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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무 Feb 21. 2024

백다방에서 거리를 바라보며 상점들을 헤아려 봅니다

미용실 빼곤 모두 온라인?

Photo by Lindsay Cash on Unsplash


오랜만에 대로변의 커피숍에 들어왔습니다. 백다방과 별다방이 바로 마주하는 건물 사이에 서서 몇 초 고민을 합니다. 내 안의 가성비 감성이 나를 백다방으로 이끄네요. 백다방에 들어가 오랜만에 포장이 아닌 드시고 가실~을 선택했습니다.


백다방의 의자는 좀 불편합니다. 보기에도 그렇고, 실제로 한 시간 정도 앉아보니 더더욱 확실하게 그렇다고 느껴집니다. 아마 빨리 먹고 일어나라는 암묵의 표현이지 않을까요. 노란색, 파스텔 색 테이블과 의자는 안정감보다는 가벼운 느낌을, 빨리 마시고 가라는 느낌을 줍니다.


지금 커피숍의 창 너머로 이 건물에 입주한 회사/가게의 목록이 보입니다. 8층 건물이네요. 지하철 출입구가 눈앞에 바로 보이는 건물이니 강남이 아니라 미아역 앞이지만 후줄근한 외모와 달리 상당한 가치를 가진 건물일지도 모르겠네요.


1층에는 커피숍과 약국이 있고, 그 위로는 피부과, 비뇨기과, 정형외과, 내과, 소아과, 이비인후과, 치과, 한의원, 등 쭈르륵. 거기에 꼭대기 층에는 학원이 있습니다. 길 건너편에도 비슷하네요? 학원, 미용실, 음식점, 카페, 의원, 청과마트. 이젠 시내에서는 상품을 파는 가게는 찾아보기 어려워요. 심지어 옷가게도 별로 안보입니다.


전에 갑자기 주문한 기저귀가 도착하지 않아서 급하게 저녁 무렵에 주변 가게들을 훑었습니다. 어디에서도 기저귀를 살 수가 없었습니다. 심지어 이마트 에브리데이 매장에서도! 가장 가까운 규모 있는 큰 마트였건만! 온라인으로 구매 가능한 상품들은 이제 정말 오프라인에 별로 없어요.


많은 상품들이 이제 온라인 구매로 넘어간 거 같습니다. 택배가 매일 하나씩 집 앞에 도착하는 것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반품 규정도 너무 철저해서 이제는 도리어 판매자에게 불리한 구석이 많아졌죠. 그러니 직접 들고 가 반품해야 하는 마트보다 더 자주 사용할 수밖에.


어제 받은 아들의 헬스 보충제가 뚜껑이 깨져서 내용물이 조금 흘러나온 채로 배달되었습니다. 아마도 배송 중에 기사님이 던진 것 때문으로 짐작되는데, 뚜껑이 깨져 열린 상품을 판매자가 보냈을 리는 없으니… 저도 스마트스토어를 가지고 있어 알지만, 이런 사건이 발생하면 판매자가 보상합니다. 택배사는 대기업이라 판매자가 보상받기 너무 어려운 구조죠.


잠시 이야기다 딴 데로 샜는데요, 이처럼 이제는 고객이 직접 경험하는 것들, 즉 서비스에 가까운 것들만 매장이 유지가 되고, 상품을 판매하는 것들로는 매장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대신 상품을 팔아도 서비스와 같이 판매를 하면, 굳이 오프라인 매장에 방문할 이유를 만들어주면 예외가 되겠죠.


병원, 미용실, 음식점, 카페, 학원 등 직접 방문해야 하는 상점만이 살아남을 거 같습니다. 심지어 지금은 음식도 도시에선 거의 모두 배달이 되고, 학원도 온라인 학습이 많죠? 만약 비대면 온라인 진료까지 도입되면 나중에는 미용실만 살아남는 거 아닌가 몰라요?


이제 장모님도 나이가 드셔서 김장김치를 만드실 때 예전에 맛이 나질 않아요. 김치 속을 만드시다 힘드셔서 그런지 약간 대충 만드신 듯한 느낌? 그래서 김치는 몇 번 주문해서 먹었습니다. 아직 최애 김치 브랜드를 찾지는 못했어요. 계속 다른 브랜드 시도하는 중.


오늘 처음으로 반찬도 온라인 주문을 했습니다. 반찬가게 많은데 거기까지 가는 것도 귀찮고, 네이버 1위 반찬가게의 맛은 어떨지 궁금하기도 하고. 정말 택배기사님들 열일하실 수밖에 없네요. 이렇게 거의 모든 것이 배달이 되는 세상이 되었으니 말이죠.


나 개인의 시간이 이렇게 배달로 아껴진 부분이 있다면 그만큼 우린 남은 시간을 더 소중하게 알뜰히 사용해야 될 거 같습니다. 세상을 위해 뭔가 더 창조하고, 만들고, 기여하는 시간으로 채우면 좋겠습니다. 아니면 나를 치유하고, 쉼을 주고, 자유하게 하는 것도 멋진 시간 활용 방법이겠지요. 


비가 내리니 택배 기사님들은 운전 조심하시길..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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