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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무 Feb 08. 2023

4160이라는 인생의 제약

인생은 유한하기에 즐거운 것

Photo by jeremy-wong on Unsplash


대한민국 평균 수명 80세를 기준으로 인생의 길이를 따져보면 29200일이고, 주로 계산하면 4160주가 나옵니다. 제가 만 48세이니 11680일 남은 것이고, 주로 계산하면 1668주 남았네요. 생각보다 길지 않죠? 이것도 만 80세까지 건강하게 산다면, 이라는 가정인 것이지 실제로 그전에 아프거나 사고가 있다면 더 일찍 인생을 종료하게 될 겁니다. 


나의 인생은 언제 어디서 종료될지 모릅니다. 대한민국의 평균이 만 80세(여성 83세, 남성 77세)라는 것은 절반의 인구는 그보다 짧은 것이고 절반은 그보다 길 것이라는 말과 비슷하죠. 미래는 절대 예측할 수 없고 시간은 흐르는 강물처럼 내 앞에서 흘러갈 겁니다.


그래서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명소 100’ 같은 기사가 뜨면 클릭해 보는 게 아닐까 싶어요. 내 인생이 유한하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으니 말이죠. 하지만 언젠가 늘어지게 누워서 ‘아, 난 정말 하고 싶은 것 모두를 해봤고, 가고 싶은 모든 곳을 다 가봤으니 이젠 진짜 만족해!’라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올까요?


넵. 그런 날은 안 옵니다.


왜냐면 좋은 경험을 할수록 그만큼 더 멋진 경험을 할 것이 많을 거라는 것을 우리는 알기 때문이죠. 그만큼 세상은 넓고 아름다운 곳이니까요. 어떤 환상적인 비경을 봤다면 다음에 볼 아름다운 경치가 기대가 됩니다. 어떤 훌륭한 책을 읽었다면 다음에 읽을 수 있는 더 멋진 책이 기대가 됩니다. 어떤 미술관에서 깊은 감동을 받았다면 세상에 남은 수천수만 개의 미술관은 또 어떠할지 기대가 됩니다. 어떤 아름다운 사랑을 했다면 다른 사람들과 이렇게 좋은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할 겁니다. 


물론, 우리는 그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넉넉하지 않죠. 그래서 우리에게는 선택이라는 무기가 있습니다. 모든 것을 할 수는 없으니 나에게 진짜 중요한 몇몇을 하기로 선택하는 거죠. 이 제약, 즉 내 인생은 유한하다는 한계는 실제로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내 사랑하는 아내를 만나 결혼을 한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아시나요? 한 사람과 한 사람이 70억 명의 세상의 인구 중에서 만나서, 평생을 사랑하겠다고 고백을 합니다. 단 한번뿐인 인생인데 말이죠. 게다가 그 대상이 바로 나입니다. 무수히 많은 세상의 유혹과 어려움과 다른 선택지가 있음에도 나를 선택합니다. 영광이죠.


그리고 이건 결혼뿐만 아니라 내 직업, 취미, 내가 사는 도시, 등 모든 선택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나는 내 생명의 근원인 나의 소중한 시간을 내가 선택한 것에 지불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유한한 것이 내 인생이고 시간이기 때문에 더 빨리 일을 해치우고 싶은 생산성과 효율에 대한 욕심이 자연스럽게 생깁니다.


나의 생산성, 즉 일을 처리하는 능력을 높인다면 당연히 더 많은 시간을 확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되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더 생산적인 사람은 이렇게 생산적인 일처리를 하고 나서 그만큼 더 일을 떠맡게 됩니다. 다른 사람보다 그 특정한 일을 더 빨리 처리할 능력이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더 효율적인 일을 하는 사람은 시간 여유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유사한 일을 더 많이 맡게 되는 것이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입니다.


그러니 효율적인 행동에만 집중하지 말고, 그것으로 만들어진 시간을 내가 의지를 가지고 의미 있는 곳에 사용하는 것까지 해내어야 내 유한한 시간과 인생을 제대로 살 수 있는 겁니다. 온전히 비워서 명상을 하거나 사고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내가 가진 시간이라는 보물을 어떻게 사용해야 한 번뿐인 내 인생을 더 풍요롭게 사는 것인지 생각해 보는 건 절대 손해보지 않는 시간의 사용법 아닐까요?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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