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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무 Feb 23. 2024

후회하는 것이 많지만, 가장 후회되는 것은?

나는 누구인가?

Unsplash - Anna Hunko


어? 벌써 퇴직을 한 지 22개월이 되었네요? 22년 4월 30일이 바로 제 퇴직 날짜입니다. 여러 가지 여건을 고려했을 때 아마도 더 빠른 퇴직을 하긴 어려웠을 겁니다. 월급은 소중하니까요. 하지만 49살의 나이로 더 이상 일하지 않겠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아내가 벌고 있으니 가능한 일이겠죠. 


사실 은퇴를 하면 시골로 귀촌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애초에 자녀들을 돌보고 등하교시키려고 퇴직을 했는데 시골행은 어림도 없죠. 지금 가장 후회되는 것은 퇴직을 생각하고 3년이나 지나서야 퇴직을 했다는 점입니다. 제 스스로를 3년이나 못살게 굴었다는 점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한 일, 또는 하지 말았어야 할 선택 같은 것들을 후회합니다. 일에서도, 인간관계에서도 누군가를 슬퍼하게 만들었거나, 싸웠거나, 너무 많은 시간과 돈을 낭비했거나. 입에서 튀어나온 그 말. 하지 말았어야 할 말과 행동. 화내지 말았어야 하는 순간.


또한 하지 못한 일에 대한 후회도 있죠. 세계여행을 떠나지 못한 것, 리스크를 감수하지 못한 것, 더 이른 시간에 투자를 시작하지 못한 것,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버리기 전에 충분히 사랑하지 못한 것,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충분히 자주 뵙지 못한 것. 사업을 해보지 못한 것, 그 쓰고 싶었던 글을 써보지 못한 것. 꿈을 너무 일찍 포기한 것. 등등.


하지만 그중에 평생을 후집어 파는 가장 큰 후회는 아마 내가 나답지 않은 삶을 살아왔다는 걸 겁니다. 심장 깊숙이 내가 원하고 내가 가야 할 길을 가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 사회에서 가라는 길로만 걸어간 후회. 남들이 좋다고 말하는 대로 살아간 후회. 내가 운전하지 않고 남의 운행에 동승한 후회.


상황이 어쩔 수 없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깊이 생각해 보면 결국 두려움 때문입니다. 어쩌면 진짜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진행 중인 삶의 테두리 안에서만 살게 됩니다. 우린 높은 곳에 올라가 보려 하지 않습니다. 뛰어 보려고 하지 않습니다.


용기가 없다기 보단 나는 누군가?라고 질문하지 못해서 그렇습니다. 너무 어려운 질문이거든요. 우린 대부분 그 질문에 회사의 직함을 대거나 누구의 아빠, 엄마, 아들, 딸 이런 관계의 답변을 합니다. 그리고 우린 그 명함의 삶과 관계의 역할의 삶을 살게 되지요.


나는 누군가?라는 답변을 제대로 하려면, 무엇을 할 때 내가 에너지가 차오르는지 잘 살펴봐야 합니다. 언제? 누구와? 무엇을 할 때 에너지가 샘솟듯 치솟아 오르는가? 내가 살아있다고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


무언가를 너무너무 하고 싶어 안달이 나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바로 그걸 하고 싶었던 적인 언제인가요? 기억이 안 난다면 뭔가 잘못된 겁니다. 바로 그걸 찾아야 하는데 말이죠. 만약 정말 그런 것이 없다면 오래전 어린 시절에 너무 하고 싶었지만 주변의 반대로, 누군가의 만류로 포기했던 그것을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래도 못 찾겠으면 아직 만나지 못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새로운 경험에 무제한으로 도전하세요. 위키에 취미 목록은 수백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씩 도전해 봐도 멋지겠네요. 아니면 도서관이나 대형 서점에 가서 책장의 책 제목들을 하나씩 읽어가며 호기심이 생기는 타이틀을 읽어도 좋고요.


무언가 한 가지는 틀림없이 호기심이란 녀석을 불러올 겁니다. 그럼 그걸 선택하고, 계속 시도하고, 기량을 올리고, 지식을 습득해서 나만의 원씽으로 만들어보는 겁니다.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는 그날까지. 후회가 남지 않는, 내가 누군지 확실하게 아는 그날까지.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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