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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감정기복 극복하기

by 김영무
buddy-an-OKgP7B5VGww-unsplash.jpg 사진: Unsplash의 Buddy AN


10월은 아주 느리게 시작했습니다. 바로 추석 때문이겠죠? 오늘 아침은 시작부터 우울하게 시작되었습니다. 아침부터 인상을 쓰게 만든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가을 모기!


아침에 일어났는데 막내딸의 눈썹 바로 위에 빨그스름하게 부풀어 오른 이마가 보였습니다. 말도 안 돼! 이 고운 얼굴에 눈에 딱 띄는 모기 흔적이라니! 막내는 모기가 한번 물면 흔적이 아주 오래가는 연약한 피부를 가지고 있습니다. 거의 일주일 넘게 흔적이 남죠.


거기에 부풀어 오르는 것도 심한 편이어서 자꾸 긁게 되니 더욱 최악의 기피대상이 바로 모기입니다. 매일 한두 마리씩 어디서 나타나는지 잡아내고 있는데 오늘 얼굴에 정통으로 물리고 말았네요. 너무 속상합니다. 당연히 제가 대신 물려주고 싶지만 그건 마음대로 안되고.


우울한 감정이 이토록 쉽게 나타나는 것이었나요? 제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을 때 생기는 좌절감이 생각보다 크더군요. 거기에 오늘따라 막내가 급발진을 했습니다. 등교하기 전에 초코송이 과자를 반드시 가지고 가겠다고 울어버린 겁니다.


과자를 가지고 차에 타서 등교하는 것이 나쁜 건 아니죠. 약간 과자 부스러기를 흘릴 수도 있어요. 그런데 초콜릿을 옷과 시트에 묻히면 정말 어려운 상황이 되거든요. 그래도 여름은 아니니 어쩔 수 없이 허락하고 차에 태웠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10분 정도 오물거리며 먹다가 여기저기 얼굴에, 팔에, 옷에 묻히기 시작합니다. 그 손으로 아빠를 붙잡고, 시트를 붙잡고. 화가 납니다. 그런데 운전 중이라 어떻게 제지할 방법도 마땅치 않고. 브르르 떨며 신호등 걸리기까지 운전합니다.


신호등 대기할 때 초콜릿을 치우고, 얼굴을 물티슈로 닦고. 아이는 초콜릿을 빼앗겼다고 다시 울고불 고를 시전 합니다. 아~ 아침이 이렇게 힘든 건 오랜만이네요.


잠깐 정신이 가출했었습니다. 그러다 뒤에서 빵빵하는 소리에 다시 운전을 시작합니다. 옆에 힐끗 바라보니 아직도 울고 있는 막내의 눈두덩이가 여전히 발그스름합니다. 우는 바람에 얼굴도 조금은 달아오른 거 같습니다. 아~. 눈물을 닦아 줍니다.


학교에 도착합니다. 30분 운전하는 동안에 울음을 그치고 발랄한 얼굴이 되었네요. 짜증을 내는 얼굴이 아니라 기분 좋은 미소를 장착했습니다. 여전히 귀엽고 사랑스럽습니다. 잠깐의 짜증의 시간이 지나고 새로운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물론 중간에 마음의 평화를 되찾기 위해 여러 가지 좋은 생각들, 최대한 귀여운 아이 생각, 얼마나 소중한 녀석인지에 대한 생각 등을 머릿속으로 돌렸죠. 사람의 마음은 참으로 간사합니다. 이렇게나 빠르게 요동하다니요.


나의 마음을 공격하는 순간은 어디에서든, 언제든 찾아올 수 있습니다. 그걸 분노하지 않은 채로 잘 넘기는 것이 관건이겠죠. 오늘도 운전하는 제 차 앞을 급하게 끼어드는 차량을 관대하게 인내하고, 초보운전 스티커를 붙인 차가 신호등 앞에서 버벅대는 것을 참아주며 평상심을 가지려고 노력합니다.


여러분의 추석은 어떠했나요? 친척들이 모여 앉아 이야기를 하다 보면 여러 가지 친척 사이에서의 갈등도 많다고 합니다. 누구네는 승진했네, 누구네는 좋은 대학을 갔네, 누구네는 이직을 했네, 누구네는 어떤 아파트에 입주했네, 이러면서 말이죠.


그럼에도 웃어넘길 수 있는 여러분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심리적 공격에도 담담하게 회피와 방어를 잘해서 자신의 평정심을 유지하는 사람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오늘의 질문: 항상 사랑스러운 모습만 기억해야 아이들이, 그리고 부모가 행복하겠죠?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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