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는 글만 쓰기!
3년 전에는 방 4개 있는 집에 살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땐 아빠의 서재가 있었지요. 그 뒤에 방 3개짜리 집으로 이사하면서 제 서재는 없어졌습니다. 그 뒤로는 노트북으로 뭘 해도 식탁 위에 올려놓고 했습니다. 글을 쓰는 모든 것도 식탁 위에서 작업을 했지요. 그동안 바꾼 것은 식탁 의자를 좀 더 편안한 시디즈 공부 의자로 바꾼 것 하나입니다. 딱 한 좌석만요.
서재가 없어지니 저의 잡동사니 물건을 둘 공간도 없어졌습니다. 심지어 자동차 키도 놓을 곳이 없어서 바지 주머니에 들어있는 채로 보관합니다. 바지를 빨 때 다음 바지로 이동하는 수준입니다. 제 서랍장이 없으니 전에 회사에서 쓰던 필기구들도 모두 창고에 있거나 거실 책장 사이에 끼어 있습니다.
그런데 애들이나 아내가 거실에서 TV를 볼 때 노트북을 포기해야 한다는 점이 오랫동안 마음에 걸렸습니다. 자연스럽게 그 시간에는 저도 어울려서 빈둥대곤 했지요. 같이 TV를 보거나 스마트폰을 보는 것이 일상이었습니다.
그래서 지난주에 갑자기 생각을 했죠.
베란다에 서재를 만들자!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덥겠지만, 그때가 되면 어떻게든 되겠지!
우선 베란다에 쌓인 잡동사니를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무작위로 쌓여있던 물건들을 차곡차곡 쌓고, 버릴 것은 빼놓고, 구석구석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위치를 변경하는 등. 그리고 구매한 것이 책상 상판입니다.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에서 18000원(+배송비 6000원) 짜리 상판을 구입했습니다.
책상다리는 어쩌냐고요? 있는 것을 최대한 활용해야죠. 기존에 아들이 전자 건반을 연습할 당시 구매했던 신디사이저 거치대 거미다리라는 놈이 있습니다. 책상다리로 쓰기엔 비싼 놈이지만 지금 아들이 건반을 사용하지 않으니 상관없겠죠?
월요일에 1200x600 짜리 상판이 도착했습니다. 베란다 청소를 끝내고 거미다리에 상판을 올리니 그럴듯합니다. 회사에서 일할 때를 기억하며 창고에 처박아둔 24인치 모니터로 꺼내 노트북 옆에 붙여 봅니다. 듀얼모니터가 정말 편하죠. 이제 슬슬 눈도 침침해지는데 작은 폰트는 큰 화면이 있으면 훨씬 편안하게 보입니다.
음? 상판 기울기가 조금 애매하네요. 베란다 거실 창가는 타일 때문에 약간 높이가 달라 조정하다 보니 그렇습니다. 이럴 땐 다이소. 바로 다이소에 가서 의자 소음방지용 패드를 구매합니다. 1개당 4mm라서 두 개를 이쪽에 한 개를 저쪽 다리에 고정하니 상판의 기울기 문제도 해결 완료!
제 책상이 있으니 너무 편합니다. 핸드폰을 소파 아래 두고 충전할 필요가 없습니다. 카드 키나 신용카드, 차키 등도 그냥 책상 위에 둘 수 있습니다. 아직 정리가 다 끝나지는 않았지만 수요일 쓰레기 버리는 날에 잡다한 상자 등을 내다 버리면 더욱 깔끔해질 것 같습니다. 빨래를 말리는 날에는 조금 습하겠지만…
이제 5월입니다. 완연한 봄이고 곧 여름이 되겠지요. 집안 구석을 살펴서 새로운 공간 창출을 한번 해보는 것도 소소한 즐거움이 될 것 같아요. 올해 내로 노트북을 새것으로 바꾼다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할 거 같습니다.
오늘의 결론: 여기서는 글만 쓰는 작은 공간이 있다면 행복해집니다.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