2007년 9월 29일

신천 성당 - 신천 유흥가 한복판의 만남의 장소


그녀와 처음 만나게 된 날은 2007년 9월 29일 서울 신천 성당 앞이었습니다. 토요일이었죠. 신천골목은 오랜 시간 나의 놀이터였습니다. 중학생 때부터 살던 잠실집에서 10분 안에 걸어가는 거리였거든요. 하지만 이미 이사한 지 몇 년이 지나서 2007년에는 거리가 좀 생소했습니다. 만나기로 한 그녀는 성당을 잘 찾았을까 걱정이 되네요.


“아~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김영무씨신가요?”


“네~ 반갑습니다. 김영무입니다. 식사는 하셨어요?”


무난하게 인사를 하고 식당을 찾습니다. 우리는 소개로 만났지만, 연락처만 소개받아 중간에 사람이 없이 그냥 둘이서만 만나는 거였는데, 아마도 젊었다면 조금 뻘쭘할 수도 있었겠으나 이미 30살 34살인지라 그냥 덤덤하게 인사를 주고받았습니다.


그녀는 키가 큰 편이었습니다. 무난하게 신변잡기를 이야기하고, 회사의 일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면서 식사를 했지요. 사실 지금은 메뉴가 무엇이었는지 까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다만 첫인상은 기억합니다. 무난한데, 꼭 다시 만나고 싶을 만큼 매력적이진 않네. 그래도 사람을 알아가는 일이니 두세 번은 만나봐야겠지?


그녀도 훗날 첫인상에 대해 말해줬습니다. 7대 3 머리를 하고 나타난 아저씨 같아서 꼴불견이었다고. 배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입은 옷도 촌스러워서 인상이 별로였지만 그래도 몇 번은 만나보자 생각했었다고. 어쩌면 그리도 첫인상이 둘 다 별로였는지.


그녀는 웃는 모습이 참 매력적입니다. 살짝 웃는 게 아니라 호탕하게 웃는 편입니다. 미소를 지을 때도 있긴 하지만 웃긴 일이 생기면 책상을 뚜드려 패면서 웃는 타입입니다. 두 번째 만났을 때는 저녁을 먹고 호프집에 갔는데 거기서 결정을 했죠. 이 여자랑 사귀어야겠다! 약간의 알코올과 밤의 분위기, 거기에 네온사인의 불빛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거 같긴 한데, 아주 감사할 뿐입니다.


저는 결혼을 생각하면서 몇 가지 조건을 생각했습니다. 무지하게 이쁘고 깜찍한 여자를 상상한 건 아닙니다. 제가 평범남인걸요. 첫째, 같은 종교를 가지고 있을 것. 이건 부모님의 조건이기도 했지만 서른이 넘어보니 화목하게 가족을 꾸려 나가려면 같은 종교일 것이 중요하다 나름 판단을 했지요.


둘째, 맞벌이를 할 수 있을 것. 아직 집값이 하늘을 뚫을 시기는 아니었지만 갈수록 살기 팍팍한데 나 홀로 벌어서는 나중에 아이까지 키우며 살기 어려울 것 같다는 현실적인 인식을 했습니다. 셋째, 몸매가 좋을 것. 얼굴 뜯어먹고 살 수는 없어도 부부사이에 몸매가 좋은 것은 현실적으로 부부관계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습니다. 아마도 사실이겠죠? 우린 3자녀를 키우고 있으니 말이죠.


그녀는 그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만족하는 사람이었습니다. 1년에 한두 번 교회에 가는 불성실한 신자인 저보다 훨씬 훌륭한 신앙을 가지고 있었고, 안정된 대기업에 근무하고 있었으며, 170cm의 키와 훌륭한 옷맵시를 자랑했습니다. 저는 직장 동료들에게 로또 당첨이라고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우리는 뜨겁게 연애를 했습니다. 9월 말에 만나 3개월 만에 결혼을 결정했고 상견례를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해 4월에 만난 지 6개월 만에 결혼을 했죠. 아마도 나이가 결혼을 생각할 나이었기도 하고, 첫 만남도 결혼 상대자를 감안하고 만나서 그런지 속도가 빨랐죠. 지금 아내와 17년째 살고 있습니다. 감정싸움이 없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감사하는 마음으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하지? 노~력이 필요하죠. 어떤 사건들이 있었는지 기억을 되살려보겠습니다.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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