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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무 Mar 07. 2024

처음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날

입학과 개학 시즌입니다

Unsplash+In collaboration with Getty Images


막내가 드디어 초등학교에 입학했습니다. 감개무량하지는 않아요. 셋째니까 벌써 초등 입학을 여러 번 경험했지요. 첫째가 입학했을 때는 드디어 학부형이 되었다고 감격했었는데 어느새 시간이 이렇게나 흘렀는지 모르겠습니다. 


첫 등교를 하면 입학식을 하고 바로 집에 왔는지 오빠들의 경우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천주교 계열의 학교라서 입학식을 미사 형태로 드렸습니다. 그러고 나서 학부모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고 바로 수업에 들어간다고 하네요. 아마도 체육 놀이 수업을 하는 거 같습니다. 첫날부터??


특수학교는 입학 경쟁률이 엄청나요.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특수학교는 적어서 경증 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특수학교에 입학하기 어렵죠. 그런 친구들은 일반 초등학교에 진학해서 특수반을 가면 그나마 다행이고, 주변 학교에서 특수반이 없다면 일반 학생들과 같이 수업을 받아야 하니 따돌림이 쉽게 예상됩니다.


우리 막내가 입학한 특수학교는 한 학년에 한 반씩 유치, 초, 중, 고, 전문대까지 있는 학교입니다. 처음에는 청각 장애 전문학교였지만 지금은 지적 장애 아동들이 주로 입학합니다. 한 반에 6명 내외로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배정이 됩니다. 전문 과정은 좀 다른 거 같고요.


일반 학교 대비 선생님이 케어하는 학생의 숫자가 적지요. 그건 아이들이 일반 아동들처럼 이해하거나 대화로 소통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수화로 이야기를 나누는 선생님과 학생들도 있지만, 지적장애인 경우에는 더 소통이 어렵습니다. 아직 ‘엄마’ 소리도 못하는 아이들도 많거든요.


선생님들이 얼마나 사랑으로 아이들을 돌보는지 언제나 감사하고 감격합니다. 물론 일반 학교의 선생님들도 그러하겠지만 장애 아동을 돌보고 가르치는 선생님들은 더욱 큰 인내심과 이해력이 있어야 하니까요. 화를 낼 수가 없어요. 화를 왜 내는지 이해할 수 없는 아이들이거든요.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이 스스로 양치하고, 손을 씻고, 샤워를 하고, 용변을 보고, 걷고, 뛰고, 달리고, 계단을 오르내리고, 밥을 먹고, 선생님에게 주목할 줄 아는 모든 기초적인 것들이 다 도전입니다. 아마도 초등학교 다니는 6년의 기간 동안 이 정도라도 성취하면 대단한 아이들이 되겠지요.


이제 12년의 초, 중, 고 시기를 앞두고 있습니다. 부디 다치지 않고,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학생의 시기를 보낼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장애 아동을 키우는 부모들의 마음은 더욱 각별한 마음이지만, 이 아이들도 성장해 나갈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래도 우리 둘째의 중학교 입학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아이에서 청소년으로 자라난 우리 둘째에게도 집중의 능력과 자기 주도 학습의 능력, 그리고 좋은 취미, 운동능력, 좋은 친구와 선생님들을 만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겨울 방학 동안 이 녀석들이 먹는 게 확 늘어서 매일 밥솥을 올려야 하는 것이 부담이었는데 이제 개학을 하니 학교에서 급식 잘 먹겠지요. 형에게 들어보니 중학교 급식이 초등학교 때보다 더 맛있게 잘 나온다고 합니다. 자녀들의 도시락을 싸주지 않는 것만 해도 정말 엄청납니다. 옛날 부모님들이 어떻게 매일 도시락을 준비했을지 상상하기도 어렵네요.


형이랑 같은 중학교에 입학해서 더 감사하고, 형이 조금은 신경 써 주는 거 같아서 기쁩니다. 물어보니 중3 형이 친구들 데리고 동생 기 살려주려고 한번 동생의 반에 방문했다고 하는데 하필 마침 그때 매점 갔었다고 하네요. ㅋㅋㅋ 이 녀석 정말 입학하자마자 매점행 레알인가.


시간이 갈수록 가족이 참으로 중요하고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너무나 사랑합니다. 소중한 가족과 소중한 사람들에게 더 사랑을 표현하고 말해주길 원합니다. 뽀뽀도 더 해주겠습니다. 이제 할 수 있는 날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으니 말이죠.


오늘의 결론: 사랑을 표현합시다. 표현하지 않으면 몰라요.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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