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에는 친구가 정말, 아주, 매우, 대단히, 진짜로 가장 중요했습니다. 심지어 마음속으로 생각했을 때 부모님과 친구가 같이 물에 빠졌다면 친구를 먼저 구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을 했던 적도 있습니다. 어머니, 아버지, 죄송합니다…
20대에도 친구는 정말 소중했습니다. 더 많은 친구를 만들기 위해서 여러 카페에 가입을 하고, 아이러브스쿨을 통해 다시 만난 동창들을 위해 기꺼이 시간과 돈을 쓰고, 동갑내기 모임을 세상에서 가장 우선순위에 올려놓고. 야근을 끝내고 밤 9시, 10시 모임에 기어코 달려가고.
30대에는 친구라는 개념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결혼 전에는 회사의 동료가 친구보다 당연하게 더 자주 만나고 회식을 하며 술을 먹는 사이였고, 결혼 후에는 아내와 아이들이 최우선으로 올라오게 되었죠. 과거의 친구들도 각자 자기의 삶을 살면서 일 년에 한 번 만나는 방식으로 변하였습니다.
40대가 되면서 과거의 친구들은 연락처 안의 존재로 남았습니다. 가끔 카톡 단체 채팅에 경사가 생기면 축하하고, 생일이면 커피쿠폰을 쏘고. 40대 후반에 은퇴를 하면서 회사의 동료들과도 OB모임을 일 년에 한 번 하는 정도의 사이가 되었죠.
이제 50대가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아직도 청소년이거나 초등학생이어서 세심한 돌봄이 필요합니다. 과거의 친구들은 여전히 친밀감은 있지만 여러 사정으로 만나기는 어려운 존재? 아마도 자녀들의 결혼이 생기거나 부모님의 장례가 생기면 만나게 될까?
은퇴한 지금 주소록을 돌아보면 전화해서 술 한잔을 청할 만한 친구는 5명도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술 한잔을 청할라치면 아내의 퇴근 일정을 맞춰야 하고, 자녀의 하교 일정과 학원 일정을 고려해야 합니다. 나 혼자의 생각으로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미국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미국인은 가까운 친구가 삶에서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비중이 61%에 달한다고 합니다. 결혼(23%), 자녀(26%), 돈(24%) 보다도 월등하게 중요한 것이 바로 친밀한 친구라는 것이죠. 그러면서도 미국도 갈수록 친구의 수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특히 나이가 젊을수록 친밀한 친구의 수가 급격히 줄어듭니다.
1990년에 친밀한 친구가 없다고 말한 남자는 3%였지만 2021년에는 15%로 늘어났습니다. 여자의 경우 1%에서 10%로 늘어났다고 하네요. 친한 친구들의 숫자도 급격하게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젊었을 때의 남자 친구들은 내 성공을 조금 당겨줄 수 있는 인맥으로 생각했습니다. 이성친구들은 언젠가 사귈 수 있는 존재로 생각했었죠. 아주 심각한 착각이자 오해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쥐구멍을 찾고 싶고 이불을 박차고 일어날만한 치기 어린 시절이었습니다.
인간은 자기와 가장 친한 주변 다섯 사람의 평균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래서 사실 친구란 내 인생을 더 발전적으로, 좋게 만들어주는 아주 소중한 존재라는 것이죠. 그래서 인간의 중대한 목표 중 하나는 내 주변을 좋은 사람으로 채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친구를 유지하고 새로 만들기는 어려워집니다. 편안하게 생각하는 기준이 좁아집니다. 그냥 집에서 TV를 보거나 쉬는 것이 좋고, 아내와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것이 좋습니다. 술을 마셔도 편안하게 소파에서 마시는 것이 좋고,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보는 것이 새로운 친구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보다 편안합니다.
그래서 50대가 되어 새롭게 친구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은 저에게 너무나 어려운 과제입니다. 머리로는 새로운 친구를 통해 나라는 인간이 더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온몸이 거부하고 있습니다. 정말로요.
가족을 핑계 삼기도 합니다. 아니 아이들보다 더 중요한 사람이 있나? 아내보다 내가 신경을 쓸 사람이 있나? 너무 매력적인 핑계잖아요? 내 소중한 시간을 그렇게 아직은 일면식도 없는 새로운 친구를 위해 사용하는 게 맞나?
오늘의 질문: 여러분은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도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