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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하다가 다쳐본 일이 있는가?

by 김영무
juan-gomez-7wxqtnspoRI-unsplash.jpg 사진: Unsplash의 Juan Gomez


저는 어렸을 때부터 운동안해에 속한 어린이였습니다. 태권도 학원을 다닌 기억이 국민학교 시절에 있지만 다들 다니니 그랬던 것이고, 롤러스케이트나 자전거도 탔지만 이 역시 다들 타니 따라 놀기 위해 탄 것이었습니다.


자전거 타다가 넘어져 다리가 까지거나, 운동회에서 무리하게 달리다가 넘어져 무릎에 상처가 나는 수준으로 다친 적은 있지만 진짜 뼈가 부러지거나 입원할 정도로 다친 적은 없습니다. 어찌 보면 몸치라는 걸 인지하고 있어서 전혀 무리를 하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며칠 전에 아들이 등과 허리가 아프다고 해서 안마를 해주었습니다. 그러다 발견한 팔꿈치의 커다란 상처. 이미 완전히 아물었지만 5cm도 넘게 피부에 상처가 남아있었습니다. 이거 언제 적 상처냐고 물어보자 중학생 때 자전거 사고였다고 하더군요.


상처가 깊게 난 편이어서 한 달 정도 병원을 왕래했던 기억이 그제야 났습니다. 중학교 3학년 시절에 로드 자전거에 푹 빠져서 친구들과 주말에 종종 라이딩을 갔던 녀석이었죠. 그땐 그냥 넘어졌다고만 설명했는데 이제와 다시 들어보니 자전거끼리 심하게 부딪친 사고였다고.


속이 상했습니다.


체육 선생님이나 헬스장 트레이너들이 종종 하는 말이 있습니다. 계속해! 하나만 더! 빨리빨리! 조금만 더! 스스로 주어진 할당량을 해치워야만 승리할 수 있다는 형태의 표현입니다. 내부적인 상황을 논외로 치고 밖에서 계속 다그치는 형태로 말이죠.


저도 나이키의 Just Do It이라는 슬로건을 무척 사랑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제한 적으로 강요하는 방식은 전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마다 상황과 능력과 재능이 다른데 어떤 운동이나 상황에 동일한 압력을 준다고 모든 것이 해결될 수는 없는 법이죠.


어떤 것은 천천히, 더 느리게 접근하는 것이 그 사람에게는 올바른 방법일 수도 있습니다. 고통을 감수하고, 극기를 하는 것이 모든 방면에 적합한 해결책은 아니라는 거죠. 특히 내가 재능이 없는 분야에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내가 재능이 없는 분야라서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단지 남들보다 천천히 나아가면 됩니다. 그 분야의 세상 최고를 노리긴 어렵겠지만, 그 분야에 충분한 흥미와 관심을 가지고 나 스스로가 즐길 수 있는 수준이 되는 것은 언제나 가능합니다.


아들이 갑작스러운 자전거 사고를 당한 것은 사실 그의 육체가 자전거 라이딩에 맞춰 충분한 숙련이 되지 못한 상태에서 고속주행을 한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한 번의 사고 이후 아들은 속도 조절에 더 민감해졌습니다. 다행이죠. 이후로는 사고가 난 적이 없습니다.


저는 평생 운동 안 해, 아니 못해로 살 줄 알았는데 이제 매일 20분 러닝을 즐기고 있습니다. 남들은 러닝 5km 인증을 남기는데 저는 매일 3km만 뛰고 있습니다. 여전히 남보다는 느리지만 달리기의 즐거움을 서서히 깨달을 정도는 됩니다.


공부도 그렇고, 돈을 버는 것도 그렇습니다. 최고를 지향하는 것은 멋진 일이지만 그 과정에 자신이 다치거나 상처를 입는 것은 결국 자신에게 좋지 않습니다. 그 상처가 언제까지 남아 있을 줄 아무도 모릅니다.


자기만의 페이스라는 것이 있죠. 그 페이스를 이해하고, 자기 자신에게 적용할 줄 아는 사람이 결국 인생이라는 마라톤에서 승리하는 것이 아닐까요? 스퍼트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칠 때까지 하는 스퍼트는 미련한 것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아들도, 딸도, 세상 모든 청소년들이 다치지 않고 잘 성장하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몸의 상처이든, 마음의 상처이든 말이죠.


오늘의 질문: 여러분은 자신의 페이스를 잘 이해하고 계신가요?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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