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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홀로 캠핑

20년 만에 혼자 떠나는 여행

by 김영무
KakaoTalk_20240819_123123727_01.jpg 용화산 자연휴양림 안내도


결혼하기 전에도 사실 혼자 떠나는 여행을 한 적이 거의 없습니다. 친구들과 우르르 몰려가는 여행이야 해마다 떠났지만 혼자 가는 여행이라니, 그런 건 생각도 별로 못했지요. 그런데 은퇴 후에 몇 년을 아이들 뒤치다꺼리하면서 살다 보니 혼자 며칠이라도 여행을 가고 싶은 마음이 절실하게 들더라고요. 문제는 내가 여행을 가면 출근해야 하는 아내가 애들을 돌 볼 수가 없다는 점이었죠.


올해는 큰 마음먹고 아내의 여름휴가 중간에 저만 홀로 여행을 떠나보기로 했습니다. 제가 아내와 아들 둘만 일본 여행을 다녀올 때 독박 육아를 한번 하고 나서 이번엔 제가 떠나기로 한 거죠. 그렇게 20년 만에 혼자 캠핑을 다녀왔습니다. 용화산 자연휴양림으로 말입니다.


용화산 자연휴양림은 강원도 춘천에서 조금 더 북쪽으로 올라가면 나옵니다. 자연휴양림 중에서는 그나마 예약하기 어렵지 않은 편입니다. 서울에서 2시간 정도 운전하는 거리인데 가까운 편이죠. 수영장은 없지만 풍부한 계곡물의 수량으로 물놀이가 가능합니다. 한여름에도 확실히 계곡물은 아주 시리도록 차갑더군요. 오래 들어가 있지는 못해요.


야영테크는 딱 공립 휴양림 수준입니다. 모든 야영 사이트가 데크로 이뤄져 있고 테크마다 나무 피크닉 테이블이 있습니다. 그런데 테이블 상태는 데크보다 더 오래되어 보입니다. 가장 최근 시설은 사이트마다 제공된 전기포트 같군요. 계곡을 중간에 두고 양쪽으로 사이트들이 있어서 자는 동안에도 화이트 노이즈처럼 물소리가 들립니다. 매미 소리만 있다면 더운 느낌이 더할 텐데 물소리 때문에 마음이 시원했습니다.


계곡보다 사이트의 위치는 월등히 높아서 비 와도 안전에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매점은 없습니다. 뭐 하나 부족하면 차 타고 15분은 나가야 마트가 있다고 하던데 찾아보지는 않았습니다. 산속 깊은 곳이라 그늘은 많았습니다. 매미 소리는 절정에 다다랐고, 곤충도 많았습니다. 신기하게 모기는 별로 없습니다. 2박 3일간 한 번도 안 물렸습니다.

KakaoTalk_20240819_123123727.jpg 용화산 계곡

가장 큰 문제는 진입로. 큰 도로에서 소로로 접어들고 나서 가장 끝에 있는 휴양림까지는 비포장이 1/3, 포장이 1/3, 포장되었으나 비포장에 가까운 길이 1/3입니다. 시속 13km/h로 진입해야 합니다. 한번 들어오면 타이어 걱정에 다시 나갈 수가 없습니다.


모든 야영장 통틀어 중앙에 한 개 건물에 샤워장, 남녀 화장실, 개수대가 모여있습니다. 온수는 별도로 10분에 1천 원 결제를 해야 합니다. 어른은 그냥 찬물로 씻어도 아이들은 온수가 필요하겠죠. 개수대에 전자 레인지가 있어서 햇반 데우는데 문제없었습니다. 각 사이트마다 전기 시설이 있으며 600w 이하로만 사용하라고 하는데 여름이라 전기는 충분했습니다.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이 등산과 산책이었습니다. 홀로 걸어가는 산책. 그런데 아쉽게도 11시 방향 산책길이 메인인데 폐쇄되어 있더군요. 아마 뒤쪽으로 공사를 하는 것 같았어요. 어쩔 수 없이 내려가는 쪽으로 산책을 했는데 개인 별장들이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작은 전원주택이 절대 아니고 산속에 비싼 자재를 동원한 별장급 집들이었습니다. 이렇게 깊은 산속에 별장이라니 좀 신기했어요.


2시 방향의 산책길은 열려있었습니다. 거기는 별도의 숙소들과 활동센터 등이 있었습니다. 등산길로 올라가니 알록달록한 버섯들이 길가에 피어났습니다. 누가 봐도 독버섯? 주황색 버섯을 보니 절대 먹어보고 싶지는 않더군요. 하지만 신기해서 사진 몇 개를 찍기는 했지요. 돌과 산이 어우러져 멋진 모습도 많았답니다.


산속이라 바람도 거의 불지 않아서 그늘임에도 불구하고 계곡물에 들어가지 않으면 더웠어요. 산책길이 더 멋진 곳을 다음에 한번 더 떠나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성장해서 독립하면 그때는 아내와 오붓하게 여행을 더 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됩니다. 홀로 하는 여행. 신경 쓸 것이 나 자신 뿐이라 단출했지만 홀가분한 느낌이었습니다.


오늘의 질문: 혼자 떠나보고 싶지는 않으신가요?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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