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른 은퇴를 했지만 아내는 여전히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아내는 육아휴직을 잘 지키는 기업에 다니는데, 그래서 세명의 아이를 각 2년씩 총 6년의 육아휴직을 했었죠. 그런데 육아 휴직을 하면서 육아 스트레스를 받는 것을 가끔 보기는 했습니다. 자기만의 시간이 없다고. 산후우울증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힘들어하긴 했습니다.
그런데 가정주부로 신생아를 돌보는 여성의 경험담을 한번 읽고 나니 정말 얼마나 우울해질 수 있을지 상상이 갑니다. 아마 제가 은퇴하고 아이들을 돌보는 입장이라서 더욱 공감이 간 것 같아요.
가장 비참하게 느껴졌던 부분은 천 원 한 장도 남편에게 달라고 해야 했다는 말이었습니다. 아니, 생활비를 공동으로 관리하는 게 아니라 한쪽에서만 관리하면 이런 문제는 필히 발생할 겁니다. 특히나 돈을 버는 사람에게 돈을 벌지 않고 집에서 애를 돌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정말 매번 피 말리는 굴욕감이 생길 수도 있을 거 같아요.
게으른 것도 아니고, 아기를 너무나 사랑하고. 이렇게 아기를 돌보는 삶을 의도적으로 선택했지만, 내면의 자아가 녹아내리는 듯한 슬픔을 느낀다고 합니다. 투명인간이 된 것 같은 느낌. 나의 모든 것을 바쳐 아기를 위해, 가정을 위해 봉사하지만 충분치 않은 느낌.
사랑하는 아기의 신비한 움직임에 하루 종일 보고 있을 수도 있고, 청소하고 요리하고 세탁물을 접을 때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나의 책임을 가볍게 보지도 않고 하늘이 준 소중한 선물 같은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늘 바쁜 와중에도 내 것이 없다는 공허한 느낌은 남았습니다.
월급이 들어오지 않고 수입이 없어서 사소한 작은 것 하나도 살 여유가 없을 때. 소소한 작은 물건이나 간식마저 매번 구입을 허락받아야 할 때. 그리고 그것을 매일 반복해야 할 때 무너지는 자신을 보게 됩니다. 화가 나는 건 아닙니다. 내가 선택했으니까요. 하지만 텅 빈 나를 보는 것 같습니다.
돈을 벌지 않으면 가치가 없는 사람일까요. 내가 무언가 성취를 보일 수 없다면 쓸모없는 사람일까요?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더합니다. 아직도 취업을 하지 않았다고? 일할 계획은 아직 없다고? 그냥 어디든 아기를 맡기고 일해야 하는 거 아니야? 사려 깊음이라는 포장지에 싸인 칼날 같은 반응들. 어쩌면 엄마로서 아기에게 집에 있으면서 모든 것을 주고 싶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일까?
남편에게 화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저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에요. 그는 직장이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직장에서 성취를 추구하고, 농담을 주고받을 동료들이 있으며, 꿈과 비전을 추구할 자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어제와 같은 티셔츠를 입고 설거지를 하고 있는 와중에 말이죠.
아이디어로 가득하고 목표와 스케줄이 가득 찼던 과거의 나를 생각해 봅니다. 지금의 하루는 도저히 뭐라고 할 수 없는 사소한 일거리와 돌봄으로만 가득하고 한시도 쉴 틈이 없습니다. 그리고 어떤 것도 성취하지 않았습니다. 하루가 지나면 비슷한 일을 매일 반복합니다. 미칠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그만둘 수도 없습니다. 소중한 아기를 어떻게 합니까? 내가 선택한 일에 실패한다는 느낌도 너무 싫었습니다. 그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죠. 그리고 날이 갈수록 그 침묵은 무거워졌습니다. 너무 무거워 흘러넘치는 상황이 발생하기까지 말이죠.
남편이 퇴근을 했습니다. 너무 무거운 기분의 몸으로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어땠냐는 남편의 질문에 드디어 터지고 말았습니다. “그냥 하녀에게 월급을 주는 건 어때?” 나 자신도 이런 말이 불쑥 흘러나올지 몰랐습니다. 남편도 당황했죠.
싸우려던 건 아닙니다. 불쌍해 보이고 싶은 것도 아닙니다. 그냥. 피곤했습니다. 투명인간처럼 아무것도 추구하지 않고 돈도 벌지 못하는 자신이 너무 피곤했습니다. 나의 모든 것을 쏟아붓고 있지만 아무것으로도 증명할 길 없는 상황이 너무나 싫었습니다.
돈이 필요하다는 말이 아니라. 사실은 내가 하는 일이 얼마나 의미가 있고 중요한 일인지 누군가 알아줬으면 했습니다. 그런 말을 꼭 듣고 싶었습니다.
결론적으로는 이 여성은 자신의 내면의 속삭임을 글로 승화시켰고 집에서 아이를 돌보면서도 글을 쓰는 작가로 재탄생했다고 합니다. 해피엔딩이죠? 하지만 그 사이에 벌어진 트라우마는 가볍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집에서 아무런 티도 나지 않으며 일하는 모든 사람에게는 더더욱 말이죠.
오늘의 질문: 집에서 묵묵히 가사를 돌보는 책임을 맡은 사람에게 충분히 감사와 경의를 표하고 있나요?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