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결혼한 지 17년 되었습니다. 물론, 방금 문장을 쓰기 전에 손가락으로 몇 년째인지 세어보았습니다. 결혼기념일을 잊어버리지는 않아도 몇 년째인지는 10년째가 지난 뒤로는 잊어버리게 되더라고요.
당연히 최고의 선물은 평생을 같이 할 인생의 동반자이자 친구를 나의 품에 데리고 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설렘으로 가득 찬 연인으로 시작하지만, 갈수록 연인이라는 것에 더해 동반자라는 생각이 더 들곤 합니다. 둘의 인연에서 두 사람의 가족과 친척들이 이어지고, 나아가 자녀들과 조카들이 이어지는 동반자.
그런데 결혼이 주는 뜻밖의, 하지만 아주 중요한 선물이 몇 개 더 있습니다. 그중에 가장 큰 선물이라고 생각되는 것은 바로 내 정신적인, 감정적인 에너지의 소비를 무지막지하게 줄여주고 정말 중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거죠.
어떤 에너지 소비를 말하는 걸까요? 네! 바로 그겁니다. 미혼 남자들이 눈에 불을 켜고 찾아다니는 것. 바로 매력적인 이성을 찾아다니는 에너지 소비를 말합니다. 여기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과, 에너지와, 감정의 낭비가 있는지 남자들은 알겠죠?
남자들은 무한히 많은 에너지를 여기에 쏟아붓습니다.
저 여자는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저 여자는 나를 좋아하나?
어떻게 해야 여자들이 나를 더 좋아하게 만들 수 있을까?
그 여자를 만나기 위해 우연을 가장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데 드는 수많은 에너지
데이트를 할 때마다 계산해야 하는 갈 곳, 먹을 곳, 이동 방법, 이동 시간과 거리.
내가 어떻게 그 사람 앞에서 더 멋있어 보일지 연구하는 시간
언제쯤 이 여자와 S를 할 수 있을지.
내가 S를 잘할 수 있을지.
내가 S를 못한다고 상대가 생각하지 않을지.
너무 오랫동안 여자를 만나지 못한 나는 루저가 아닐지.
더 많은 다른 여자를 만날 수 있을지.
어디를 가야 예쁜 여자를 만날 수 있을지.
애당초 내 이상형은 어떤 여자였는가
어떤 성격의 여자가 나는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가
어제 그녀가 말한 말이 도대체 무슨 뜻일까 불면의 밤을 보낼 일
그녀의 표정이 무엇을 뜻하는지 분석할 시간
등등. 수없이 많은 생각과 고민과 걱정이 미혼 남성 앞에 펼쳐집니다.
결혼은 아마도 남자의 인생에 가장 중요한 결정이지 않을까 합니다. 첫 직장 보다도, 사업적인 그 어떤 결정 보다도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누가 헤어지기 위해 결혼을 합니까? 평생을 서로 보듬어 주고 아껴주기 위해 연인보다 한걸음 더 나아간 결혼을 하는 거 아닐까요?
저는 결혼을 결심하고 완전히 변했습니다. 위에 나열한 고민들이 일거에 싹 사라졌습니다. 내가 확고하게 내 여자를 결정하고 결혼을 약속했을 때 더 이상 여자들 앞에서 잘나 보여야 한다는 강박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청년이 되고나서부터 10여 년간, 30대 초반에 결혼할 때까지 제 머릿속에 맴돌던 여러 이성에 대한 걱정과 미련들이 모두 일거에 사라졌습니다. 이젠 단 하나의 완전히 내 편인 사람만을 사랑하면 됩니다. 머리 모양이 어떻든, 옷이 어떻든 상관없습니다.
대단한 자유를 쟁취한 느낌입니다. 이젠 계산 없이 순수하게 그녀만 사랑하면 됩니다. 직장에서 여직원들의 눈치를 보거나 누군가를 기대하며 바라보지 않아도 됩니다. 세상의 모든 여자들은 이제 여자 인간일 뿐입니다.
새로운 취미를 가질 시간도 남습니다. 나의 그녀와 기왕이면 동일한 취미를 가지면 같이 더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 더욱 좋겠네요. 직장에서 일에 더욱 집중할 수 있습니다. 업무 성과도 더 좋게 나오겠지요?
당연히 결혼 생활이라는 것이 매일 꽃길만 걷는 것은 아닙니다. 어려운 감정의 소통의 시간도 있고, 자녀를 양육하면서 생기는 갈등도 있습니다. 그러나, 남자의 인생에 결혼을 통해 나만의 그녀를 만난다는 것은 어떻게 생각해도 대단한 축복이 아닐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의 질문: 당신의 유일한 배우자에게 매일 사랑한다고 말하고 있나요?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