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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무 Dec 27. 2022

2022년은 터닝 포인트였습니다

50살 즈음에

Photo by Natasha Ivanchikhina on Unsplash

월급쟁이에서 무일푼의 글쟁이로의 변화. 임원에서 아이 등하교 셔틀 운전사로의 변화. 양복차림에서 청바지와 츄리닝으로의 변화. 화내는 아빠에서 대화가 가능한 아빠로의 변화. 회사업무 처리가 바쁜 것에서 책 읽기와 생각하기가 들어간 변화. 사실 돈만 빼놓고는 모든 것이 너무 좋고 즐겁게 변했습니다. 


새삼 은퇴를 지지해주고 여전히 회사를 다니는 아내에게 감사합니다. 뭐 23년 일했으면 됐지라고 혼자 있을 때는 자평하기도 하지만 말이죠. 물론 새로 시작한 집안일은 끝도 없이 많기는 합니다. 정말 내가 없으면 집안 구석이 절대 돌아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거의 매일 들기도 합니다. 아파트 사는데 이러면 전원주택 사는 사람들은 정말 끝장날 거 같은 느낌입니다.


다만 은퇴나 업의 변경을 꿈꾸신다면 꼭 월수입을 어떻게 맞출지 고민해보시기 바랍니다. 집의 크기를 줄이거나, 더 싼 지역으로 이사 가는 것도 방법이고, 자녀의 학원과 외식비 등 비용의 절감도 필요할지 모릅니다. 나이가 40대, 50대에 접어들면 20대와 달리 수익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회피하는데 조금 더 신경 써야 합니다. 


직장이나 직업에 염증을 느끼지만 대안이 떠오르지 않을 때의 고통은 끔찍하죠. 이런 시기에는 결심과 포기, 퇴사와 이직, 등 생각할 거리들이 아주 많아집니다. 다만 성급한 결정은 내리지 않아야 합니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할 시간과 여유를 확보하고 1년이 넘도록 고민해보는 것을 권장합니다.


다양한 실험으로 자신의 가능성을 확인해야 합니다. 본업을 버리지 말고 겸업을 통해 진지한 실험을 해보는 거죠. 겸업이라는 것이 대단한 것이 아니라 하루에 2시간씩 새벽이든, 밤이든, 주말이든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겸업입니다. 그쪽으로 바로 투신하기보다 이렇게 내 시간을 투자해서 경험하고 내 가치관에 맞는지, 좋은 느낌이 드는지, 나의 감정을 관찰해보는 거죠. 그 시간도 투자하지 못한다면 당신은 진지하게 인생을 살고 있지 못한 것입니다.


글쓰기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겠죠. 하지만 평생 배우고 노력한 것을 정리도 못하는 건 좀 억울하지 않을까요? 거창하게 자서전을 쓰라는 것이 아니고, 매일 삶의 이야기를 조금씩 써두면 정말 멋질 것 같습니다. 며칠 전부터 ‘나의 첫 소설 쓰기 수업’이라는 책을 집어 들었는데, 10대를 위한 글쓰기 교본 같은 느낌입니다. 그런데 의외로 제게 쏠쏠한 정보가 많네요? 확실히 저는 10대에 비교할 만큼 글쓰기 초보이기는 합니다.


뭘 하다가 막힐 때도 있습니다. 그러면 잠시만 뒤로 물러나면 됩니다. 통찰이 떠오르지 않으면 산책을 가보는 것도 좋습니다. 시간을 가지고 내가 변화해야 할 방향과 이유, 목표 등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나와 가장 친밀한 사람과 충분히 대화하고 스킨십을 해야 아, 내가 돌아올 곳이 있구나 하며 더 안정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평생 단 하나의 자아를 가지고 살지 못합니다. 옛날에 한 직장에 30년 근무하던 시절이라면 모를까, 세상은 늘 변화하고, 나도 변할 수 있다고 확신해야 합니다. 마케팅을 10년 했다고 여생을 그것만 할 이유가 되지 않습니다. 50살에 미술을 시작할 수도 있고, 60살에 악기를 배울 수도 있습니다. 아버지로서의 자아, 엄마로서의 자아, 배우자로서의 자아, 상대방의 존재로 인해 추가되고 개발해야 하는 자아들도 있습니다.


이제 내년이면 50살인데, 이제는 만루 홈런의 환상을 버렸습니다. 매일 작은 성공을 쌓는 방향으로 바꾸고 나니 마음도 평안하고 스트레스도 없습니다. 이제는 실패와 후회 또한 삶의 일부라는 팩트를 확실히 이해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도 부산스럽게 호들갑 떨지 않습니다. 모든 경험은 소중한 것이고 반복할 때마다 새로운 교훈을 얻는 셈입니다.


계획대로만 살 수 없는 인생에서 꾸준히 희망과 행복을 선택하고, 남탓하지 않는 선택을 하시길 기원합니다.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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